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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신나는 과학수업의 현장

재미도 있고 탐구력도 키워

요즘 학교의 과학수업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교과서와 칠판,그리고 교사의 설명만으로 이뤄지던 수업에서 다양한 수업전략과 자료가 동원되고 있다.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우고 있는 과학수업의 현장을 찾아간다.


탐구과정에서 중요한 출발점은 의미있는 문제를 만드는 일이다.그래야 의미있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최원호 교사(왼쪽)의 생각이다.


“탐구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런 것일줄 몰랐어.”
“종이가 물을 흡수하는 것과 같이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탐구를 하다니….”
“나도 처음엔 너무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생각할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 가설을 세운다는 것이 이제 뭔지 조금 알 것 같더라니까”
“너희 조 가설은 뭔데?”
“종이 색깔의 진하기에 따라 물의 흡수 정도가 다르다는 거야.”
“실험 설계는 어떻게 했는데?”
“그건….”

탐구는 고기가 아닌 고기 잡는 법

탐구? 가설? 대학 입시에 치여 진도 따라가기도 바쁜 학생들한테 어울리지 않을 법한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중동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다. 학생들에게 탐구는 과학 학습을 하는데 있어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드러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공통과학을 지도하고 있는 최원호 교사(중동고등학교)의 탐구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만든 결과다.

공통과학을 지도하는 최원호 교사는 첫 단원인 ‘과학의 탐구’를 심혈을 기울여 지도한다. 동료 교사들이 2-3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비해 최원호 교사는 8시간을 투자한다. 이유는 하나다. 학생들이 탐구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떤 학생이 “수능에 대한 부담이 큰데, 빨리 진도 나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원호 교사는 “여러분들이 말하듯이 시험만 보고 나면 잊어버리는 지식을 많이 배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과학을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도움될 것이다. 이것은 배운 지식을 효과적으로 기억하는데도 좋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탐구과정을 체득하면 실험을 하고 개념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최원호 교사의 믿음이다.

탐구과정과 더불어 최원호 교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보고서 작성이다. 보고서를 통해 과학적인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사고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고서를 제대로 쓸 수 있다면 과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잘 썼다거나 못썼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처음에 학생들은 가설도 세우지 못하고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모르지만 교사의 피드백과 다른 학생들의 조언에 힘입어 차츰 변화를 보인다.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원호 교사는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탐구과정을 설계하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서에 잘 쓰는 것이 당장 과학 점수를 올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탐구과정은 학생들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여긴다. 또 과학을 공부하는데 뿐만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고 일상생활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근간이 된다. 이러한 믿음이 있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일거양득 효과의 협동학습

과학 수업에서 탐구만큼 중요한 것이 전략이다. 효과적으로 학생들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지시키며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은 많은 교사들의 고민이다. 이것을 협동수업과 게임으로 해결한 예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심재규 교사(퇴계원중학교). 그의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늘 조별로 모여 앉는다. 그런데 그 조의 구성이 조금 특이하다. 성적이 상, 중, 하인 5 - 6명의 학생들이 골고루 섞여있다. 학생들끼리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조 편성만 이렇게 했다고 학생들이 서로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심재규교사는 수업을 게임 형태로 진행한다.

과학실에 들어 온 학생들은 심교사가 준비해 놓은 활동지를 노트에 붙이고 여러 질문들에 답한다. 물론 내용은 당일 배울 것들이다. 교과서를 보는 학생들, 친구와 토론하는 학생들 등 언뜻 보면 산만하게도 보일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심재규 교사는 수업을 진행한다. 그 후 게임 시간이 이어진다. 게임은 다름 아닌 복습이다. 게임을 위해 성적이 좋은 2명의 학생(감독이라고 부름)들은 다른 학생(선수)들에게 배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협동수업이 이뤄진다. 곧 각 조에서 한사람씩 일어나 8명이 문제를 풀어 맞추면 스티커를 받는다. 이 스티커는 조별 점수판에 붙여져 어느 조가 가장 우수한지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스티커가 많이 붙은 조는 친구들이 시상하는 상품도 받고 실기 평가의 태도 점수도 높게 받는다. 이러한 수업에 대해 심재규 교사는 “서로 도와주려고 하고,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 수업의 장점이다”고 설명한다. 또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조의 구성원은 교내 시험 후 새롭게 짜여진다.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게임이 이어진다는 말이다.

과학교육 전문가에 따르면 협동 수업에서 학생들끼리 가르쳐주고 배우는 것은 두사람 모두에게 이익이다. 가르쳐주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친구에게 설명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얻는 것이고, 배우는 사람은 동료 학생이 이해한 수준의 용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운영만 잘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적인 이해로 만들어지는 과학신문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신문을 읽는 것도 효과적인 학습이 될 수 있다.
 

“선생님 과학은 배울 내용이 너무 많아요!” “시험만 보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데 어떻게 하죠?”라는 학생들이 많다. 이것은 과학을 낱개의 지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과학은 구조적인 학문이다. 하나의 원리로부터 10개 이상의 지식을 유도해낼 수 있다. 따라서 단편적인 암기보다는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자신이 공부한 과학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신문에서 찾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영학 교사(백마중학교)다.

김영학 교사는 평소 과학과 관련된 기사는 늘 스크랩해둔다. 수업지도안을 짤 때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김영학 교사가 주는 관련 기사를 읽고 주제어를 찾고, 기사가 말하려는 것, 수업 시간에 배운 것과의 관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우는 내용이 자신들의 생활과 관련돼 있어서인지 관심도 높다. 이러다 보면 학생 스스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은 자연스러워진다. 김영학 교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은 이제 신문의 과학기사 팬이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단원을 마치고는 배운 내용을 신문 형식으로 제작한다. 예를 들어 ‘소화’ 단원을 배웠다고 하자. 소화와 관련된 특집 기사, 다이어트에 관한 만화, 소화제 광고, 소화 기관과 관련된 암기사 등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심도깊게 조사해 볼 수 있는 것까지 기사 내용은 다양하다. 김영학 교사는 여기서 학생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신문 만들기 활동은 배운 단원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의 소화 효소와 장의 소화 효소 외우기에 바쁘던 학생들이 소화 기관 전체를 연관지어가며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화라는 단원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생각하는 기회도 된다.”

수업에도 왕도는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학생들은 과학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근래 들어 교사들은 수업에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다. 그 중 컴퓨터 소프트웨어인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파워포인트로 수업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면서 필기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의 발표시간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김형석 교사는 강의 내용을 정리해 보여주는 것에 덧붙여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유석이 생기는 과정이나 곡류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시간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것들을 연속적인 프레임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김형석 교사는 “시간적인 변화를 다루는 내용은 10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줘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디오에 비해 파워포인트는 장면마다 설명을 곁들일 수 있어 좋다. 비디오 제작에 비해서 훨씬 쉬운 것도 물론이다”고 주장한다. 수업지도안을 만드는 것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인다. 김형석 교사는 수업 내용을 파악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수업 자료를 만든다. 이렇게 하면 1시간 수업을 준비하는데 3 - 4시간은 금새 흘러간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수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수업에 가장 좋은 방법이란 없다. 상황에 따라, 학습자에 따라, 배우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방법과 자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은 1시간의 수업에서 많은 매체와 전략들을 사용한다. 전화영 교사(오금고등학교)는 수업 시작 전에 5분 스피치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발표하도록 한다. 1년 동안 누구나 1번은 발표를 해야하는데 과학 상식, 신기한 동식물의 생태, 과학자들의 뒷이야기 등을 말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을 검색한다. 전화영 교사는 5분 스피치 활동이 교과서 이외의 자료를 조사하면서 과학과 관련된 새로운 분야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강화연 교사(동마중학교)는 천체 단원을 학습할 때 학생들에게 각 행성에 사는 사람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상황을 주고 행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보도록 한다. 이것은 배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학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유익하다. 이 수업을 계기로 SF소설을 쓰거나 SF 영화를 만드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나칠까.

이진영 교사(부천중학교)는 학생들에게 롤러코스터를 만들라는 과제를 준다. 그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학생들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탐구의 과정을 경험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학생들이 롤러코스터를 만들면서 써놓은 일지를 보면 문제로부터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탐구 그 자체였다고 평가한다. 수업 중에는 진행하기 어려운 개방적 탐구과정을 수업 이외의 시간에 진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교사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과학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과학적 소양을 갖춘 미래 시민이 사회로 배출되고 창의적인 사고로 신기술의 리더가 될 인재도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21세기 과학 수업이 지향하는 커다란 두 줄기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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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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