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은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찾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온천하면 피로회복과 만병통치를 떠올릴 정도로 온천을 좋아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멀리 해외까지 찾아 나서는 온천 여행의 인기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온천이란 무엇일까. 온천은 왜 생기며 어떤 온천이 우리 몸에 좋은지 알아보자.
데워진 지하수가 지층을 뚫고 나온 샘
온정리, 온수리, 온수골…. 지도를 펼쳐보면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거나 비슷한 지명이 많이 있다. 지명에 따뜻할 온(溫)자가 포함돼 있고 물이 있어 온천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이 동네에 가면 으레 온천 개발을 위한 시추공이 여러개 굴착돼 있다.
다른 지명에서도 이런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부곡온천과 같이 가마솥 부(釜)자가 들어 있는 지명에서도 온천 개발을 위한 시추공이 여러개 있으며, 탕골과 같이 고지명(古地名)에 끓일 탕(湯)자가 들어가는 곳도 마찬가지다. 옛날 사람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지명을 붙인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또한 어느 지역의 고서에는 샘에서 다리를 다친 학이 그 물에 씻어 말끔하게 나아서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곳에도 어김없이 온천 개발을 위한 흔적이 있다.
필자는 10여년 전 어느 동네에서 80세 이상 돼보이는 노인 한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자신이 어렸을 때 따뜻한 물이 자연 용출하는 샘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동네사람들이 빨래와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샘이 좋다는 소문이 외부에 널리 퍼져 다른 마을의 많은 환자들이 목욕을 하러 오곤 했다. 이 마을에 환자들이 많이 모여들자 동네 사람들이 병이 퍼질까 우려해 샘을 흙으로 묻어버렸다고 했다.
그분께 전해들은 생생한 기억을 안고 그곳에 가봤다. 역시 온천 개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에 실제 온천이 있었음이 분명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온천 이름은 지명 이름과 실제 경험자의 증언에 의해 온천 개발이 착수되는데 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까(물론 온양이나 부곡온천처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천으로 개발되는 사례도 있다). 그것은 과거와 똑같은 지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역 개발, 침식, 퇴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과거의 지형과 달라지기 때문에 온천의 생성 특성을 잃게 된다. 즉 지표수가 들어갈 수 있는 지역과 나올 수 있는 지역이 지형적으로 변해 물의 이동 경로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마그마 또는 방사능원소의 붕괴
그렇다면 온천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천을 석유와 같이 지하 깊숙한 곳에 따뜻한 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온천은 대개 지표에서 지하로 들어간 물, 즉 지하수가 특정한 열원을 만나 데워지고 주변 암석과 화학적 성분 교환이 이뤄져 지층의 균열이나 약한 틈을 따라 지표로 다시 상승하면서 생성된다.
지하수를 데워주는 열원은 마그마에 의한 열원, 그리고 암석 내 방사능원소의 붕괴에 의해 발생된 열원이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방사능원소 붕괴는 지하 심부에서 발생된 것으로 인체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구조는 내부로부터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된다. 지각의 두께는 지표에서 약 10-45km 심도까지이며, 지각 하부에서 2천9백km까지 맨틀로 돼 있다. 맨틀은 2천-3천℃의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지각은 맨틀 주위를 둘러싼 고체다. 맨틀이 액체이며 고온으로 대류작용을 하므로 바깥 부분인 지각이 영향을 받아 움직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가 느끼는 지진이다. 이때 지각에 균열이 생겨 단층대가 만들어지며, 맨틀의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부분을 뚫고 화산으로 분출하기도 한다. 또는 출구가 막혀 있을 때는 주변의 약한 지층에 스며들어 굳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표 근처에 고온의 지열대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암석 내 방사능원소가 존재하는데, 우라늄(U), 토륨(Th), 칼륨(K) 등의 원소 함량이 많은 암석 내에서 이 원소들이 붕괴하면서 발열 작용을 일으켜 고온암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온암체 위에 열전도도가 낮은 퇴적암류가 쌓여 열을 보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지하수가 이와 같이 마그마 기원의 열원이나 방사능원소의 붕괴에 의한 열원 가까이 흐르게 되면 지하수가 데워져 물의 밀도가 낮아지므로 지표 밖으로 상승하게 된다. 즉 단층이나 지질 경계면, 지층의 균열대 등을 통해 지표수가 침투하고 다시 열원에 의해 데워져 약한 지층을 통해 온천수로 분출하는 것이다.
일본이나 필리핀 등의 온천이 주로 마그마 기원의 온천이며, 우리나라의 온천은 주로 방사능원소 붕괴열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그마 기원의 지열수는 1백℃ 이상의 고온이므로 지열발전(地熱發電)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온의 지열수이므로 주로 온천욕에 이용되고 있다.
수온 25℃ 이상인 무해한 물
온천수가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이용되자 사회에서는 법적 기준이 필요하게 됐다. 온천이란 글자 그대로 따뜻한 물이 지하에서 솟아나는 샘이다. 따뜻하다는 것의 기준은 단지 우리 인체가 느끼는 추상적인 단어일 뿐이다. 반대로 냉천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체가 차갑다고 느끼는 온도의 물이 지하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사전에 의한 온천의 정의는 ‘지열로 말미암아 땅 속에서 평균기온 이상의 온도로 데워진 물이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샘’으로 표현돼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보다 높은 지하수를 온천이라 한다면 약 20℃ 내외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온천법에 의한 온천의 정의는 수온이 25℃ 이상이며, 그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지하에서 솟아난 물이다. 25℃의 물이 따뜻한지, 또는 차가운지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25℃의 물이 그리 따뜻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온천법에 수온 25℃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온천법에도 수온의 기준은 25℃이며,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은 20℃, 미국은 21.1℃(70℉)가 기준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 인체의 온도와 비슷한 35℃를 온천의 기준으로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법으로 정하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온천법 온도기준이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인데, 우리나라만 특별히 높은 온도로 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35℃의 물도 목욕물로서는 온도가 낮기 때문에 어차피 데워야 한다. 어떤 학자는 물을 데우는데 수온 25℃의 물이 가장 적은 열량이 소모되기 때문에 25℃ 기준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준을 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한편 우리나라의 온천법상 수질은 ‘인체에 해롭지 아니한 지하에서 솟아난 물’로서 정해져 있을 뿐이다. 수질 기준을 정하는데도 상당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온천의 조건으로 온천수 성분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그것이 합당한지 정확한 판단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라돈 이온 몇 % 이상, 비소 이온 몇 % 이상 등 어떤 성분이 정해진 기준 함량 이상으로 함유해야 온천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성분 함량 이하가 아닌 이상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어 상한선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천 광고에는 국내 최고의 라돈 함유 온천, 국내 최고의 게르마늄 온천, 국내 최고의 유황 온천 등의 문구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온천욕을 하는 사람에게 결코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부 성분(라돈, 비소) 등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판명되기도 했다. 어느 성분이라도 과다하면 결코 인체에 이로울리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온천에는 인체에 영향을 줄 만한 특정 다량 성분이 포함된 온천은 없다. 주로 마그마 기원의 온천일 경우 용존 성분이 많아 인체에 해를 끼칠 만한 수질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온천은 주로 방사능원소 붕괴열에 의한 기원으로 생성됐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에서는 온천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용으로 이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또한 온천수를 목욕용 뿐만 아니라 식수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온천수 맛이 어떠한가 궁금해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주 마시는 것은 감기 안걸린 사람이 감기약을 먹는 것과 같다. 한약에도 독성이 있는 물질이 조금씩 들어가 있는 것처럼 온천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온천수를 마시려면 정해져 있는 수질 음용 기준을 따른 것이 좋다.
수량 때문에 온천 허가 실패하기도
한편 일반적인 온천의 정의에 수온과 수질에 대해 표현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온천법에는 또하나의 제한이 있다. 그것은 수량이다. 온천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수량이 하루 3백t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외국의 온천법에 없는 이러한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무분별한 온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부동산 투기 등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지하 심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지온이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지온증가율은 25.7℃/km다. 그러므로 25℃ 이상의 온도를 확보하는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량의 제한 때문에 3백t/일 이란 수량을 확보하는 데는 쉽지 않다. 지하 심부에 지하수가 없는 층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수량에 대한 제한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사실 불합리한 경우도 있다. 수온 50℃, 수량 1백t/일의 온천이 개발돼도 온천법에 의한 온천으로 허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온천은 지하에서 자연적으로 용출했다. 지층의 약한 부분을 뚫고 나온 자연 온천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개발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열이 높은 곳을 찾아 심부 굴착을 함으로써 온천수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지질적으로 어떠한 곳에 온천이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표적인 온천의 분포를 보면 동해안변으로 설악, 척산, 덕구, 백암온천, 남동부지역의 포항, 울산, 해운대, 동래, 부곡, 마금산온천, 중부지역에는 포천, 이천, 온양, 도고, 덕산온천, 내륙지역으로 수안보, 유성온천이 있다. 이러한 분포를 지질 및 지구물리적 특성별로 구분해보자. 동해안변을 따라 나타나는 온천은 한반도의 중력탐사도와 비교·분석해볼 때 지각의 두께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얇은 곳이다. 또한 동해가 형성될 때 지각의 이동으로 인한 지질구조선이 발달돼 있다. 즉 지각이 얇기 때문에 지열이 높고, 지질구조선의 발달로 인해 지하수의 통로가 잘 만들어진 특징을 갖고 있다.
한편 남동부에 발달한 온천들은 하부에 마그마가 지각중에서 고결된 화성암류가 분포하고 이를 열전도도가 낮은 경상계퇴적암이 덮고 있어 지열보존에 유리한 층서구조을 갖고 있다. 또한 판구조론적으로 남동부 해안은 북쪽의 유라시아판, 남쪽의 필리핀판, 동쪽의 태평양판이 서로 교차해 지각의 비틀림 현상으로 인한 구조적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가장 좋은 온천은 없다
중부지역의 온천은 북북서 방향의 단층이 발달한 선상에 놓이며, 화강암의 고온암체를 기반암으로 분포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내륙의 온천인 유성과 수안보온천도 기반암은 화강암의 고온암체로 돼 있으며 부분적인 단층선상에 분포한다.
많은 온천개발자들로부터 어디에 시추를 하면 온천개발을 성공할 수 있는지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있게 답을 할 수는 없다. 실제 온천개발을 위해 ‘유망 지역’에서 시추작업을 한다고 해도 온천을 찾을 확률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열과 지하수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온천이 어디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각자가 목욕을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자기 자신의 체질에 맞는 온천이 가장 좋은 온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주변 경치가 좋고 환경이 편안함을 주며 부대시설이 잘 꾸며져 있는 곳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온천욕을 하러 가는 것은 우리의 몸을 편안히 재충전시키기 위한 휴양 목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온천업을 하는 분들에게도 한가지 건의하고 싶다. 우리 온천이 무슨 성분이 많아 제일 좋다는 식의 광고는 나중에 무슨 성분 때문에 인체에 피해를 입었다는 명분을 주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온천수의 성분 분석표를 게시해 온천욕을 하러 오는 손님들이 어떤 성분이 포함된 온천이 자신에게 맞는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