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2022년 11월 초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회의 결과 및 한국과 국제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샤름엘쉐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7)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 피해와 관련한 재원 문제를 처음으로 정식 의제로 채택해 논의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별도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원칙적 합의까지 이끌어냈다.
시작은 위태로웠다. 정치적경제적 상황이 역대 어느 총회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겨울까지 다가오자 여러 국가가 석탄발전소의 가동 기한 연장이나 재가동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기후변화 대응은 긴급한 현안들 사이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런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후변화총회 초반에 개최된 정상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12개국 정상들이 참석해 기후변화 논의에 힘을 실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따로 COP27을 방문해서, 특히 청정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해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한마디로 COP27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결코 멈추거나 후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개도국, 도서국들의 적극적인 연대 역시 COP27이 기후변화 대응을 다시금 전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문제에 대응할 별도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이를 위해 몰디브, 바베이도스 등 도서국들과, 국제연합 내 결성된 개발도상국 연합체 G77의 의장국인 파키스탄은 놀랄만한 공조를 과시하며 의견을 결집했다. 또 이 의견에 대한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들의 지지를 끌어내 선진국을 압박했다. 미국과 유럽은 그동안 손실과 피해를 다룰 별도 펀드를 창설하는 문제에는 소극적이었지만, 해수면 상승 등 개도국도서국들의 피해 앞에서 해결책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이 펀드는 2023년말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COP27은 한국에 두 가지 큰 역할을 요구한다. 첫 번째는 기후재원과 관련한 역할이다. 미국과 유럽은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별도 펀드 설립에 합의하면서 펀드 공여국의 확대가 향후 논의의 핵심임을 계속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자연스럽게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이산화탄소 주요 배출국 중 하나인 한국이 공여국으로 함께하기를 요구한다. 한국의 역할은 공여국으로 함께하는 것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기후재원을 개발하는 것도 포함한다.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기후대응에 민간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계획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한국은 이미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높은 수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계획(NDC)도 제출했다. 이 계획을 어떻게 진전시킬지에 관한 상세한 로드맵과 매년 점검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국제적으로 가장 시급한 현안인 석탄발전 종식을 어떻게 진행할지, 해외 석탄발전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자는 언제 종료할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범정부적인 논의를 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끝으로 이 탄소중립의 국제질서에서 한국 기업과 기술이 성장과 도약의 새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COP27에서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는 ‘기후 기술’을 주제로 홍보관을 설치하고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홍보했다. 한국 기업들도 이 변화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 위치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사무소(CTCN), 녹색기술센터(GTC), 녹색기후기금(GCF)과도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런 정책적 노력과 창의적인 한국 기업기술이 결합한다면 K녹색협력(Green Partnership)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필자소개
김효은. 기후변화 대응 및 개발협력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다. 외교부와 외교통상부에서 지역협력과 세계무역, 기후변화환경 분야를 맡았으며 주 세네갈 대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참사관·무역환경공동회의 부의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예산운영위원회 의장,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차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7월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