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오전 7시 41분(현지 시각)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 있는 인도우주개발기구(ISRO) 지휘센터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조금 전 인도 최초의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이 화성 궤도로 진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무사히 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도착했다. 인도가 아시아 최초이자 ‘화성 탐사에 한 번 만에 성공한’ 두 번째 나라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화성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EU 뿐이었다. 지금까지 발사한 화성 탐사선은 모두 51개로, 그 중 절반 정도만 목적지에 다다랐다.
놀라운 점은 또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영화 ‘그래비티’의 제작비보다 돈을 덜 쓰고도 성공했다”고 자랑한 것처럼 망갈리안의 제작, 발사 비용은 45억 루피(약 780억 원)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화성 궤도에 진입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메이븐(MAVEN)의 총 예산 6억7100만 달러(약 7100억 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의 돈만 쓴 셈이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긴 노동시간에 있다. 콧피리루 라다크리슈난 인도우주개발기구 이사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과학자들이 1주에 35시간만 일하는 반면 인도 과학자들은 하루에 18~22시간을 일하기 일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인도 과학자의 임금이 싼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설계와 정확성이 무엇보다 큰 성공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화성 탐사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만 시킨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도의 화성 탐사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성공 요인 1 기본기(로켓)가 강하다
우주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사체, 즉 로켓이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원하는 위치까지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로켓이 필요하다. 로켓은 미국과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는 분야다. 하지만 인도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다. 인도는 1980년 자체 개발한 로켓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후 1990년대 초 PSLV(Polar Satellite Launch Vehicle)라는 로켓을 개발하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갖게 됐다. 이전까지는 러시아(당시 소련)에 의존해야만 했다. 2008년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를 쏠 때 사용한 로켓(PSLV-C11)과 이번에 쓴 로켓(PSLV-C25) 모두 여기서부터 발전한 모델이다. PSLV는 모두 4단계의 고체·액체 연료 추진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1단계 고체 추진체(139t)를 갖고 있다. 1993년 첫 발사를 실패한 이후 모든 시도가 성공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총 71개의 위성과 우주선이 PSLV를 이용했다. 41개는 외국 위성이며 우리나라의 우리별 3호도 있다. 우리나라는 나로호를 쏠 때 총 비용의 40%가 넘는 2000억 원을 로켓 비용으로 러시아에 냈다. 자체 로켓 기술을 보유한 인도의 강점이 더욱 부각된다. 인도는 화성 탐사에 필요한 모든 부품과 기술도 스스로 개발했다. 다만 이런 성향은 약점이기도 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은 “인도의 자립 전략은 인구가 많고 대규모 동원이 가능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으며,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성공 요인 2 과욕은 금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인도의 우주과학기술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선진국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처럼 행성 사이를 오가는 비행을 할 때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인도가 미국이나 러시아와 똑같은 방식을 고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떻게 했을까. 무턱대고 불가능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우선 지상에서 하는 예비 시험을 최대한 줄였다. 다음으로 무게를 줄였다. 미국의 화성 탐사선 메이븐의 발사 무게는 2454kg에 달한다. 망갈리안은 절반인 1337kg에 불과하다. 탑재된 과학장비의 무게도 차이가 심하다. 메이븐은 65kg이지만 망갈리안은 15kg이다. 물론 메이븐에는 더 많은 장비가 실려 있어 다양하고 심도 깊은 관측이 가능하다. 망갈리안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일종의 ‘과학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G2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도 화성 탐사에서는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다. 화성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큰 성과다. 앞으로 우주 탐사를 할 때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욕심을 내 미국처럼 장비를 가득 실은 탐사선을 보냈다면, 망갈리안은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마이크로 단위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우주탐사에서 kg 단위의 질량은 분명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다.
성공 요인 3 부족한 힘은 전략으로 극복하자
자신의 부족한 힘을 인정하고 우회로를 택한 전략도 중요했다. 분명 인도는 미국이나 러시아만큼 강력한 추진력을 낼 로켓 기술은 부족했다. 공개된 자료와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망갈리안이 기술의 한계를 전략으로 돌파했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망갈리안은 미국의 메이븐보다 13일 앞선 지난해 11월 5일 인도에서 발사됐다. 반대로 도착은 메이븐이 3일 더 먼저였다. 화성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하면 메이븐이 16일 정도 빨랐다.
인도는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한 뒤 작은 추진체를 여러 번 사용하면서 고도를 맞추고 마지막 발사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 화성으로 향했다. 메이븐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은 미국 콜로라도대 브루스 자코스키 교수는 이점을 “매우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평가했다. 부족한 추진력을 인정하고 메이븐보다 많은 로켓을 나눠 쏘면서 지구를 벗어난 방법을 높게 산 것이다. 실제로 망갈리안은 발사 후 11일 동안 총 6차례에 거쳐 고도를 최대 19만2874km까지 높였다. 12월 4일 지구 중력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12월 11일 첫 궤도 수정을 했다. 비록 복잡하고 지루하며 메이븐에 비해 폼도 나지 않는 길이었지만 망갈리안에게는 최선의 길이었다.
달 탐사도 인도처럼 한걸음부터
“인도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최기혁 항우연 실장의 말처럼 망갈리안의 성공요인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장기간에 걸친 정부 지원, 인재들이 모일 수 있게 만든 환경”을 망갈리안의 성공요인으로 꼽은 최 실장의 답변은 새겨봄직하다. 정부는 6년 후인 2020년 달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안 되면 되게 하라’보다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더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