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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라”

전길남, 연결의 탄생
구본권 지음│김영사│392쪽│1만 8800원

 

1982년 9월, KAIST에는 전길남 교수가 부임하며 시스템구조연구실이 새로 생겼다. 전 교수는 학생들에게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라고 가르쳤다. 스타트업은 커녕 벤처 기업이란 말도 생소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학생들은 이따금씩 지도교수에게 당돌한 요청을 하기도 했다. “교수님 슈퍼미니컴퓨터 사주세요.” 그럼 지도교수는 한 발 더 나갔다. “왜 필요한지 문서 한 장으로 나를 설득해라.” 학생들은 “미국 MIT와 협업하려면 같은 수준으로 연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합당한 이유를 들은 전 교수는 갖은 노력 끝에 당시 4억원가량의 장비를 연구실에 들였다. 


이들의 열정으로 강렬한 스파크가 튀던 이 연구실에서는 곧 전에 없던 것들이 탄생했다. 허진호 대표는 한국 최초 인터넷 기업 ‘아이네트’를, 김정주 대표는 게임회사 ‘넥슨’을 설립했다. 송재경 개발자는 게임 ‘리니지’를 개발했다.


이들의 스승인 전 교수 또한 새로운 일을 해낸 장본인이었다. KAIST에 부임 몇 달 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 연구소를 연결하는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 인터넷 역사가 시작됐다. 세계에서도 미국에 이어 2번째로 이룬 성과다. 당시 한국은 기본 장치도 제대로 없던 곳이기에 이는 더욱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이런 도전 정신은 전 교수의 삶에서 비롯됐다. 1940년대 전쟁속에서 재일교포로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덕분에 부모의 가업을 이어 일본에서 편히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한국에 가고자 했다.


우선 일본 오사카대를 졸업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로 유학을 택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오면 한국에서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때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는 기회도 얻었다. 여기서 시스템공학에 대해 전문성을 갖췄다. 


하지만 좋은 조건에서도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곳을 향했다. 본인이 보고 배운 것을 한국에 전파해 도움이 되겠다는 것. 결국 한국에 온 전 교수는 목표한 바를 이뤘다. 그의 지식으로 한국을 세계 최고 인터넷 강국으로 만드는 데 초석을 다진 것이다. 제자들에게는 도전정신을 불어넣으며 한국 IT 기업 발전에도 영향을 줬다. 


불모지에서 인터넷을 연결한 것처럼 전 교수는 그의 인생 또한 드라마틱하게 개척해 나갔다. 이 책에는 도전과 개척 정신이 강하게 깃든 전 교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인터넷과 IT 기술의 시작도 전 교수의 삶을 통해 말해준다. 한국 최초로 알프스 북벽 마테호른을 등반한 산악가 전길남의 모습도 담겨 있다. 급변하는 현대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고민에 대한 답도 그의 인생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코모도왕도마뱀, 날도마뱀, 유전자가위, 줄기 세포….


용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는 얼Q추 모았으나, 코모도왕도마뱀에서는 용 같은 외모만 빼 닮길 바란다. 날도마뱀에게선 허공으로 솟구치게 만드는 앞다리와 몸, 뒷다리의 비막만 필요하다. 각각의 장점만 빼 가면 해볼 만한데….


허황된 소리가 아니다.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이라 불리는 유전자가위가 있으면 도전해볼 만하다. 여기에 분화 능력이 있는 줄기 세포를 비롯해 몇 가지 생명공학 기술을 더 추가하면 용 레시피 완성이다.   


문제는 하나의 유전자 조합이 완벽에 가깝게 발현되려면 몇 세대는 거쳐야 한다는 것. 가령 코모도왕도마뱀의 알은 부화까지 7~8개월이 걸린다. 또 용의 지능도 문제다. 너무 똑똑해도, 너무 멍청해도 안 된다. Myc 유전자군을 이용해 뇌 성장이 적당히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명색이 과학자 딸인데, 용 만들기 정도는 해야지’. 사실 용 만들기는 책의 저자이자, 생물학자인 폴 뇌플러가 딸의 과학 실험 숙제를 함께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다. 다시 말해 과학자 딸은 달라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던진 무리수다. 


이 무리수를 책임지게 위해 저자는 딸과 함께 각종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결과물은 고스란히 책으로 남겼다. 그렇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본격 용 레시피가 탄생한 것이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저자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과학 연구를 찾아가며 용 만들기에 진심을 보인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작가도 여러 번 말했는데, 진짜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위트가 넘치는 그도 동물과 생명 윤리 문제를 꼬집을 때만큼은 매우 진중했다. 덕분에 독자는 생명공학 기술을 재밌게 배우는 동시에 생명공학 연구에서 발생하는 윤리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다.  


끝으로 한국어판 드래곤 레시피에는 저자의 유머를 십분 살려낸 ‘훌륭한 번역’ 한 꼬집을 더 추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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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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