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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사라진다

우주와 만나는 대기층 열권, 43년 만에 최저밀도 기록

지구 대기층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파괴되고 있는 성층권의 오존층을 치유하자고 세계 각국이 모여 머리를 맞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가장 꼭대기 층인 열권이 사라지고 있단다. 두께도 얇아지고 대기의 밀도도 떨어졌다. 관측을 시작한 1967년 이래 최저 수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열권이 사라지는 이유도, 열권이 사라질 때 일어날 일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43년 관측역사 이래 가장 얇아진 열권





열권은 지구에서 가장 높이 떠 있는 대기층이다. 환상적인 오로라가 발생하고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공위성이 비행하는 구간이다. 온도에 따라 대기층을 나누면 가장 아래서부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이고 그 위가 열권이다. 열권은 대기 상층 90~240km 사이에 넓게 펼쳐져 있다.



국제법으로는 열권의 아래층, 즉 중간권까지만 대기층으로 분류한다. 열권부터는 우주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적게나마 산소와 헬륨과 같은 기체가 분포하고 있는 열권을 대기층에 포함시킨다.



그런데 지난 2008~2009년 태양활동 극소기에 열권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미해군연구소(NRL)의 존 에머트 박사팀은 열권의 공기역학적인 마찰이 인공위성의 속도를 변하게 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열권의 대기 밀도 변화를 산출했다. 궤도가 변했다는 것은 인공위성의 운동을 방해하는 대기 밀도가 변했음을 의미한다. 인공위성의 궤도는 열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이용된다.



에머트 박사팀은 1967년부터 활동한 인공위성 5000여 기의 궤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8년 태양활동 극소기에 열권의 밀도가 과거 동일조건 시기(태양활동 극소기)에 비해 30% 정도 더 감소한 것을 밝혀냈다. 열권의 온도는 낮아졌고 밀도와 두께는 수축했다. 일반적으로 열권의 대기 밀도는 11년마다 찾아오는 태양활동 극소기마다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2008년 태양활동 극소기에는 특별히 더 심했다. 유난히 길었던 2008년의 태양활동 극소기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대류권을 포함한 하층 대기도 영향을 받았을까. 오히려 지구의 온도는 열권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09년의 여름은 역대 기온 중에서 5번째로 높았다. 10년 단위로 보면 2000년에서 2009년은 이제껏 기온 중 가장 높았다. 열권은 대류권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태양활동 주기마다 출렁대는 열권



미 항공우주국(NASA)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에머트 박사는 6월 19일자에 발표한 ‘지구물리학연구지’ 논문에 “뭔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일들이 열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적었다.



사실 열권이 줄어드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열권의 온도는 태양에서 나온 극자외선의 광자를 흡수해서 따뜻해지거나 이를 방출해서 차가워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온도가 400℃에서 900℃에 이른다. 열권의 두께와 밀도는 극자외선의 입사량이 줄면 푹 꺼졌다가 다시 늘어나면 금세 마시멜로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런 주기는 11년마다 반복된다. 극자외선 같은 단파장 복사선은 태양활동 주기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시광선은 태양활동량과 상관없이 입사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태양활동이 활발한 극대기에도 하늘의 색은 변하지 않는다.





우주쓰레기 쌓이고 극자외선 지표까지 들어와



열권이 수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실 열권의 대기 밀도가 낮아지면 인공위성에게는 나쁘지 않다. 인공위성의 운동을 방해하는 대기의 마찰력이 줄어 인공위성의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마 인공위성이 대기 밀도가 높은 200km 아래 고도에서 비행한다면 대기층과의 마찰력 때문에 위성체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금세 궤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기열권의 밀도는 우리가 숨 쉬고 사는 대류권 밀도의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속도를 유지하고 자세를 제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저궤도 위성에 미치는 열권의 영향은 막대하다. 간혹 인공위성이 궤도에서 벗어나, 지상안테나로 애타게 찾게 되는 것도 열권의 갑작스런 변화 때문이다. 우주개발 국가들은 위성궤도를 점검하는 방법으로 열권의 밀도를 정밀하게 감시하고 예측하고 있다. 



반대로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더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열권에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인공위성이나 로켓 탑재체들이 많이 떠다닌다. 이 쓰레기들은 열권 속 기체들과 부딪치면서 속도를 잃고 점차 대기권으로 떨어지는데, 열권의 밀도가 낮아지면 우주 공간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돌아다니다가 다른 인공위성과 충돌할 위험도 적지 않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열권은 태양에서 오는 파장이 10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의 극자외선이나 우주방사선을 지표면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흡수한다. 만약 열권의 대기 농도가 옅어지면 자외선이나 우주 방사선 같은 고에너지 복사선이 지표면으로 내려올 것이다. 성층권의 오존층이 자외선을 막아주고 있지만 오존층의 구멍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오존층 구멍이 넓은 극지역은 극자외선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구의 자기장이 태양풍과 극자선에 맞서 지구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금성이나 화성에서 열권이 축소됐다면 이 행성들에는 자기장이 없어 태양풍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태양풍이 대기 하층까지 바로 파고들 것이다.



이산화탄소 미스터리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수행돼야겠지만, 태양활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열권 축소 현상의 가장 유력한 원인우로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지표에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여러 오염기체들이 대기의 구성성분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이제는 대기 상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면 근처의 이산화탄소는 지표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흡수한다. 그리고 다른 기체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열이 주위 공기를 데운다. 그러나 대기 상층에서는 대기층의 밀도가 희박해 다른 기체들과 충돌을 거의 하지 않는다. 보유한 에너지를 주변으로 옮겨 가열시키지 못하므로 스스로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시켜 주변을 냉각시킨다. 즉, 이산화탄소가 늘면 대류권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만, 열권에서는 지구대기를 냉각시킨다.



과연 이산화탄소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에머트 연구팀이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강도와 이산화탄소의 역할을 모두 고려한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한 결과 온실 가스는 10년마다 외부 대기층의 밀도를 2~5%씩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의 효과가 열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했다.



미 국가대기연구센터(NCAR)의 ‘열권-이온권 전기역학적 대순환 모델’로 1996년과 2008년 태양 에너지 강도의 효과를 봤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태양의 영향으로 2008년 열권의 온도가 1996년 대비 23℃ 낮아지고 이산화탄소의 효과로는 2℃ 낮아졌다. 또 태양효과에 의해 열권의 밀도는 31% 감소한 반면 이산화탄소의 효과는 3%에 불과했다. 즉 현재 기록적으로 낮게 관측되는 열권의 온도와 밀도는 태양 극자외선의 강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것에 기인한 바가 큰 셈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열권의 밀도를 낮춘 나머지 50%의 원인은 설명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까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기체의 메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표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체류시간이 70년이 넘는 것을 상기한다면, 우리가 지표에서 무심코 배출하는 기후변화 유발 기체들이 지구 전체에 몸살을 앓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구를 인체에 비유하자면 발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머리는 차갑게 식는 열병을 앓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의 대기층은 수억 년을 거쳐 이루어진 균형의 결과다. 우리는 인류에 의한 환경오염이 지구대기층의 균형에 얼마나 쉽게 손상을 줄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열권의 급격한 축소변화를 감지한 이때에, ‘열권은 우리와는 먼 곳의 일이니까…’라며 가볍게 넘기기만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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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준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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