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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로봇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스티븐 호킹은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고 있는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다. 그는 스무살 때만 해도 조정경기를 즐기고 여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던 정상인이었다. 그런데 대학 3학년에 진급하면서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척수신경이나 간뇌의 운동세포가 파괴돼 근육을 전혀 못 쓰게 되는 루게릭병에 걸린 것이다. 결국 그는 하루 아침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연구생활을 돕는 조수가 있다. 바로 특별히 제작된 컴퓨터와 음성합성기이다. 호킹의 휠체어에 부착된 이 컴퓨터는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릴 때마다 그의 생각을 화면에 옮겨 놓는다. 또 머리와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작동되기도 한다. 음성합성기는 컴퓨터가 읽어낸 그의 생각을 유창한 '미국식 발음'(최근 영국식으로 발음하는 것이 나왔지만 적응하기 힘들다고 거부했다)으로 표현해낸다. 그는 이것을 이용해 특유의 낙천적인 농담을 즐기고 있다. 컴퓨터와 음성합성기가 부착된 호킹의 휠체어는 한마디로 재활로봇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활로봇은 호킹처럼 유명하거나 돈이 많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재활로봇을 대중화하기 위해 힘쓰는 곳이 있다.

재활로봇 개발하는 KAIST 시스템제어연구실

KAIST에서 본격적으로 재활로봇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2년이다. 15년 동안 공장 자동화를 위한 산업로봇 연구해 온 전자공학과의 번증남 교수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시스템을 개발하면서부터다.

1991년 번 교수는 미국 학회에서 지휘자의 동작을 감지해 연주하는 시스템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 미국학자가 수화통역시스템에 응용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뒤띔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변 교수는 공장자동화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인간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더구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현재 거의 개발이 끝나가고 있는 수학로봇은 4백여 단어를 인식할 만틈 발전했다. 이것은 장애인이 특수장갑을 끼고 수화를 하면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가 이를 읽어 음성과 문자로 통역해준다. 수화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다. 이를 이해하려면 손의 모양과 움직이는 방향, 손이 몸의 어느 위치에 있는가, 얼굴 표정은 어떠한가를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컴퓨터 공학에 속한다. 만약 수화로봇이 6백단어 이상 인식할 수 있다면 수화통역사를 대신해 일상대화를 통역할 수 있다.

변증남 교수의 시스템제어연구실이 착수한 두번째 연구는 판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재활공학시스템(KARES)이다. 일명 '휠체어 로봇'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몸을이동시켜주고, 먹고 싶은 음식을 입에 넣어준다. 물론 목이 마르면 물도 떠준다. 그러나 이 기술 역시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사물을 3차원으로 인식해야 하고, 잡은 물건이 떨어지거나 부서지지 않도록 로봇 손이 힘과 중력을 적절히 안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한 KAIST 연구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한다. 세번째 연구는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로봇이다. 1997년 개발에 착수한 이 로봇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잡이 노릇을 한다. 앞쪽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로봇 뒤에 센서가 달려 있어 뒤따라오는 장애인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개를 훈련시킨 맹도견은 한마리당 3천만원을 호가하며, 훈련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개는 모든 건물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다. 그래서 값싼(4백만원 수준)안내견 로봇의 개발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의 88%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때문에 생긴다. 이러한 수치는 원래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보다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누구에게나 장애가 찾아올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재활로봇 개발이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도 장애인과 노령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KAIST 시스템제어연구실에는 현재 변증남 교수를 중심으로 5명의 책임연구원, 3명의 선임연구원, 16명의 일반연구원이 있다. 또 11명이 박사과정을, 7명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졸업생은 석사 1백40여명, 박사 5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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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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