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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허물 벗어버리는 마음 웰빙

깜깜한 밤, 무심코 창문 밖을 내다보기 싫다는 생각이 든 적 있는가. (고층 아파트에 사는데) 누군가가 창을 두드린다는 식상한 공포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혹시 힘없이 떨어지는 사람을 목격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최고의 자살 국가’라는 오명을 쓴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한다. 통계개발원이 한국사회과학자료원에 의뢰해 만든 ‘2009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40분에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언론에서는 자살률이 증가하는 이유로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사회 분위기와 좁혀지지 않는 빈부 격차를 꼽는다. 하지만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깜깜한 세상 속으로 몸을 내던지는 안타까운 영혼이 있다. 또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북유럽 국가에서도 자살률이 높은 사실을 볼 때 어려운 경제만이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다른 이에 비해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충동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죽으면 고통이 다 사라져 편안해질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 때문”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급증하는 자살률을 낮추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신건강 지키려면 ‘앞머리’와 ‘세로토닌’ 써라



환절기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청결히 하고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한다.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을 지키려면 정신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주관과 자존감, 긍정적인 마음을 지켜야 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앞머리’를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현대인이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이유는 ‘앞머리’를 점점 쓰기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뇌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두엽은 판단력과 집중력에 관여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기능을 담당한다. 반면 ‘뒷머리(후두엽)’는 희로애락을 담당해 충동과 욕구를 느낀다. 감정을 조절해 고차원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려면 전두엽이 왕성하게 활동해야 한다. 나 교수는 “전두엽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일을 결정하거나 진행할 수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할 때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하고 재미있게 정보를 주는 TV에서 벗어나 신문이나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전두엽을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 이시형 박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세로토닌은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폭주하지 않도록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하고 이성적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만든다. 강력한 즐거움을 주는 도파민은 그 쾌락 때문에 중독의 위험이 있다. 술이나 환각 성분이 몸에 들어오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촉진한다. 비정상적인 도파민 분비가 반복되면 뇌는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되고 결국 중독에 이른다. 반면 세로토닌은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로토닌 신경에는 자기 억제 회로가 있어 분비량이 지나치게 많을 때는 원래 세포로 다시 흡수해 균형을 맞춘다.















이 박사는 “몸속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극소량이지만,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면 정신을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세로토닌이 활성화된 사람은 경쟁적인 사회에서도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다.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나고 충동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데 능숙할 뿐 아니라 긍정적이다.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면 전두엽의 기능도 활발해진다. 전두엽을 사용하면 세로토닌도 활성화된다. 세로토닌을 잘 활용하라는 이 박사의 주장과 '앞머리’를 굴리라는 나덕렬 교수의 주장은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이시형 박사는 저서 ‘세로토닌 하라’에서 세로토닌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처럼 평범한 일상에서도 감동받고, 눈물이 난다면 펑펑 울라”면서 “주말에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감상하고 명상하는 취미가 좋다”고 조언했다. 또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도록 억지로라도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강원도 홍천에서 자연과 함께 즐기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치유의 집 ‘힐리언스 선(仙)마을’의 촌장이기도 하다.







‘건강한 죽음’ 고민하면 정신이 건강하다



웰빙과 함께 웰다잉 즉, ‘잘 죽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웰다잉은 죽음을 철저하게 준비해 갑자기 죽음이 닥치더라도, 삶을 잘 마무리하고 여유 있게 떠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한 자살예방·방지프로그램이나 시한부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가 전부였다. 지금은 일반 사람도 죽음의 의미와 웰다잉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살률이 최고조에 오른 현실은 한국 사회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증거다. 자살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죽음에 대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한림대에서 생사학연구소를 이끄는 오진탁 철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처럼 여긴다”며 “죽음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 같은 어리석은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률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자살예방·방지센터에서는 상담과 약물을 통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자살예방·방지센터를 운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죽는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오 교수는 “죽음과 자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생명경시풍조와 개인의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웰다잉이 중요한 이유는 편안하게 죽는 방법을 생각하면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지 심사숙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생 동안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좋은 사람을 많이 알고 지냈더라도 자살로 끝이 난다면 행복하고 훌륭한 인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살이 행복하게 살 권리뿐 아니라 편안하게 죽을 권리마저 포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정신적 또는 심리적인 문제로 ‘죽느냐, 사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위 사람의 시선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병만 키울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정신질환자를 침대에 묶어두는 장면이 나오지만 극적인 장면을 위한 설정일 뿐, 실제로 정신과 치료는 대부분 약물치료와 상담으로 이뤄진다.



정신과에서 처방한 약물을 오랫동안 먹으면 중독된다거나 바보가 된다는 잘못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약물치료를 거부하면 초기에 나을 수 있는 질환도 지속되거나 심각한 병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정신과 약에 대해 의심이 들거나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뇌신경에 문제가 생겼거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할 때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약물치료”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2주 안에 수면과 식욕이 회복되고 3~4주 후에는 증상이 거의 사라진다.







상담치료는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환자의 사회적 지위와 가정환경, 인생 등을 고려해 진행한다.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환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파악하면 현재 정신질환의 원인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놀이와 음악, 그림으로 마음을 연다



하지만 상담치료에도 한계가 있다. 대화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성적인 환자는 생각과 감정, 과거의 상처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의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우려 때문에 솔직히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정신과에서는 놀이와 음악, 그림을 매개체로 삼아 환자가 무의식에 감춰진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치료 방법도 활용한다.



서울 은평병원 김보람 놀이치료사는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놀이에서 이김으로써 자아존중감을 키울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병원의 문지영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직접 작곡해 보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치료는 주제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방식이다. 김양희 미술치료사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편하게 참여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술치료에서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자화상을 그리거나, 대인관계를 배우기 위해 협동화를 그린다.



2009년 국립서울병원에서는 미술치료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를 보고했다. 오랜 정신질환으로 사회에 나가기를 꺼리던 한 30대 남성은 심하게 위축된 탓에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 그는 자기 집을 그린 뒤 “다른 사람의 방과 내 방은 그림에서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단절돼 있고 거의 왕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과거 경험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스스럼없이 설명했다.



병원이 아닌 사설기관도 미술 심리 상담을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상담일 뿐, 치료는 아니다. 정신질환자가 호전된 사례가 있더라도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가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정신건강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마음속에 분노와 상처를 담아두지 않고 밖으로 표출해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극심한 경쟁사회와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가끔 하늘과 자연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다면 ‘마음병’과 자포자기식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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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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