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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 2510km









인도인의 삶의 중심인 힌두교는 이 강을 따라 번성했다. 사람들은 이 강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고 음식을 만든다. 강을 따라 수많은 사원이 생겼다.



갠지스강을 여행하는 일은 엄청난 모험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탐험가들이 도전했지만 누구도 강의 전부를 들여다보지 못했다.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올랐던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역시 1977년 강물의 원류를 찾아가는 탐험을 시도했지만, 히말라야의 거친 물살과 깊은 협곡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갠지스강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엄청난 급류와 계곡을 지나 평원을 내달리고 모래밭을 헤치는 2510km를 흐르고서야 그 끝인 벵골만에 닿는다. 필자는 4월 6일부터 6월 21일까지 77일간 히말라야 강고트리에서 벵골만까지 갠지스강 전 구간을 무동력으로 탐험했다. 히말라야를 걷고 급류에서는 래프팅을 하고 대부분의 구간을 카약(나무와 동물가죽으로 만든 길쭉한 배. 대개 1인승으로 배 가운데 뚫린 구멍 속에 앉는다)으로 이동했다.



하루에 10시간 정도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거리는 30~40km. 작은 마을조차 없어서 늘 나무그늘 아래에 텐트를 치고, 음식을 구하지 못해 수박으로 한 달을 견뎌야 할 만큼 탐험은 가혹했다. 그렇지만 자연 속의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의 감동은 피곤함을 잠시 잊게 했다. 특히 세계적인 보호어종인 갠지스강 돌고래와 함께 강물을 내달린 경험은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77일간의 탐험, 사람과 자연과 역사의 이야기로 차고 넘치는 갠지스강으로 떠나 보자.



신이 내린 강물과 함께 하다



갠지스강은 힌두의 정신을 담고 있다. 힌두교인들은 갠지스강을 신이 내린 축복이자 선물이라 생각하고 일생을 이 강과 함께한다. 강물로 몸을 씻고 음식을 만들고 목을 축인다. 이생에서의 삶이 다할 즈음이면 강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강의 원류를 신성시하는 이유는 바로 ‘눈의 왕’의 딸이 지상에 내려와 강이 됐기 때문이다. 사두라 불리는 수행자들은 원류지역인 히말라야 계곡까지 찾아와 움막을 짓고 그들만의 수행을 한다. 강물을 따라 생겨난 리시케쉬, 하리드와르, 알라하바드, 바라나시 같은 신성한 도시엔 늘 찬양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도시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원이 지어져 있다. 강가(갠지스강을 일컫는 인도식 표현)의 가트(선착장을 의미하는 단어이나 힌두에서는 목욕을 하고 예배를 하는 곳을 의미)에 해가 질 무렵이면 사람들은 찬양을 하고 꽃을 띄워 보내고 성화를 밝혀 신께 바친다. 차가운 강물과 뜨거운 불, 짙푸른 강물 위의 붉은 꽃잎, 검푸른하늘과 시뻘건 불길이 대조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쿰부멜라가 열린 하리드와르와 주변은 순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축제는 3년에 한번씩 4개 도시를 돌아가며 열리는 힌두교 최대의 축제다. 오늘도 강물은 붉은 꽃잎과 촛불로 밝아지고 사람들의 뜨거운 체온으로 더워진다.







뜨거운 모래가 갠지스강 삼키다



5~6월의 인도, 그 중에서도 우타르프라데시와 비하르주가 있는 인도 중북부의 평원은 연중 가장 덥다. 이 시기에 히말라야의 빙하가 서서히 녹으며 강물이 조금씩 불어난다. 중부지역엔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 몬순이 시작된다. 몬순은 5월에 시작돼 6~7월에 가장 거세지다가 8월이 지나면서 약해진다. 엄청난 강풍이 불어 닥치고 비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이런 여건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몬순 때 이곳을 여행한 이유는 갠지스강의 ‘쌩얼’을 보고 싶어서였다. 5월의 어느 날, 보통 때처럼 카약에 올라앉아 갠지스강을 지나고 있었다.







35℃나 되는 뙤약볕 아래서 노를 젓는데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점점 세지고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파도가 높아지고 카약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뭍으로 올라와 초가 움막에 몸을 숨겼다.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급기야 30m쯤 떨어진 오두막이 한방에 날아갔다. 눈앞에서 집 한 채가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처음 목격한 순간이었다. 마을 주민 10여 명과 대나무 기둥을 붙잡고 버티기를 30분, 움막의 기둥이 반쯤 뽑혔지만 다행히 날아가진 않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날 폭풍은 인도 남부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때문에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만 38명이 숨지고 가옥 수백 채가 파괴됐다.



갠지스강에서는 때론 이렇게 폭풍우가 닥치기도 한다. 비가 내리고 상류에서 물이 흐르기 전에는 강물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다. 모래바닥은 점점 넓어져 이제는 사막처럼 변했다. 인도 서부 타르사막에서나 볼 수 있던 낙타가 이곳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이 됐다. 강물의 일렁임 대신 사막처럼 사구가 춤을 추고 멀리 시커먼 강물이 흘렀다. 머지않아 강물은 모래더미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산 자와 죽은 자들







탐험을 하다보면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지역에 많이 간다. 오지에는 야생의 자연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그들만의 문화와 관습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갠지스강은 종교적 의미에서 신의 강, 영혼의 강이면서 현실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강이기도 하다. 나는 6000리 강물을 여행하며 수없이 많은 이들을 만났다. 히말라야에서는 수행하는 사두를 만나 그의 거처에서 쉬어갈 수 있었고 산길을 따라 나무하는 아낙네와 당나귀를 모는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우내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 텅 빈 산악마을에선 동네 부인들과 차를 나누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만남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의 삶과 죽음을 동일한 공간과 시간에서 만났던 것이다. 힌두교인들은 묘를 쓰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몸을 불태워 갠지스강에 뿌리는 것을 가장 복된 장례로 생각한다. 그러나 빈부에 따라 어떤 이는 잘 화장되고 어떤 이는 화장되지 못한다. 그러니 나는 강물 위에서 수많은 죽은 이들과 만나야만 했다. 코끝을 찌르는 썩는 냄새에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망자의 초점 잃은 시선이 내 어깨를 스쳐간다. 배고픈 개들은 죽은 노인의 몸에 달라붙어 살점을 뜯느라 정신이 없다. 옆에선 죽음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를 어린 아이들이 깔깔대며 물장구를 친다. 거친 자연 속에서의 삶은 갠지스강 풍경처럼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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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남영호 탐험 사진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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