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천문대 60cm망원경을 통해 식쌍성연구에 많은 연구성과를 올렸다.
우리 천문대는 현재 소백산천문대에 60cm 광학 망원경과 이에 따른 여러 관측 보조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건물 하나를 첨성대의 모습을 본따 지어 고려시대의 서운관, 조선시대의 관상감으로 맥을 이어 내려온 우리 민족의 찬란한 천문학적 전통을 일깨워 주고 있다.
천문대의 전신이었던 국립천문대는 74년 9월에 설립됐는데, 60cm 광학 망원경을 소백산에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보다 2년전인 72년 5월 한국천문학회에서다. 소백산천문대는 78년 9월 준공됐다.
소백산천문대 초기에 그곳에 근무하던 선배들이 겪은, 눈을 녹여 밥을 해먹었다는 고생담은 아직도 천문학계에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오직 우주를 향한 정열 하나로 눈도 녹지 않은 산길을 관측 장비를짊어지고 오르내린 선배들의 고난이 없었더라면, 보현산에 1.8m의 거대한 망원경을 갖게 될 오늘의 천문대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팔로마 헤일망원경에서 케크로 발견
광학망원경으로 세계 최대는 1948년 건설된 미국의 팔로마산 천문대에 있는 지름 5m짜리 헤일망원경이다.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옛소련의 체렌추크스카천문대의 6m망원경이 있지만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팔로마산 천문대 것을 최고로 한다.
광학망원경은 지름이 늘어남에 따라 관측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지름 5m 이상이 넘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커다란 지름을 이길 수 있는 반사경의 두께가 확보돼야 한다. 5m 짜리의 경우 두께는 60c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40t. 만약 지름 10m 망원경을 확보하자면 반사경만 3백t 이상의 무게가 나간다. 여기에 여러가지 장치를 부가하면 1천t이 쉽게 넘어간다. 1천t이 넘는 대형망원경에서 조금이라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하나 반사경의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외부온도와 열적평형을 이루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잘 연마된 광학면이라도 낮과 밤의 기온차에 따른 팽창 수축이 일어나 반사경의 정밀도를 떨어뜨린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90년대에 들면서 5,6m의 장벽을 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엷은 초생달 모양의 반사경을 만들기도 하며 반사경의 유리를 벌집구조로 만들어 중량을 줄인 형태도 있다.
미국은 국립광학천문대(NOAO)에서 지름 8m짜리를 제작하고 있으며(하와이에 설치, 1997년 완성 예정), 일본은 국립천문대에서 지름 8.2m의 망원경을 제작해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건설할 예정이다. 유럽남부천문대(ESO)에서도 8m를 주경으로 4대의 망원경을 보유하는 새로운 관측소를 설립할 예정이다(90년대 중반 완공 예정).
각국의 국립천문대가 주도하는 대형망원경 계획말고는 석유왕 케크가 기부한 돈을 가지고 캘리포니아 대학팀의 넬슨이 만든 케크망원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1.8m짜리 36매를 조합해 만든 케크망원경은 지름 10m짜리에 버금간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등선에 세워진 케크망원경은 지난해에 이미 망원경 하나를 완성했으며 1999년에 또하나의 망원경을 제작할 예정이다.
(사진1)에는 소백산천문대의 60cm 망원경으로 촬영한 토성의 사진이 게재되어 있다. 미국의 보이저(Voyager) 우주선이 촬영한 토성 사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사진이 한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광학 망원경으로 찍는 천체 사진들은 이 정도의 선명함이 보통이다.
작지만 매운 60cm 망원경
사실 천문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직경 60cm 짜리는 세계적 추세에 미루어봤을 때 한 나라의 대표격 망원경으로는 부끄러운 정도의 크기라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한 한계 내에서도 우리 천문대는 그 직경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식쌍성(eclipsing binary, 한 별이 다른 별을 가리워 밝기가 변하는 쌍성)의 연구에 집중, 많은 결과를 내놓았다.
위 결과들은 1990년 11월5일부터 13일까지 서울과 대전에서 옛소련 등 동구권 15명을 포함한 외국인 1백여명과 내국인 40여명 등 총 1백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린 쌍성연구 국제학술대회로 집약되었다. 천문대가 연대 천문대, 한국우주과학회와 같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 발표된 논문은 총 1백여편에 이르렀는데, 이 행사를 통하여 국내 학계의 연구수준 및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 여겨진다.
소백산천문대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서울대 천문대, 연세대 천문대의 60cm 망원경의 공적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학 중 경희대와 세종대에서 최근 지름 75cm 광학 망원경을 들여와 기존의 60cm 망원경들과 함께 우주 관측망을 형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