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현미경으로 세포의 생김새만 파악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화나 순환, 호흡, 배설과 같이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아직 보지못해요. 세포가 활동할 때 단백질이나 이온이 넘나드는데, 이런 현상을 규명하려면 살아 있는 세포를 찍는 현미경이 필요하거든요. 우리는 그 현상을 포착하려고 합니다.”
3차원나노광이미징시스템 연구단장인 김덕영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세포에 대한이야기부터 꺼내놓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현미경은 살아 있는 세포의 단백질 하나, 분자 하나까지 나노 규모(1nm=10-9m)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그 장면을 3차원으로 이미지화하거나 실시간 영상으로 제공해야 하고요. 우린 이 세가지 목적을 만족시키는 현미경을 만들고 있어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가만히 듣고 보니 김 교수가 정한 연구의 목적도 정보통신보다는 생물학에 가깝다. 이쯤 되면 연구단의 학문 기반이 어디인지 슬슬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은 모두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이들이 참석하는 학회의 대부분은 생물학이나 생명과학에 속한단다. 지금 준비 중인 논문들 역시 생물학과에 있는 연구실과 공동작업해서 얻은 결과들이다.
김 교수가 잠깐 다른 연구원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박사과정에 있는 김동욱 연구원에게 정보통신공학과에서 왜 현미경을 만드는지 살짝 물었다. 그는 "광학현미경은 매우 높은 밀도의 빛을 시료에 쪼여주고 이 시료에서 방출되는 빛을 검출해서 상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정보통신공학은 여러 가지 광학 소자를 다루는 이론을 배우고 기술적인 노하우를 갖출 수 있어 현미경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를 따라 연구단이 직접 만든 현미경을 보기 위해 실험실로 갔다. 현미경들은 흔히 학교에서 보는 현미경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한눈에 봐서는 시료를 어디에 넣고, 어디로 보는 것인지 모를 만큼 매우 복잡했다. 김 교수가 빛을 발생하는 레이저, 빛을 이동시키는 광섬유, 빛을 반사하거나 회절시키는 각종 렌즈와 미세한 구멍들을 설명해줬다. 복잡하고 정교한 부품들을 보니 왜 정보통신공학과에서 현미경을 만드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세포 관찰하는 유일한 광학현미경
연구단에서 만들고 있는 현미경들은 모두 최첨단 레이저를 사용하는 광학현미경이다. 초중고등학교 생물실험실에서 볼 수 있는 현미경도 바로 광학현미경의 일종이다. 하지만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이들 현미경은 가시광선의 파장(380~770nm)보다 작은 물체는 관찰할 수 없다. 빛은 파장의 절반 정도 되는 물체까지만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작은 물체는 빛의 긴 파장에 묻혀 버린다. 따라서 수μm(1μm=10-6m) 크기의 미생물이나 세포를 관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 광학현미경도 수nm 크기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사용하는 빛의 파장을 짧게 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파장을 마냥 줄일 수만도 없어요. 빛의 파장이 350nm 이하로 내려가면 방출되는 광자의 에너지가 너무 세져서 세포의 구조를 바꿔버립니다. 분해능이 1nm에 달하는 X선 현미경을 살아 있는 세포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사실 분해능이라면 20세기 초에 등장한 전자현미경만 한 게 없다. 전자현미경은 빛보다 파장이 더 짧은 전자빔을 이용하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없었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까지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시료를 바싹 말려서 표면에 금속성 물질을 입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보는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광학현미경은 비교적 낮은 에너지의 광자로 시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므로 살아 있는 시료를 보기에 적합하다. 시료에서 나오는 광학 스펙트럼을 이용하면 분자 특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근적외선 대역의 광학 스펙트럼 영역은 매질에서 전자가 전이할 때 방출하는 에너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단은 형광염료의 수명을 연구하고 있다. 형광염료는 세포의 활동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표로 활용되는 물질이다. 보고자 하는 부위를 형광염료로 염색하고 특정 파장의 빛을 쪼여주면, 형광염료가 빛을 흡수해서 흡수한 파장보다 약간 긴 파장의 빛을 다시 방출한다. 광학현미경의 일종인 형광현미경은 형광염료에서 방출한 빛만,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거울로 잡아낸다. 이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형광염료가 달라붙어있는 분자의 밀도라든지 세포 내부의 이온이나 산성도를 알아낼 수 있다.
기존의 형광현미경은 형광의 세기만 구분했다. 그래서 단순히 형광물질이 밀도가 높게 염색됐을 뿐인데도 형광 세기가 높으면 이온 농도가 높거나 산성도가 높다고 분석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단은 형광수명에 주목했다. 형광수명이란 들뜬 상태의 전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빛을 발생시키는 시간을 말한다. 형광수명은 형광물질의 양에 의존하지 않고 이온 농도나 산소 농도, 산성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해 물질에 따라 고유한 값을 나타냈다. 형광수명을 재려면 먼저 세포의 특정 지점에 짧은 펄스 형태의 빛을 쏘고 그 지점의 형광염료로부터 방출되는 형광펄스를 광검출기로 측정한다. 하지만 검출기로 측정한 스펙트럼은 검출기의 기계적인 오차나 실험 오차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항상 이상적인 스펙트럼과 차이가 난다. 그래서 기존에는 복잡하더라도 관찰하는 지점에 에너지가 다른 광자들을 하나씩 쏴서 이상적인 스펙트럼 모양과가깝게 만들고 이때의 시간을 분석해서 평균수명을 구했다. 이 방법은 정확한 실험값을 얻을 수 있지만 실험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연구단은 하나의 펄스마다 광자 하나의 값만 처리할 게 아니라 여러 개의 광자를 한꺼번에 처리하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광자의 값을 한 번에 처리하면 왜곡된 값이 나오겠지만 ‘평균시간지연’ 방법이라는, 평균을 처리하는 통계학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비교적 정확한 값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새로운 방법을 적용한 결과는 기존의 결과와 거의 다르지 않았지만 측정 시간은 10배나 빨랐다. 장비를 개선하거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도 작은 아이디어를 적용함으로써 빛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낮은 에너지로도 선명한 결과 내는 2광자흡수 현미경
최근 연구단은 ‘2광자흡수 현상’을 이용한 고분해능 현미경을 만들고 있다. 2광자흡수란 예를 들어 파장 300nm의 광자를 흡수하는 원자나 분자가 이 에너지의 절반인, 파장 600nm(파장이 길어지면 에너지는 줄어든다)의 광자 두 개를 흡수할 때 들뜬 상태가 되는 현상이다. 연구단은 파장이 1064nm인 적외선 펄스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해 2광자흡수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을 사용하면 500nm대에서 광자를 흡수하는 조직이나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의 피부 조직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파장이 1064nm인 빛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파장이 피부조직에서 흡수와 산란이 가장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욱 연구원은“파장이 1064nm인 빛은 원래 피부세포에 들어 있는 자체 형광물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선명하고 깨끗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관심 조직에 형광물질로 염색을 한 뒤 빛을 쪼였는데 조직 내에 들어 있던 자체 형광물질이 같이 들뜬 상태가 되면 불필요한 정보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파장이 1064nm의 빛은 피부조직 속의 자체 형광물질을 들뜨게 하지 않는다. 파장이 1000nm 이상인 빛으로 2광자흡수 현미경을 만드는 곳은 미국 어바인대와 함께 3차원나노광이미징시스템 연구단이 유일하다. 김 교수는“2광자흡수 현미경은 투과성이 좋은 근적외선 파장 대역이기 때문에 수백μm 깊이까지 관찰할 수 있다”며“이런 장점은내시경 기구와 결합해 의료영상 기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떨고 있는 적혈구 포착
형광현미경과 2광자흡수 현미경은 모두‘공초점' 방식이다. 공초점이란 시료로부터 반사되거나 방출된 빛이 여러 개의 광학 소자를 통과해 검출기에 도달하면 검출기 앞에 있는 조리개가 초점이 맞은 상만을 내보내는 방식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의 상은 제거되기 때문에 기존의 형광현미경에 비해 해상도가 40% 정도 높아진다. 또 2차원 공간의 이미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고 매순간 한 지점, 즉 사진으로 따지면 화소 하나의 정보만 구하므로 공간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빛을 쏘아주면 2차원 혹은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더. 연구단은 빛을 이용해서 세포의 3차원 형상을 볼 수 있는 전영역 간섭현미경을 만들었다. 세포에 화학 변화가 일어나면 부피가 변하면서 세포의 높이가 변한다. 연구단은 간섭현미경을 이용해서 세포의 형태를 3차원으로 구현하고 이때의 세포 두께를 정량적으로 계산해냈다. 이는 그동안 생물학자들이 염원하던 기술이다.
간섭현미경으로 연구단은 적혈구가 떠는 모습을 잡아냈다. 1초에 100번 이상 찍을 수 있는 촬영속도 덕분이다. 김 교수는“간섭현미경은 현재 파장의 1000분의 1 수준의 위상 분해능을 얻을 수 있어 시료의 미세한 변화를 고속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김 교수는 광학현미경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1세기 광학현미경 기술은 광원 기술과 나노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어요. 특히 차세대 성장 동력원이 될 생명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수요가 발생할 것 같아요. 우리의 기술이 그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할 예정입니다."
3차원나노광이미징시스템 연구단장인 김덕영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세포에 대한이야기부터 꺼내놓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현미경은 살아 있는 세포의 단백질 하나, 분자 하나까지 나노 규모(1nm=10-9m)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그 장면을 3차원으로 이미지화하거나 실시간 영상으로 제공해야 하고요. 우린 이 세가지 목적을 만족시키는 현미경을 만들고 있어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가만히 듣고 보니 김 교수가 정한 연구의 목적도 정보통신보다는 생물학에 가깝다. 이쯤 되면 연구단의 학문 기반이 어디인지 슬슬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은 모두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이들이 참석하는 학회의 대부분은 생물학이나 생명과학에 속한단다. 지금 준비 중인 논문들 역시 생물학과에 있는 연구실과 공동작업해서 얻은 결과들이다.
김 교수가 잠깐 다른 연구원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박사과정에 있는 김동욱 연구원에게 정보통신공학과에서 왜 현미경을 만드는지 살짝 물었다. 그는 "광학현미경은 매우 높은 밀도의 빛을 시료에 쪼여주고 이 시료에서 방출되는 빛을 검출해서 상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정보통신공학은 여러 가지 광학 소자를 다루는 이론을 배우고 기술적인 노하우를 갖출 수 있어 현미경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를 따라 연구단이 직접 만든 현미경을 보기 위해 실험실로 갔다. 현미경들은 흔히 학교에서 보는 현미경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한눈에 봐서는 시료를 어디에 넣고, 어디로 보는 것인지 모를 만큼 매우 복잡했다. 김 교수가 빛을 발생하는 레이저, 빛을 이동시키는 광섬유, 빛을 반사하거나 회절시키는 각종 렌즈와 미세한 구멍들을 설명해줬다. 복잡하고 정교한 부품들을 보니 왜 정보통신공학과에서 현미경을 만드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세포 관찰하는 유일한 광학현미경
연구단에서 만들고 있는 현미경들은 모두 최첨단 레이저를 사용하는 광학현미경이다. 초중고등학교 생물실험실에서 볼 수 있는 현미경도 바로 광학현미경의 일종이다. 하지만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이들 현미경은 가시광선의 파장(380~770nm)보다 작은 물체는 관찰할 수 없다. 빛은 파장의 절반 정도 되는 물체까지만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작은 물체는 빛의 긴 파장에 묻혀 버린다. 따라서 수μm(1μm=10-6m) 크기의 미생물이나 세포를 관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 광학현미경도 수nm 크기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사용하는 빛의 파장을 짧게 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파장을 마냥 줄일 수만도 없어요. 빛의 파장이 350nm 이하로 내려가면 방출되는 광자의 에너지가 너무 세져서 세포의 구조를 바꿔버립니다. 분해능이 1nm에 달하는 X선 현미경을 살아 있는 세포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사실 분해능이라면 20세기 초에 등장한 전자현미경만 한 게 없다. 전자현미경은 빛보다 파장이 더 짧은 전자빔을 이용하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없었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까지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시료를 바싹 말려서 표면에 금속성 물질을 입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보는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광학현미경은 비교적 낮은 에너지의 광자로 시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므로 살아 있는 시료를 보기에 적합하다. 시료에서 나오는 광학 스펙트럼을 이용하면 분자 특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근적외선 대역의 광학 스펙트럼 영역은 매질에서 전자가 전이할 때 방출하는 에너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단은 형광염료의 수명을 연구하고 있다. 형광염료는 세포의 활동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표로 활용되는 물질이다. 보고자 하는 부위를 형광염료로 염색하고 특정 파장의 빛을 쪼여주면, 형광염료가 빛을 흡수해서 흡수한 파장보다 약간 긴 파장의 빛을 다시 방출한다. 광학현미경의 일종인 형광현미경은 형광염료에서 방출한 빛만,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거울로 잡아낸다. 이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형광염료가 달라붙어있는 분자의 밀도라든지 세포 내부의 이온이나 산성도를 알아낼 수 있다.
기존의 형광현미경은 형광의 세기만 구분했다. 그래서 단순히 형광물질이 밀도가 높게 염색됐을 뿐인데도 형광 세기가 높으면 이온 농도가 높거나 산성도가 높다고 분석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단은 형광수명에 주목했다. 형광수명이란 들뜬 상태의 전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빛을 발생시키는 시간을 말한다. 형광수명은 형광물질의 양에 의존하지 않고 이온 농도나 산소 농도, 산성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해 물질에 따라 고유한 값을 나타냈다. 형광수명을 재려면 먼저 세포의 특정 지점에 짧은 펄스 형태의 빛을 쏘고 그 지점의 형광염료로부터 방출되는 형광펄스를 광검출기로 측정한다. 하지만 검출기로 측정한 스펙트럼은 검출기의 기계적인 오차나 실험 오차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항상 이상적인 스펙트럼과 차이가 난다. 그래서 기존에는 복잡하더라도 관찰하는 지점에 에너지가 다른 광자들을 하나씩 쏴서 이상적인 스펙트럼 모양과가깝게 만들고 이때의 시간을 분석해서 평균수명을 구했다. 이 방법은 정확한 실험값을 얻을 수 있지만 실험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연구단은 하나의 펄스마다 광자 하나의 값만 처리할 게 아니라 여러 개의 광자를 한꺼번에 처리하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광자의 값을 한 번에 처리하면 왜곡된 값이 나오겠지만 ‘평균시간지연’ 방법이라는, 평균을 처리하는 통계학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비교적 정확한 값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새로운 방법을 적용한 결과는 기존의 결과와 거의 다르지 않았지만 측정 시간은 10배나 빨랐다. 장비를 개선하거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도 작은 아이디어를 적용함으로써 빛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낮은 에너지로도 선명한 결과 내는 2광자흡수 현미경
최근 연구단은 ‘2광자흡수 현상’을 이용한 고분해능 현미경을 만들고 있다. 2광자흡수란 예를 들어 파장 300nm의 광자를 흡수하는 원자나 분자가 이 에너지의 절반인, 파장 600nm(파장이 길어지면 에너지는 줄어든다)의 광자 두 개를 흡수할 때 들뜬 상태가 되는 현상이다. 연구단은 파장이 1064nm인 적외선 펄스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해 2광자흡수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을 사용하면 500nm대에서 광자를 흡수하는 조직이나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의 피부 조직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파장이 1064nm인 빛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파장이 피부조직에서 흡수와 산란이 가장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욱 연구원은“파장이 1064nm인 빛은 원래 피부세포에 들어 있는 자체 형광물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선명하고 깨끗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관심 조직에 형광물질로 염색을 한 뒤 빛을 쪼였는데 조직 내에 들어 있던 자체 형광물질이 같이 들뜬 상태가 되면 불필요한 정보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파장이 1064nm의 빛은 피부조직 속의 자체 형광물질을 들뜨게 하지 않는다. 파장이 1000nm 이상인 빛으로 2광자흡수 현미경을 만드는 곳은 미국 어바인대와 함께 3차원나노광이미징시스템 연구단이 유일하다. 김 교수는“2광자흡수 현미경은 투과성이 좋은 근적외선 파장 대역이기 때문에 수백μm 깊이까지 관찰할 수 있다”며“이런 장점은내시경 기구와 결합해 의료영상 기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떨고 있는 적혈구 포착
형광현미경과 2광자흡수 현미경은 모두‘공초점' 방식이다. 공초점이란 시료로부터 반사되거나 방출된 빛이 여러 개의 광학 소자를 통과해 검출기에 도달하면 검출기 앞에 있는 조리개가 초점이 맞은 상만을 내보내는 방식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의 상은 제거되기 때문에 기존의 형광현미경에 비해 해상도가 40% 정도 높아진다. 또 2차원 공간의 이미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고 매순간 한 지점, 즉 사진으로 따지면 화소 하나의 정보만 구하므로 공간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빛을 쏘아주면 2차원 혹은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더. 연구단은 빛을 이용해서 세포의 3차원 형상을 볼 수 있는 전영역 간섭현미경을 만들었다. 세포에 화학 변화가 일어나면 부피가 변하면서 세포의 높이가 변한다. 연구단은 간섭현미경을 이용해서 세포의 형태를 3차원으로 구현하고 이때의 세포 두께를 정량적으로 계산해냈다. 이는 그동안 생물학자들이 염원하던 기술이다.
간섭현미경으로 연구단은 적혈구가 떠는 모습을 잡아냈다. 1초에 100번 이상 찍을 수 있는 촬영속도 덕분이다. 김 교수는“간섭현미경은 현재 파장의 1000분의 1 수준의 위상 분해능을 얻을 수 있어 시료의 미세한 변화를 고속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김 교수는 광학현미경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1세기 광학현미경 기술은 광원 기술과 나노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어요. 특히 차세대 성장 동력원이 될 생명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수요가 발생할 것 같아요. 우리의 기술이 그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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