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C 사용을 규제한 몬트리올 협약에는 선진국들의 이기적 논리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지구의 오존층파괴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염화불화탄소(CFC)의 사용규제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른 영향이 엄청나 관계와 업계에서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상공부는 지난 5월 9일 '오존층 파괴물질 제조 규제 법률안 공청회'를 열고 국제적인 움직임과 국내 산업계의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존층은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해 피부암과 백내장 등을 방지해주고 지구생태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전자제품의 세정제,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체, 에어로졸의 분사용 등으로 이용되는 CFC(프레온가스라고도 불림)가 공기중에 방출되면 이중의 염소성분이 오존층을 파괴시킨다는 사실이 70년대 중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의 심각성을 인식한 유엔환경보호기구(UNEP)는 CFC 제조금지를 주장했고, 그 결과 미국 캐나다 일본 및 유럽국가들은 87년 몬트리올의정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 내용은 △ 90년까지 오존층 파괴물질인 CFC의 사용량을 86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 99년까지는 86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 이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90년대 중반부터 CFC를 사용한 자동차 냉장고의 수입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협약에 가입한 나라는 55개국이다.
그러나 이 의정서의 내용은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듯하나 내용을 뜯어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불평등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불합리한 조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86년 기준으로 미국은 CFC 45만5천t을 사용해 전세계 사용량의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EC국가들이 36%, 일본이 12%, 소련 등 동구권국가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86년 사용량을 기준으로 제한하는 몬트리올협약은 기존에 이미 많은 사용량을 가진 국가들에게만 유리하게 돼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CFC대체물질 기술개발을 끝내놓고 있어 개발도상국의 반발이 매우 거센 편이다. 중국과 인도 대표는 오존층 파괴의 책임이 이제까지 많은 양의 CFC를 사용해온 서방선진국의 책임이기 때문에 CFC 대체기술을 개발도상국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몬트리올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도 매우 어려운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CFC 사용량은 자동차와 전자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국민 1인당 0.5㎏에 육박하고 있어, 협약 예외 대상인 0.3㎏을 훨씬 웃돌고 있다. 결국 우리도 수입규제 조치를 당하지 않으려면 몬트리올협약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CFC 대체물질(HCFC 등)의 가격이 종래 것보다 2배 이상 비싸 생산품의 원가부담이 큰데다, 아직 우리는 대체물질의 기술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선진국의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써야 하는 형편,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에 나선 선진국에 기술종속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것.
대체물질이 개발된다고 해도 이에 따라 냉장고나 에어콘의 컴프레서 등 부속기계를 대폭 바꾸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수출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선진국에 대해 대체물질의 개발기술 이전을 촉구하는 한편, 소련 등 계획경제 국가에 한해서 인정하고 있는 특례조항(국민 1인당 0.5㎏까지 사용)의 혜택을 받아 협약에 가입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
전인류가 함께 뜻을 모아 헤쳐나가야 할 지구환경보호에도 선진국들의 이기적 논리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