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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반시설 '평생 주치의'는 정보기술

지난 9월 6일 북한의 임진강 무단 방류로 야영객 6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북한당국에 있지만 홍수경보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에 더 안타깝다. 당시 군당국은 새벽에 물이 급격히 불어나는 상황을 알았음에도 민간당국에 연락하지 않았고 결국 사람들이 휩쓸려가고 1시간이 더 지난 오전 7시가 넘어서야 뒤늦게 경보가 울렸다.

“이번 사건은 사회기반시설을 제대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줬습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체계적인 운영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합니다.”대한토목학회 정보기술위원회 위원장 이상호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제 우리사회가 토목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왔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까지는 부족한 도로나 교량 같은 시설을 설계하고 만드는 데 노력을 집중했는데, 이제부터는 기존의 시설을 좀 더 잘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즉 1970년대 사실상‘제로’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많은 구조물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30~40년 된 구조물들이 화되면서 하나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래 도시‘U-시티’구현하려면

“미국의 경우 토목관련 예산의 70~80%가 시설의 유지보수에 배정됩니다. 우리나라도 10년만 지나면 비슷한 상황이 올 겁니다.”

사람도 젊을 때는 몸 관리를 제대로 안 해도 별 문제가 없다가 나이가 들면서 문제가 발생하듯이 토목구조물도 수십년이 지나면 관리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
다. 1994년 교각 사이의 상판 48m가 떨어져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관리부실로 생긴 전형적인 안전사고였다. 그렇다면 전 국토에 있는 수많은 토목
시설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을 토목분야에제대로 접목할 수만 있다면 시설물 관리체계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수년 전 대한토목학회에 정보기술위원회를
만든 이유죠.”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익숙해져 당연시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이나 DMB 휴대전화를 가능하게 만든 한국의 IT는 선진국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유독 토목분야는 아직도 IT가 낯선 영역이다. 왜 그럴까.

“토목공사는 규모가 크고 한 번 지은 구조물은 오래가므로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담당자도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IT가 적용되려면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죠.”결국 정보기술을 적용할 규칙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토목분야가 정보화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정부나 기업체에 토목과 IT의 접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하기 위해 IT를 이용해 시설물을 관리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사장교인 서해대교의 경우 상판뿐 아니라 주탑, 케이블 등 다양한 구조부재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컴퓨터 모니터로 교량의 3차원 모형을 여러 시점에서 볼 수 있고 관심이 가는 부분을 클릭하면 어떤 부품이 언제 어떻게 쓰였고 마지막 보수는 언제 했나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화면에 뜬다.

“지금은 이런 걸 보려면 설계도와 관련 문서를 일일이 뒤져야 합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죠.”

하천관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전국 하천의 수량이나 수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손금을 보듯 한눈에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이번 무단 방류 같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한편 토목에 IT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효과도 있다. 방대한 시설 관련 정보를 DB화해야 하고 수량이나 풍속
등 각종 자연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와 처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관리를 제대로 못해 안전사고가 나고 시설물의 수명이 수십 년 짧아지면 그게 오히려 더 낭비인 셈이죠.”

대한토목학회는 2007년과 2008년 사회기반시설 국가자산관리 국제심포지엄을 잇달아 열어 IT를 접목해 대형시설물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렸다. 심포지엄에서는 미래 고속도로의 운영과 관리, 국가 물관리 시설의 정보화 발전 방향 등 다양한 주제가 발표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민 대다수가 살고 있는 도시 역시 미래에는 정보기술이 접목돼 ‘U-시티’로 변화될 것이다. U-시티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을 도시공간에 융합한 도시다. 최근 경기
화성에 건설된 동탄신도시는 국내 최초로 U-시티 개념을 도입했는데, 도시통합정보센터에서 교통과 방범, 상수도 누수감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도시 유지관리비용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U-시티처럼 앞으로는 모든 대형 토목시설물은 계획, 설계 단계부터 IT를 접목해 운영하고 폐기할 때까지‘전 생애’를 관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이면 외국에 전체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을 겁니다.”미래는 정보기술이 토목분야의 평생 주치의인 셈이다.


 

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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