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사회기반시설을 제대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줬습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체계적인 운영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합니다.”대한토목학회 정보기술위원회 위원장 이상호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제 우리사회가 토목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왔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까지는 부족한 도로나 교량 같은 시설을 설계하고 만드는 데 노력을 집중했는데, 이제부터는 기존의 시설을 좀 더 잘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즉 1970년대 사실상‘제로’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많은 구조물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30~40년 된 구조물들이 화되면서 하나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래 도시‘U-시티’구현하려면
“미국의 경우 토목관련 예산의 70~80%가 시설의 유지보수에 배정됩니다. 우리나라도 10년만 지나면 비슷한 상황이 올 겁니다.”
사람도 젊을 때는 몸 관리를 제대로 안 해도 별 문제가 없다가 나이가 들면서 문제가 발생하듯이 토목구조물도 수십년이 지나면 관리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
다. 1994년 교각 사이의 상판 48m가 떨어져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관리부실로 생긴 전형적인 안전사고였다. 그렇다면 전 국토에 있는 수많은 토목
시설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을 토목분야에제대로 접목할 수만 있다면 시설물 관리체계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수년 전 대한토목학회에 정보기술위원회를
만든 이유죠.”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익숙해져 당연시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이나 DMB 휴대전화를 가능하게 만든 한국의 IT는 선진국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유독 토목분야는 아직도 IT가 낯선 영역이다. 왜 그럴까.
“토목공사는 규모가 크고 한 번 지은 구조물은 오래가므로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담당자도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IT가 적용되려면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죠.”결국 정보기술을 적용할 규칙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토목분야가 정보화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정부나 기업체에 토목과 IT의 접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하기 위해 IT를 이용해 시설물을 관리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사장교인 서해대교의 경우 상판뿐 아니라 주탑, 케이블 등 다양한 구조부재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컴퓨터 모니터로 교량의 3차원 모형을 여러 시점에서 볼 수 있고 관심이 가는 부분을 클릭하면 어떤 부품이 언제 어떻게 쓰였고 마지막 보수는 언제 했나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화면에 뜬다.
“지금은 이런 걸 보려면 설계도와 관련 문서를 일일이 뒤져야 합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죠.”
등 각종 자연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와 처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관리를 제대로 못해 안전사고가 나고 시설물의 수명이 수십 년 짧아지면 그게 오히려 더 낭비인 셈이죠.”
대한토목학회는 2007년과 2008년 사회기반시설 국가자산관리 국제심포지엄을 잇달아 열어 IT를 접목해 대형시설물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렸다. 심포지엄에서는 미래 고속도로의 운영과 관리, 국가 물관리 시설의 정보화 발전 방향 등 다양한 주제가 발표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민 대다수가 살고 있는 도시 역시 미래에는 정보기술이 접목돼 ‘U-시티’로 변화될 것이다. U-시티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을 도시공간에 융합한 도시다. 최근 경기
화성에 건설된 동탄신도시는 국내 최초로 U-시티 개념을 도입했는데, 도시통합정보센터에서 교통과 방범, 상수도 누수감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도시 유지관리비용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U-시티처럼 앞으로는 모든 대형 토목시설물은 계획, 설계 단계부터 IT를 접목해 운영하고 폐기할 때까지‘전 생애’를 관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이면 외국에 전체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을 겁니다.”미래는 정보기술이 토목분야의 평생 주치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