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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생활기록부 만들기 12] 왜 대학은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왜 서울대는 독서를 강조하는가. 이 물음은 어쩌면 그르다. 인과관계 내지 문답의 선후가 뒤바뀌었기에.”

 

명실상부 국내 최고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는 전통적으로 독서를 강조한다. 자기소개서에 독서를 위한 문항도 있고, 면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 빈도도 매우 높다. 그 이유를 묻는 말에 서울대는 위와 같이 답했다. 서울대라서 독서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는 대학생이 되기 위한 기본 전제이기에 ‘왜’라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대학이 생각하는 독서활동은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대학생으로서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소양이다. 즉, 독서는 활동이라기보다는 일상에 가깝다. 대학은 단순히 학생부에 기록되는 차원에서의 독서활동이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업의 기본, 독서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문제를 읽고 해석한다. 문제를 해석한다는 것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적인 개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뜻이다. 문제의 요구를 이해하면, 그 요구사항을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근의 판별식’이라면, 자신이 이 식의 정의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뒤 자신이 보유한 정보와 문제를 통해 유입된 새로운 정보를 조합해 답을 찾아 나간다.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 대학 이후의 공부는 인문계열, 자연계열에 상관없이 모두 읽기와 쓰기에 관한 것이다. 쓰인 언어가 한글이든 외국어든, 또는 C언어든 수학적 기호이든, 무엇인가를 읽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자신의 언어로 쓰는 것이 대학과 그 이후의 공부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녹아있는 것이 바로 독서다.

 

이는 단순히 학업적인 차원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행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현행 입시의 ‘대세’가 된 것 또한 이런 교육과정의 방향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학교생활 중 다양한 활동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 활동들 대부분도 독서의 방법과 다르지 않다. 자신이 새로 알게 된 지식을 스스로 고민하고,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고 연구하는 과정은 넓은 의미에서 독서로 볼 수 있다.

 

단언컨대, 어려서부터 책을 제대로 읽는 습관이 있다면 공부의 방법적인 차원에서 고민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은 국어, 영어는 물론 수학에서도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학교활동을 하더라도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예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공부의 방법론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공부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읽어야 책을 올바르게 읽는 것일까?

 

 

‘이차적 독서’가 핵심

 

“독서란 무언인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자아의 외부에 관찰의 안테나를 쭉 펴는 행위이다. 시작은 일단 읽는 것이다. 읽었는가. 유심히, 세밀히? 자문해도 별다른 의심이 없다면, 그럼 내면의 자아는 ‘이차적 독서’를 시작한다.”

 

이는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 실린 ‘2017·2018학년도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기사 중 일부다. 독서는 우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읽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서울대가 말한 ‘일차적 독서’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진행되는 독서는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다.

 

다음 단계인 ‘이차적 독서’가 필요하다. 그것은 읽는 것을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쓰는 행위이며, 읽은 것을 고민하고 나만의 답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는 것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의 책이라도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표현하자면 저자와 토론을 해도 좋다.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는데, 이게 정말 맞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이들의 주장을 찾아봐도 좋고, 교사나 부모의 의견을 물어도 좋다. 혹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팩트 체크’를 해봐도 좋다. 그렇게 타인의 주장은 내 생각의 기록에 한 꼭지로 남는다. 그 수많은 생각의 기록들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나의 의견을, 나의 정체성을 만든다.

 

이런 행위들을 꼭 문자의 형태로 쓰면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록으로 남아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줄거리를 요약하는 독후감보다는, 책을 읽고 본인이 궁금했던 점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들을 적어나가는 것이 더 좋은 독후감이다.

 

 

독서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실 요즘 학생들은 독서 활동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우선 긴 글 자체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의 언어적 소통은 짧고, 간편하고, 단순하다. 이모티콘 하나로도 서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대다. 이를 부정하거나 다그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소통 방식이 학문적 소통과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대학들은 학문적인 소통 방법, 곧 독서의 방법을 강조하는 것이다.

 

독서활동은 현재 도서명과 저자만 기재되고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시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등 학생부 평가 항목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평가된다. 자기소개서에서 대학별 문항으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면접에서 가장 자세하게 묻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읽은 책의 목록을 보면 삶의 궤적과 방향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제자가 될 학생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면접관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무엇을 읽을지, 어떻게 읽을지를 선정하는 데 나름대로 시간을 할애하고 준비해야 한다.

 

독서가 영 어렵고 책에 거부감이 드는 학생은 우선 책과 친해지는 것이 좋다. 꼭 어려운 책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추리소설, 판타지소설, 더 나아가 지나치게 폭력적이지 않다면 만화책도 괜찮다. 만화책도 엄연히 책이다. 책을 집고 페이지를 넘기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 자체를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방학 중 시간이 된다면 가족과 함께 만화카페 나들이도 나쁘지 않겠다.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유명한 축구선수의 자서전도 괜찮다. 최근에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도, 역으로 드라마 원작이 소설로 출간되는 일도 있다. 이런 책들도 책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아주 좋은 방편이다.

 

방학 중 하루쯤은 대형서점에 방문해 제목과 표지만 보고 직접 책을 골라보자. 책을 읽는 습관을 갖고 싶다면 다음에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물론 누군가에게 추천받아 읽는 책도 좋지만, 자신이 직접 고른 책만 하겠는가.

 

혼자서 하는 게 재미가 없다면 친구들과 함께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동아리로 ‘일본 문학 읽기’동아리를 만든다고 해보자. 일본 로맨스 소설을 통해 일본의 연애는 한국의 연애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는 왜 생겼는지 등을 고민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면 재미도 있으면서 아주 훌륭한 독서활동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역량, 독서

 

올해 ‘학생부 가이드’라는 주제로 연재한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실제적인 관리법보다는 학부종합전형 각 항목의 의미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실제적인 관리법은 학생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

 

학생부의 많은 항목 중에서도 맨 마지막에 독서활동을 넣은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준비가 가장 소홀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독서는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영역의 역량을 쌓는 일이며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다. 또한 학업과 학교생활 전체를 관통하는 공부이기도 하다. 입시를 넘어 삶의 풍부함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순수하게 입시만 바라봐도 홀대할 일은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꼭 명문대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명문대에 간 학생들은 모두 꾸준히 독서를 한 학생들이다.

 

올해 과학동아와 이투스가 공동으로 기획해 매달 발행한 별책부록 ‘Insight’와 함께한 학생들이 성공적인 입시를 넘어 성공적인 고등학교 생활,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다채로운 삶을 경험하기를 기원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부모들에게는 자녀가 국어·영어·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의 반이라도 독서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독서와 관련한 서울대의 답변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갈음하고자 한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지 읽고 또 읽어가는 사이에 생각하는 힘, 글쓰기 능력, 전문 지식, 의사소통 능력, 교양이 쌓여갈 것입니다. 타의에 의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그 책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줬는지 생각하기 바랍니다. 서울대는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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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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