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모기 기피제의 종류는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달팽이집처럼 동그랗게 말린 녹색 모기향에 불을 붙여 사용했습니다. 이런 코일형 모기향은 화재 위험이 따르고, 연초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연기 속에 유독한 물질이 들어있다고 알려지면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신 전자식 모기향 또는 뿌리거나 바르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죠. 최근에는 손목에 찰 수 있는 팔찌 모양의 모기 기피제도 있습니다.
Q.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팩트체크 “모기 기피 효과는 2시간가량”
살충 스프레이부터 천연모기향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모기 기피제는 기본적으로 모기들이 싫어하는 향을 내뿜는 성분으로 만들어집니다. 모기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향에 대한 연구는 각국에서 오랫동안 진행돼왔습니다.
먼저 모기는 사람 몸에서 나오는 땀 냄새(운동 후 생기는 젖산의 향)를 좋아하고, 그 냄새를 20~30m 밖에서도 포착할 정도로 후각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모기에 안 물리려면 우선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말도 이런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반대로 모기가 싫어하는 향도 있습니다. 모기가 기피하는 향을 내는 성분으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물질은 디에틸톨루아미드(DEET), 파라멘탈-3,8-디올(PMD), 이카리딘, 에틸부틸아세틸아미노프로피오네이트(IR3535) 등 네 가지입니다.
이들의 효과는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실내외 환경에서 해당 물질을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바르고, 그 부위에 내려 앉거나 흡혈한 모기 수를 셉니다. 모기가 얼마나 덜 내려앉는지를 보고 모기 기피제의 효력을 평가하는 겁니다.
모기 기피제의 효력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따른 제품 평가를 총괄하는 윤미옥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화장품심사과장은 “모기 기피 효과가 최소 2시간 이상 지속돼야 효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효력을 인정받은 물질은 제품의 용기나 포장에 ‘의약외품’이라는 표시가 붙습니다. ‘천연 기피제’ ‘모기 완벽 퇴치’ 등의 문구만 요란한 제품보다 ‘의약외품’이라는 용어가 표시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또 밴드나 패치(스티커) 형태의 모기 기피제는 인증절차가 따로 없는 공산품이어서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효력을 인정받은 모기 기피제라도 사용자에 따라 느끼는 효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윤 과장은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실외 환경에서 사용하면 모기 기피제에서 나오는 향이 금세 흩어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6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모기 기피제를 써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도 마찬가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부에 직접 뿌리는 대신 어른의 손에 먼저 뿌린 뒤 얼굴과 상처 부위를 제외한 노출 부위에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린 부위에는 침 바르기, 효과 있나요?
팩트체크 “피부에 염증 일으킬 수도”
전자식 모기향이나 스프레이형 기피제를 사용하더라도 모기에게 피를 내주는 상황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는 중에는 무방비로 당하고 다음 날 부어오른 피부를 마주하게 되죠. 자신도 모르게 가려운 부위를 상처가 날 때까지 긁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기가 물린 부위에 침을 바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침에는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등의 세균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의 시원함을 위해 물린 부위에 침을 바르면 물린 부위를 통해 세균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붓는 증상이 심하고 가려움을 참기 어렵다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어떤 모기가 가장 위험한가요?
팩트체크 “일본뇌염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모기는 현재 43개의 속으로 나뉘며, 전 세계에서 3500여 종 이상이 보고돼 있습니다. 이 중 일상에서 마주치기 쉬운 모기는 총 6종입니다.
먼저 특별한 병을 옮기지 않는 빨간집모기(Culex pipiens pallens)가 있습니다. 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모기가 바로 빨간집모기입니다. 지하실이 있는 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지하집모기(Culex pipiens molestus)를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지하집모기는 급성 중추신경계감염병인 웨스트나일병을 옮깁니다.
가장 위험한 모기는 일본뇌염을 유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Culex tritaenior-hynchus)입니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빨간집모기와 형태는 거의 비슷한데 크기만 빨간집모기의 75% 정도로 조금 작아 몸길이가 4.5mm 정도입니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면 250명 중 1명꼴로 뇌염 증상이 나타나며, 그중 약 30%가 급성뇌염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모기에 물렸을 뿐인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12~23개월에 2차 또는 3차에 걸쳐 일본뇌염 백신을 필수로 맞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모기감시 결과를 발표하며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7월 23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이는 주 2회 채집된 모기의 1일 평균 개체수 중 작은빨간집모기가 500마리 이상이면서 전체 모기밀도의 50% 이상일 때에 해당됩니다. 다행히 올해 일본뇌염 환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8월 17일 기준).
다음으로 위험한 종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Anopheles sinensis)입니다. 말라리아 역시 걸리면 약 48시간 주기로 오한과 고열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중국얼룩날개모기는 휴전선 접경지인 인천, 경기·강원 북부에서 5월에서 10월까지 많이 활동하는 만큼 이 시기에 야외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밖에 해안가나 산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모기도 있습니다. 토고숲모기(Ochlerotatus togoi)는 여름철 해안가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일몰 후부터 활동을 시작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가장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눈에 익을 겁니다. 흰색 띠가 몸에 줄줄이 있는 모습이 스포츠의류업체 아디다스의 로고와 닮아 ‘아디다스 모기’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합니다. 흰줄숲모기에 물리면 일반 집모기에 물렸을 때보다 피부가 크게 부어오르고 가려움도 심합니다.
이희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매개체분석과장은 “산이나 바다에 사는 모기의 감염력이 큰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해 면역 반응이 활발히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