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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담은 X선

인류에게는 항상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런 호기심은 X선 영상이 개발되면서 충족됐다. X선은 굴절하거나 반사하지 않고 직진하는 성질만 있다. 이 특이한 직진성 덕분에 X선은 물체를 만났을 때 그대로 통과하거나 흡수되는데, 물체를 통과하고 남은 빛을 감광필름에 쬐면 물체 내부의 모습이 찍혀 나온다.

그렇다면 꽃에 X선을 쬐면 어떨까. 과연 꽃잎들로 둘러싸인 중심부도 겉모습만큼이나 아름다울까.

X선 영상에 찍힌 자색목련에는 화려한 색감이 표현되지 않는다. 대신 반투명한 꽃잎들이 중심부를 겹겹이 둘러싼 모습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꽃잎을 다 떼어내야만 볼 수 있었던 암술과 수술의 모습도 X선 영상에서는 오롯이 드러난다. 좀 더 회화적인 사진을 만들기 위해 포토샵으로 약간의 색을 입히자 수묵담채화 같은 새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X선 촬영 시 주의할 점은 일반적인 X선 촬영기가 최대 사람 가슴 크기를 촬영하기에 알맞게 돼 있어 이보다 더 큰 대상을 영상에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더 큰 자연물을 촬영하고자 할 경우에는 부분으로 나눠 찍고 합성해야 한다.



인공물 속 아름다움

X선 영상은 가열된 금속 필라멘트에서 빠져나온 전자들이 전위차가 있는 양극에 충돌할
때 방출되는 X선으로 촬영한다. 이때 사방으로 방출되는 X선을 한곳으로 모아 원하는 대상물을 찍을 수 있도록 조절한다.

X선이 물체를 통과할지, 흡수될지는 물체 내부의 질량과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 피부, 장기처럼 밀도가 낮은 조직은 쉽게 투과해 필름에서 검게 보이는 반면, 뼈처럼 밀도가 높은 부분은 투과하지 못하고 하얗게 표현된다.

주의할 점은 X선이 너무 세면 밀도와 관계없이 모두 투과해 버린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X선이 약할수록 흡수가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뚜렷하게 나뉘므로 적절한 강도의 X선을 쬐는 일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비슷한 밀도의 기판들이 부착된 노트북은 촬영하기 매우 까다롭다. 비교적 낮은 강도의 에너지를 쪼여야 금속들의 미미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

정월대보름에 부럼을 깨물려고 땅콩과 호두를 사왔다. 예부터 견과류를 깰 때 딱 하고 나는 소리는 악귀들을 쫓는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의학적으로 견과류를 씹을 때 이가 마주치는 충격은 두뇌 건강에 좋다. 그러고 보면 두뇌와 호두는 생김새부터 무척 닮았다. 만약 호두 사진에서 몇 개를 두뇌 사진으로 바꿔 놓으면 알아볼 수 있을까.

X선으로 촬영한 호두의 영상에 CT, MRI, 동위원소로 찍은 두뇌 사진을 덧입혔더니 세상에, 꼭 들어맞았다. 두뇌를 좋게 한다는 호두와 실제 두뇌의 모습이 한 형제처럼 꼭 닮은 꼴인 셈이다.



일상 속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룬 소소한 재미를 찾는 일은 언제나 재밌다. 10월 7일~13일 서울 종로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필자의 개인전 ‘사진기 없는 사진, Ximage’에 많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정태섭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자기공명뇌동맥혈관법으로 박사학위를 바은 뒤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영상의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전공인 방사선학을 이용해 엑스레이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한 그는 과학과 의학,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진정한 괴짜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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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태섭 연세대 영상의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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