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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뉴스] ‘꽃의 여왕’ 장미, 유전자 지도 완성

색 진하면 향 옅은 이유 확인

장미는 화려한 겹꽃잎의 아름다운 자태와 다양한 색깔, 그리고 달콤한 향기 때문에 ‘꽃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동안 원예산업에서는 큰 꽃잎, 화려한 색깔, 오랜 개화 기간, 그러면서도 짙은 향기까지 갖춘 ‘완벽한 장미’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다. 최근 과학자들이 장미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며 ‘완벽한 장미’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섰다.

 

 

 

유전자 3만6377개 분석


모하메드 벤다마네 프랑스 리옹고등사범학교 식물생식발달연구소 연구원과 독일, 중국, 영국 등의 과학자가 공동 주도하는 국제 연구팀은 월계화(Rosa chinensis)의 게놈(유전체)을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4월 30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8-018-0110-3

 

월계화는 중국이 원산지인 장미의 일종으로 ‘중국 장미’로도 불린다. 국제 무역을 통해 18세기 유럽에 소개됐으며, 장미 중 전 세계에서 품종 개량이 가장 많이 된 종(種)이다.

 

연구팀은 8년간 월계화의 유전정보를 최신 해독 기술인 ‘염색체 형태 포착(Hi-C)’으로 분석했다. Hi-C는 유전자의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독해 DNA의 염기서열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월계화에서 유전자 3만6377개를 분류해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유전자 지도에는 장미의 꽃잎 색깔부터 향기, 꽃의 크기, 개화 시기 등 장미의 특성을 결정하는 모든 유전정보가 담겼다.

 

벤다마네 연구원는 “월계화의 게놈 분석 결과 장미의 유전자는 같은 장미과(科)인 딸기와 비슷하다”며 “장미의 향기를 결정하는 유전자와 딸기의 단맛을 내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1 ‘중국 장미’로 불리는 월계화의 유전자 지도가 최근 완성됐다. 2 품종 개량을 통해 만들어진 현대 장미. 색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김우택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유전자 지도는 다른 종과 비교해 장미의 색, 꽃 모양, 가시 등 고유한 특성이 왜 발현되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향후 딸기처럼 장미와 가까운 종의 고유한 특성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PL9’ 유전자, 색소 합성할 때 향기 생성 억제


최도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하나는 유전자 지도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는 점, 다른 하나는 꽃의 색깔과 향기의 연관성을 밝혀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염색체 14개에 들어있는 월계화의 DNA 정보를 82개의 큰 조각으로 분류해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연구는 조각 수가 약 8만3000개였다. 지도에 비유하자면 14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역의 부분 지도를 8만 장 갖고있는 셈이다. 8만 장의 지도로 섬의 특정 지역의 위치를 정확히 찾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최 교수는 “82개 정도면 유전자의 어느 부분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장미의 꽃잎 색깔과 향기의 상관관계도 처음 알아냈다. 장미는 꽃잎의 색깔이 짙고 화려할수록 향기가 떨어지고, 반대로 향기가 좋을수록 색깔이 옅어졌다. ‘SPL9’유전자가 장미 꽃잎 색을 결정하는 색소인 ‘안토시아니딘(anthocyanidin)’의 합성을 활성화하는 대신, 향기를 내는 물질인 ‘저마크렌 D(germacrene D)’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장미의 ‘miR156’ 유전자의 발현이 SPL9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금까지 장미 육종은 더 진하고 화려한 색을 내는 데 집중했다. 즉, SPL9 유전자가 강하게 발현되는 꽃들만 선별해서 키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장미의 색깔은 점점 짙어졌고, 향기는 옅어졌다.

 

최 교수는 “인류의 필요에 따라 동식물의 특정 성질이 강화 되거나 퇴화되는데, 이를 ‘사육화(domestication)’라고 한다”며 “장미도 사육화 과정을 거치며 색은 짙어지고 향은 옅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장미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유전자 지도를 토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진한 색과 짙은 향을 모두 갖춘 장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지도에는 꽃의 크기, 개화 기간, 병충해 저항성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 정보도 담겨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유전자 지도는 색과 향이 짙고, 꽃이 크며, 오랜 기간 피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강한 ‘완벽한 장미’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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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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