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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재권V] 로봇, 1시간 움직이게 해보자

배터리 전압 14.8V, 전기 용량 1만mAh

 

지난 호까지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 다리, 몸통, 머리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로봇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허우대만 멀쩡해 보일 뿐 쇼윈도에 전시된 마네킹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부터는 로보트 재권V를 움직이게 해보려고 합니다.


로봇을 움직이게 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질문을 더 쉽게 바꿔봅시다. 사람이 움직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연히 밥을 먹어야 하겠지요. 사람은 한두 끼만 걸러도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에서 잘게 부서지는 소화 과정을 거쳐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사용해 근육을 비롯한 몸의 여러 기관을 움직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이 움직이려면 이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봇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로봇은 전기에너지를 먹습니다. 로봇을 움직이게 하려면 전기를 공급해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리튬배터리로 전기 공급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냉장고와 TV, 세탁기처럼 로봇에 전원을 직접 연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휴대전화나 태블릿PC처럼 배터리를 충전해 쓰는 방법입니다. 


만약 로봇이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움직일 필요가 없다면 전원에 연결해 전기를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 팔처럼 말입니다. 전선을 전원에 꽂기만 하면 전기가 항상 공급되니 로봇에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한다면 이런 전선은 성가신 존재입니다. 로봇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해 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처럼 배터리를 충전해 로봇에 달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배터리를 달 경우 전기를 무한정 공급할 수 없고 배터리에 충전 가능한 용량만큼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만들려는 로보트 재권V처럼 몸집이 큰 휴머노이드 로봇을 움직이려면 큰 힘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전기 소비량도 늘어납니다. 전기를 많이 소모할수록 배터리가 빨리 닳을 테니 로봇이 오랫동안 움직이기 위해서는 용량이 큰 배터리를 장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배터리가 크고 무거워지겠죠. 배터리가 무거워질수록 로봇이 움직이는 데 더 큰 힘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해야 합니다. 대용량 배터리와 전기 소모량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로봇의 성능을 향상시킬 때 중요한 점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많은 전력을 담을 수 있는 배터리입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터리 기술도 함께 발전해 고효율 배터리, 즉 이차전지라고 불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폴리머배터리 등이 탄생했습니다. 이 배터리들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로봇을 제작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리튬배터리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리튬은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에 실온에서는 발화의 위험이 있습니다. 가끔 휴대전화나 노트북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가 들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또 리튬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시 허용범위를 넘어서면 수명과 성능이 급속히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배터리가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포장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과다 충전과 방전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필요합니다.

 

 

1만mAh 배터리 달면 걸을 수 있어 


그렇다면 로보트 재권V에는 어떤 배터리를 달아야 할까요. 리튬 계열 배터리의 전압은 3.7V(볼트)의 배수로 제작됩니다. 7.4V, 11.1V, 14.8V, 18.5V, 22.2V 이런 식이지요. 공장에서는 3.7V 전압의 배터리만 생산하는데, 이것을 직렬로 연결하면 전압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로보트 재권V가 사용할 전압부터 선택해 봅시다. 모든 전자기기는 사용 전압이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정용 전자제품에 220V만 쓸 수 있고 미국에서는 110V만 쓸 수 있듯이 모든 전자기기는 사용 전압을 미리 정해 놓습니다. 보통 노트북은 9V, 12V, 15V 등의 전압을 쓰고, 스마트폰은 주로 3.7V를 씁니다. 일단 로보트 재권V가 쓰는 전압을 14.8V로 골랐습니다. 


이제 이 전압에 적합한 리튬배터리를 골라 봅시다. 배터리를 선정할 때 중요한 점은 배터리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전기 용량입니다. 전기 용량은 일반적으로 전력의 단위인 와트(W)로 나타냅니다. 하지만 로봇의 경우 배터리의 용량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mAh(밀리암페어시·mili-Ampere-Hour)라는 단위를 더 많이 씁니다. 여기서 말하는 mAh는 사용 전류(mA)와 시간(h)을 곱한 값입니다. 


예를 들어 5000mAh라는 배터리가 있다면, 5000mA의 전류를 1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표시입니다. 5000mAh= 5000mAx1h이니까요. 만약 이 배터리를 500mA의 전류로 사용한다면 10시간 쓸 수 있습니다(5000mAh=500mAx10h). 따라서 로보트 재권V가 전류를 얼마나 소모하는지, 그리고 몇 시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로보트 재권V가 걷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전류를 소비해야 할까요. 전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일단 로봇의 무게를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그 무게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힘을 계산합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그 힘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모터가 얼마나 많은 전류를 소모하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간단하게 계산해 본 결과, 로보트 재권V는 대략 1만mA의 큰 전류가 필요합니다. 1시간을 사용하려면 1만mAh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네요. 대략 길이 20cm 정도에 무게가 3kg 정도인 크고 무거운 배터리입니다.

 

한번 충전해 1시간 움직여 


로보트 재권V에 이 정도 크기의 배터리를 넣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은 배 부위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로보트 재권V의 뱃속에 배터리를 장착해 봅니다. 사람도 음식을 먹으면 뱃속에 있는 소화기관을 거쳐 영양분을 얻으니, 로보트 재권V의 배터리를 배 안에 넣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만약 배터리 기술이 현재보다 발전해서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가볍고 작은 ‘3차 전지’가 탄생한다면 로봇에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는 부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기술로는 로보트 재권V가 식사(충전)를 마친 뒤 약 1시간 활동(방전)하고 나서 다시 식사(재충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그럴듯한 몸체에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까지 갖췄으니 로보트 재권V가 세상과 만날 준비가 어느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다음 호에는 로보트 재권V가 사물을 알아보고 사람과 대화하게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글.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비롯해서 인간과 로봇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jkha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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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한재권 교수
  • 에디터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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