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해냈구나! 우리가 만든 이 장비로 청각장애자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어!”
2007년 세계적인 연구단지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의 한 연구실에서 나와 안순관 선배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는 전기적인 신호로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환자에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인공와우(달팽이관) 개발에 참여해왔다. 이번 출장은 우리가 만든 인공와우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고 그 성능을 평가받는 자리였다. 그동안 인공와우를 개발하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집적회로(IC)를 설계하고 조립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우리가 만든 장치가 실제 환자에게 이롭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감동이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생체전자시스템연구실은 신경 보완 기술에 관계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신경 보완 기술이란 생체 내의 신경 세포에 외부의 전기적 시스템을 연결해 인체의 감각 및 운동 신경의 기능을 보조 해주는 일련의 기술을 일컫는다. 인공와우를 비롯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인공망막 기술, 광학적인 뇌의 신경 신호 검출 기술, 끊어진 신경을 이어 줄 수 있는 신경 접합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국내외의 우수한 연구 인력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비교적 중장기간 동안 해외에 나가서 외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다. 또 뇌 및 세포 배양, 바이오 센서분야에서 앞서 있는 미국 워즈워스 센터 및 코넬대 등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기초 연구 수준을 높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위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와 노력으로 우리 연구실에서는 최근 3년간 SCI 저널에 모두 25편의 논문을 게재하고, 기타 국내외 학회에 7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논문들 중 8편은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산업적 가치가 있는 기술 13건에 대해서는 특허가 출원됐다.
연구실에서는 3년간 석사 5명 박사 5명이 배출됐다. 졸업한 선배들은 대학 교수로, 혹은 벤처 기업, 국내 대기업 연구원 및 팀장으로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지도 교수인 김성준 교수는 2000년 8월 개소한 초미세 생체 전자시스템 연구센터(한국과학재단 지원)의 소장을 맡아 최근에는 새로운 많은 프로젝트에 추진하고 있다. 초미세 생채전자시스템 연구센터는 지난 2008년 여름 일산 KINTEX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08 행사에서 인공 와우 기술로 나노산업기술 부문 조직위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늘의 뜻, 세상의 진리를 땅에 구현하는 공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을 고통 받는 사람, 몸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빛과 소리,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할 수 있어 매일 감동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