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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로봇태권 V의 원조

영화로 만났던 스타쉽 트루퍼스.원작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니는 작가 하인라인의 젊은 날을 묘사한 듯하다.아예 생략돼 아쉬움을 남겼다.스타쉽 트루퍼스의 핵심이자 로봇태권 V의 원조라는 장갑강화복을 만나보자.

의무감 강한 군인의 성장과정 곤충 외계인과의 전쟁

2-3세기 뒤의 지구. 인류는 은하계 저편에 있는 ‘스키니’라는 이름의 외계인종족과 적대적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키니 외계인들은 생김새가 지구상의 갑각류 곤충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지구상의 곤충보다 굉장히 크다.

주인공 조니 리코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하려 하지만 사업가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아버지는 집안 전통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라고 한다. 그러나 조니는 철학교사인 뒤보아 선생이 자신의 군대시절을 회고하며 자부심과 긍지에 넘쳤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진정한 시민이라면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라던.

군에 자원입대한 조니는 우주전함의 조종사가 되겠다는 부푼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별로 원치 않던 보병으로 차출된다. 훈련캠프에 입소한 그는 격투기의 달인인 짐 교관을 만나면서 혹독한 훈련과정을 겪게 된다. 힘겨운 나날들이 하루하루 이어지면서 이탈하는 훈련병들이 속속 나왔지만 조니는 참고 견뎌냈다.

실탄이 장전된 화기와 장갑강화복을 착용하고 처음으로 실전훈련을 받던 도중 조니는 부상을 입는다. 회복 기간 동안 헨드릭이라는 훈련병을 알게 되는데, 그는 실전훈련 도중 상관을 구타한 죄목으로 불명예제대를 당할 운명이었다. 헨드릭의 일을 지켜보면서 조니는 회의에 빠진다. 그러나 때마침 어머니와 뒤보아 선생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짐 교관도 설득에 나서자 조니의 마음은 되돌아온다. 조니는 부상에서도 완전히 회복돼 다시 훈련과정에 들어간다.

조니가 참여했던 훈련캠프에는 처음에 2천명이 입교했지만 초급과정수료자는 단지 4백명이었다. 이들은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이동해 고급훈련과정에 들어간다. 훈련 마지막단계는 장갑강화복을 입은 채 험준한 산 속이나 사막, 빙하, 그리고 최종적으로 공기와 물이 없는 달에 파견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생존하는 자만이 졸업할 수 있었다. 훈련생들 중 1백87명만이 졸업한다. 나머지는 모두 중도에 기권하는데 그중에 사망자도 14명이나 된다.

조니가 훈련을 받는 동안에 은하계의 평화가 깨지고 곤충 외계인들과 전쟁이 벌어진다. 전쟁 중 외계인들이 지구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핵폭탄을 투하한다. 이로 인해 조니의 어머니가 사망한다. 반격에 나선 지구는 외계인들의 행성인 클렌다투를 공격하는데, 첫 작전에 조니도 참여한다. 그러나 공습 도중 조니의 부대를 투여한 병력수송모함은 다른 우주선과 충돌해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병력수송모함의 피해로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용맹스럽게 곤충과 전투를 치르던 조니는 철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며 사지에서 벗어나지만 그와 절친한 전우는 장갑강화복 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조니의 부대는 80% 이상이 희생된 채 해체되고, 6주 뒤 조니는 새로운 모함에 배속된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조니는 끈끈한 전우애를 느끼고, 승진해 지휘관이 된다. 제대날짜가 다가오자 자신이 군대에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하고 장기복무를 결심, 사관학교에 들어간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동보병이 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외계인의 공습으로 어머니가 희생되자 말단 사병으로 자원입대했던 것이다

사관학교의 1차 과정을 수료한 뒤 새로운 모함에 배치된 조니는 얼마되지 않아 중대장을 맡고 새로운 비밀작전에 투입된다. 그들은 곤충 외계인을 생포해오라는 중책을 맡아 P 행성에 낙하한다. 훈련소 시절 조니의 교관이었던 짐 하사관의 활약으로 곤충들의 두뇌역할을 하는 ‘브레인버그’를 생포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조니는 이 작전에서 부상을 입는다.

전쟁은 계속되고 세월은 흘러 몇년 뒤. 조니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딴 부대의 지휘관이 돼 용맹을 떨치고, 그의 아버지도 훌륭한 기동보병으로 거듭나 조니의 휘하 부대에서 복무한다. 마침내 외계인들의 본거지인 클렌다투 행성에 대한 전면적인 공습작전명령이 내려온다. 조니는 이번에야말로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기회임을 직감하며 클렌다투에 대한 강하를 준비한다.

군국주의 성향 강한 아이디어맨 로보트 하인라인 1907-1988


로버트 하인라인


하인라인은 1907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나 캔자스시티에서 성장했으며, 2년제 전문대학을 마친 뒤 해군사관학교로 진학하면서 직업군인이 되기를 희망했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설정에는 어느 정도 작가의 자전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29년에 상위 10%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에서 복무했으나, 건강이 나빠져서 결국 중도에 전역하고 말았다. 그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 진학해 천문학을 공부하려 했으나 역시 건강문제로 도중에 포기했다.

SF작가로 등단한 것은 1939년의 일로서, 당시 다른 대부분의 SF작가들이 20대 초반에 데뷔하던 것에 비하면 늦깎이였던 셈이다. 그러나 연륜과 풍부한 사회경험이 오히려 그의 작품에 완숙미를 더해서, 그는 등단 이래 거침없이 탄탄대로를 달려 마침내 미국을 대표하는 SF계의 거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그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서양 SF문학계의 ‘빅 쓰리’(The Big Three) 중 하나로 꼽히며, ‘미스터 사이언스 픽션’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장갑강화복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인라인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보고로 다른 많은 SF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나 설정에서도 독창적인 발상이 많고 묘사가 흥미진진해서 세월이 지나도 고정독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1988년에 작고할 때까지 다작가로서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대부분 지금까지도 절판되는 일 없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 대표작으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스트레인저’, ‘여름으로 가는 문’ 등이 있으며 청소년용 SF도 많이 썼다.

하인라인은 특히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드러난 노골적인 군국주의 성향 때문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유주의적 우익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그의 정치적 입장은 월남전 및 레이건 대통령시절의 우주방위전략(SDI, 흔히 ‘스타워즈’라는 별명으로 알려졌다)에 찬성했던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적잖은 SF팬들이 그의 작품세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만화 속 인간형 기동로봇에 영감 제공 SF계 최고권위 휴고상 수상


SF계 최고권위 휴고상 수상


스타쉽 트루퍼스는 발표된 지 4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화제작이다. 이 소설이 제기하는 논제는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장갑강화복’이라는 하드웨어적 설정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작가의 군국주의적 태도이다.

장갑강화복의 원어는 ‘powered suit’. 즉 직역하면 ‘동력복’ 정도가 되겠지만 설정의 상황 등을 고려해서 번역서에는 ‘강화복’이라고 돼 있다. 이 장비는 글자 그대로 자체동력원을 이용해 사람 근육의 움직임을 몇배로 증폭해주는 갑옷이다. 어떤 혹독한 외계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우주복인 동시에 웬만한 물리적 노동은 거뜬히 감당해낼 수 있는 소규모 중장비인 셈이다.

강화복은 팔다리의 근육 운동을 증폭시켜 주는 것 외에 장착된 중화기를 발사할 수도 있고, 로켓 추진을 이용해 ‘도약’이라고 불리는 점프식 공간이동도 할 수 있다. 모함이 강화복을 입은 보병들을 낙하지점에 투하하면 이들은 낙하산 대신 역추진 로켓을 이용해 안전하게 착지한다. 또 철수시에는 예정 지점에 미리 집결정보를 송신하는 로봇을 투하했다가 보병들이 모여들면 모두 태우고 떠난다.

오늘날 일본만화 등에서 숱하게 접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로봇, 특히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앉아서 조종하는 방식은 사실상 스타쉽 트루퍼스의 이 강화복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학적인 차원에서 따져보면 ‘로봇태권 V’나 ‘마징가 Z’, 또 최근의 ‘패트레이버’나 ‘에반게리온’같은 거대로봇은 만화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전혀 날렵하고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다.

예를 들어 키가 1백70cm이고 체중이 70kg인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키가 10배가 된다고 하면 신장은 17m가 되지만 체중은 10의 세제곱(가로, 세로, 높이 세 방향으로 늘어나므로)인 1천배가 된다. 따라서 체중은 무려 70t이 되는데, 금속제 로봇은 이보다도 훨씬 더 무거워서 몇백t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동력의 문제 등으로 서있는 자세 이상의 동작은 무리다.

반면에 스타쉽 트루퍼스에 묘사된 그대로의 강화복, 즉 사이즈가 크지 않은 동력강화복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 정밀기계공학보다는 인체의 신경생리학 쪽에서 더 많은 연구성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1959년에 처음 발표돼 이듬해 SF문학계 최고의 권위인 휴고상을 수상했으며,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야 시공사에서 번역판이 출간됐다.1997년에는 '로보캅', '토탈 리콜'등을 연출했던 폴 버호벤감독이 영화로 각색,발표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됐다.이 영화에서는 제작비 문제로 강화복이 아예 생략돼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이보다 앞서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일본판 애니메이션에서는 강화복이 제대로 묘사돼 있다.이 애니메이션 비디오도 국내에 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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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상준 SF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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