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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몇 쌍둥이까지 가능한가요?

지난 1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여덟 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화제를 모았다.
별도 여러 쌍으로 태어난다. 별은 몇 쌍둥이까지 가능할까.

‘지구의 어머니’ 태양과 달리 약 50%의 별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쌍둥이 별에 해당하는 쌍성이 많다는 얘기다. 쌍성은 서로의 질량 중심을 돌면서 중력에 의해 묶여 있는 두 별을 뜻한다. 이와 달리 중력으로 묶여 있지 않고 다른 거리에 있는 별들이 우연히 우리 시선 방향에 놓여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별들의 쌍은 겉보기쌍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을 보면 국자 손잡이 끝에서 두 번째 별이 겉보기쌍성이다. 미자르와 알코르라는 2개의 별로 이뤄져 있는 이 쌍성은 고대 로마에서 군인을 선발할 때 2개로 식별할 수 있는지를 근거로 삼아 시력 검사에 활용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흥미롭게도 미자르와 알코르는 각각 쌍성이다. 특히 미자르는 1650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리치올리가 망원경으로 관찰해 2개의 별(미자르A, 미자르B)로 이뤄져 있음을 발견했다. 미자르는 처음 발견된 쌍성이다. 놀라운 사실은 미자르A와 미자르B도 각각 쌍성이란 점이다. 미자르는 실제 사중성인 셈이다. 이처럼 세 별 이상으로 구성된 다중성은 하나의 쌍성이 이웃한 쌍성과 다시 쌍을 이뤄 서로 공전하는 식으로 계층적 구조를 갖는다.

러시아 천문학자 안드레이 토코비닌 박사가 2007년 8월까지 업데이트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계층적 구조를 가진 다중성 1158개 중에서 979개가 삼중성이고, 141개가 사중성이다. 또 오중성이 28개이며, 육중성도 10개나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많은 별이 모인 다중성은 육중성인 셈이다. 대표적인 육중성은 쌍둥이자리 1등성 카스토르다. 1678년 망원경 상에서 2개의 별(카스토르A, 카스토르B)임이 드러난 뒤 각각 또 쌍성으로 밝혀졌고, 이후 근처의 어두운 별(YY Gem)이 카스토르A, B 둘레를 도는 쌍성(카스토르C)임이 알려졌다.

육중성 vs. 사중성 +1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적외선천문연구부 이충욱 박사는 “육중성이 서로를 돌며 궤도 운동을 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망원경으로도 움직임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쌍성이 가까이 있다면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하거나 스페클 영상을 찍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클 영상은 대기 때문에 별빛이 흔들리기 전에 빨리 찍어 얻은 영상이다. 쌍성이라면 스페클 영상에서 2개의 별로 드러난다.

쌍성은 별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가리는 식(蝕)을 서로 일으키며 밝기가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식쌍성’이라고 한다. 또 쌍성에서 한 별이 진화해 커지면서 다른 별로 물질이 이동하면 물질을 받은 별은 주기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맥동을 일으킨다.

이 박사팀은 지난해 10월 영국왕립천문학회지(MNRAS)에 ‘V994 Her’라는 특이한 쌍성의 정체를 밝혀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에서 헤르쿨레스자리 방향으로 780광년 떨어져 있는 이 쌍성은 그동안 식쌍성 중 한 별이 맥동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박사팀은 V994 Her의 밝기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2개의 식쌍성으로 이뤄진 사중성임을 알아냈고, 보현산천문대에서 스펙트럼을 관측해 4개의 별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이 박사는 “사실 V994 Her는 사중성 외에도 추가로 하나의 별이 더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며 “현재 V994 Her가 우리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것 중 가장 많은 별이 포함된 다중성인 셈”이라고 밝혔다. 토코비닌 박사의 자료에 따르면 V994 Her처럼 쌍성과 쌍성이 서로 공전하는 다중성은 모두 37개다.

두 별이 서로 공전하는 주기와 반지름을 파악할 수 있다면 각 별의 질량을 구할 수 있다. 쌍성 주변에 제3의 천체가 존재한다면 그 천체의 질량도 알아낼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적외선천문연구부 이재우 박사는 “특히 식쌍성에서 식을 일으키는 시간을 0.0001일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다”며 “만일 식쌍성에서 식이 일어나는 주기가 달라진다면 제3의 천체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 정도를 파악해 이 천체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식쌍성 주변에서 블랙홀 후보가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 천문학자들은 식쌍성 ‘V Pup’의 공전주기(1.45일)가 조금씩 변화하는 양상을 파악해 주변에 태양 질량보다 10배쯤 무거운 제3의 천체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했다. 그동안 X선 인공위성이 V Pup 근처에서 약하게 X선을 방출하는 천체를 확인했는데, 주변에서 블랙홀로 물질이 유입될 때 X선을 내놓는다. 연구팀은 제3의 천체가 블랙홀 후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초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우 박사와 김승리 박사, 충북대 김천휘 교수 연구팀은 식쌍성 주변에서 식이 일어나는 주기를 세밀하게 관측해 외계행성을 2개나 발견하기도 했다. 즉 처녀자리 방향으로 590광년 떨어져 있는 식쌍성 ‘HW Vir’ 주변에서 각각 목성의 8.5배와 19.2배 무거운 행성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 결과는 미국 천문학회지 2월호에 발표됐다.

별이 몇 쌍둥이까지 존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쌍성이 주변에 숨어 있는 블랙홀이나 외계행성처럼 보이지 않는 천체를 드러낼 만큼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100시간 천문학(100HA)
4월 2일~5일 100시간 동안 지구촌 130여 개국에서 열리며, 일반시민에게 관측 기회와 강연, 사진전 등이 진행된다. 이 행사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천문학 관련 학과가 설치된 7개 대학, 국립중앙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시민천문대, 청소년수련원, 교육과학연구원 등이 참여한다(www.astronomy2009.kr).

4월 2일 ‘4월의 캠퍼스 별 축제’, 3일~4일에는 ‘시민천문대의 밤’이 열리며 4일에는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과학관의 밤’이 열린다.
5일에는 국내 아마추어천문가들이 전국에서 ‘거리의 별 축제’를 벌인다.
대한민국 별 축제 대전 행사
4월 10일~12일 꿈돌이 사이언스 페스티벌의 하나로 열리는 행사. KB 스타 카와 함께하는 천체관측 프로그램을 비롯해 ‘도전 골든 별’, ‘알기 쉬운 천문학 강연’,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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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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