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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은 왜 일주일에 한 번 궤도를 바꿀까

인공위성에 조종사가 필요한 이유

한국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이 4월 공식 임무를 시작했다.
다음 달이면 천리안 위성이 우주로 떠난 지도 1년이 돼 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지구 상공 3만 5800km 높이에 떠 있는 천리안 위성의 궤도를 일주일마다 조정하고 있다.

 

항우연이 만든 다목적 실용위성 3호(아리랑 3호)의 모습. 그래픽 작업을 통해 위성이 궤도제어를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아리랑 3호는 2012년 이웃 일본의 우주로켓 ‘H2A’를 타고 우주로 나갈 예정이다. 일본 아이치 현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발사 준비가 한창이다. 현재 활약 중인 아리랑 2호보다 한층 정밀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정밀지상관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인공위성 궤도조정은 정밀하고 까다로운 조작이다. 3년 전인 2008년 2월 10일.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1999년 발사했던 과학실험 및 지상관측용 소형 인공위성 ‘다목적실용위성 1호(아리랑 1호)’의 수명이 공식 종료됐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원인은 직원의 조작 실수로 밝혀졌는데, 안전모드로 들어가 버린 위성은 태양광 충전 날개를 다시 펴지 못하고 지금까지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다. 하지만 아리랑 1호는 연비 절약형 운전 덕분에 기대수명 3년을 훌쩍 넘겨 8년이나 활약했으니 인공위성으로선 천수를 누린 셈이다. 뒤를 이어 활약하고 있는 ‘아리랑 2호’도 마찬가지. 매번 부지런히 궤도조정을 하고 있다. 최근엔 무사히 지구를 돌 수 있도록 경사각을 수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궤도조정은 왜 하는 걸까.


인공위성 ‘궤도’ 어떻게 만드나
바다 위를 움직이는 배는 보이지 않는 항로를 따라 운행한다. 마찬가지로 인공위성은 ‘궤도’를 따라 지구를 돈다. 먼저 지구의 어느 대륙, 어느 나라 상공을 지나야 하는지를 살펴 임무지역을 설정한다.

그리고 하루에 임무지역을 몇 번 지나가는지를 나타내는 ‘방문주기’를 계산한다. 이 두 가지 조건에 따라 과학자들은 위성의 고도, 경사각, 곡선의 크기 등을 만들면 위성의 기본적인 궤도가 된다.

사실 인공위성은 가만히 놔둬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적당한 고도를 찾아서 영원히 돌기도 한다. 지구의 중력과 위성의 속력이 일정하다면 인공위성은 영원히 같은 궤도로 지구 주위를 돌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는 위성의 궤도가 조금씩 바뀌기 때문이다.

위성 궤도를 방해하는 힘을 인공위성 전문가들은 ‘궤도섭동력’이라고 부르는데,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지구가 ‘완전히’는 둥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중력 이상이다. 지구는 공 모양으로 생겼지만 남북방향 반경보다 동서 방향 반경이 약 0.3% 정도 더 길어서 마치 위에서 살짝 누른 공 모양을 하고 있다. 게다가 국지적으로 히말라야 산맥처럼 높이 솟아오른 곳도 있고 태평양의 필리핀 근해처럼 푹 꺼진 곳도 있다. 결국 ‘지구 비대칭 중력장에 의한 효과’가 생겨 인공위성이 본래의 궤도를 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두 번째 방해 요인은 달을 비롯해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행성과 위성들의 인력이다. 태양과 달, 목성, 토성 같은 천체들과 그 천체에 딸린 수많은 위성들의 인력이 인공위성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방해 요인은 ‘태양풍(태양 복사압)’으로, 태양이 내뿜는 여러 가지 미세 입자가 인공위성의 몸체나 태양전지판에 부딪쳐 밀어내는 힘이다. 인공위성의 궤도가 높을수록, 즉 지구 표면에서 멀수록 더욱 세게 작용한다. 네 번째는 지구 대기와 마찰력이다. 인공위성 기술자들은 대체로 고도 1000km 이하에서는 희박하나마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 300km 이하에서는 대기의 영향이 급격히 커진다. 더구나 지구 대기는 변화무쌍해서 계절이나 지역, 태양 활동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인공위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것 말고도 많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상용 위성 운용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➊ 항우연은2010년 7월 10일 천리안 위성과 첫 교신을 시도했다.
➋ 위성운영센터의 안테나동 옥상에 설치된 지름 13m짜리 송수신용 안테나는 관제실의 명령을 전파로 바꿔 상공 3만 6000km에 떠 있는 천리안에 쏘아 올린다.]

인공위성 교통사고 막는 법
궤도 조정을 포기하면 인공위성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인공위성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불타 없어진다. 다만 떨어지는 시간은 위성의 궤도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지구에 가까이 있던 위성일수록 일찍 지구 대기권으로 낙하하게 된다. 고도 1000km 미만의 저궤도위성이라면 대략 수백 년, 3만 5800km인 정지궤도위성들은 최소 만 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어떤 궤도에서는 오히려 지구로부터 멀어지기도 한다. 정지궤도 위성 중 일부 특정 경도에 있는 위성들은 가만히 놓아두면 지구에서 점점 멀어진다. 앞서 말한 지구 비대칭 중력장 효과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천리안 위성도 지구쪽으로 당기는 궤도 조정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만약 아무런 제어도 하지 않고 놓아두면 천리안 위성은 점점 지구에서 멀어진 궤도에서 영원히 지구 주위를 돌게 될 것이다. 이 궤도에 있는 위성은 달처럼 몇 백만, 몇 천만 년이 흘러도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다.
 

인공위성 궤도조정 방법 고도 조정은 비교적 자주 이뤄지지만 이심률이나 경사각 조절은 수 년에 한 번씩 이뤄지기도 한다.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고도 조정’이다. 지구로 가까워지는 위성은 밀어내고 멀어지는 위성은 끌어당기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사각 조정’이다. 경사각이란 궤도와 적도면이 이루는 각을 말한다. 남극에서 북극까지 일직선으로 올라가면 90°가 된다. 아리랑 2호도 지난 2월 경사각을 조정했다. 2006년 발사 직후 아리랑 2호는 98.13°의 경사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루에 몇 바퀴씩 돌면서 지구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이유가 이 98.13°의 경사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사각은 매년 약0.03°씩 틀어진다. 올해 초 각도가 97.97°까지 내려가자 항우연은 위성에 무선으로 명령을 내려 각도를 원래대로 변경했다. 세 번째로는 ‘이심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궤도의 편평도, 즉 위성의 궤도가 원래 동그란 원이었는지, 찌그러진 타원이었는지를 따져 형태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정지궤도 위성을 제어할 때는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위성은 적도상공 평균 3만 5800km고도에서 360°를 그리며 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위성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줘야 한다. 국제통신기구(ITU)에서 권장하는 위성간의 최소 간격은 2°. 따라서 지구상공에 최대 180기 밖에 운용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약 400기의 정지위성이 운용 중이다. 유럽 상공 같은 곳은 0.1°(직선거리로는 약74km) 간격으로 위성들이 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혼선을 피하기 위해 운용자들은 스스로 각 위성의 운용구획을 설정하고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궤도 조정을 하고 있다. 이 운용구획을 ‘위치유지상자(Station Keeping Box)’라고 부른다. 보통 동서 방향으로 0.1°, 남북방향으로 0.1° 정도를 정해두고 위성이 ‘위치유지상자’ 내에 머무르도록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배는 항상 머리를 앞으로 향하고 바다를 헤쳐 나간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뒤로도, 옆으로도 날 수 있다. 궤도와 위성이 지구를 향하고 있는각도(자세)는 별개라는 뜻이다. 인공위성이 지상에서 명령을 받으려면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의 방향도 중요하다.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전기를 충전하려면 태양전지판의 각도도 유지해야 하고, 카메라나 레이더도 항상 지상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인공위성은 수백km 또는 수만km 상공에서 지구를 관측하므로 그 정도 높이에서 0.1°만 자세가 틀어져도 지상에서는 수십~수백km의 오차가 발생한다. 정밀한 자세 제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위성과학자들은 궤도를 ‘조정(maneuver)’한다고 하고 자세는 ‘제어(control)’한다고 부른다. 궤도 조정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사람의 판단과 컴퓨터를 사용한 계산으로 수행하지만 자세 제어는 주로 자동 제어(Automatic Control)에 의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천리안 위성의 궤도 조정은 남북방향, 동서 방향 각각 주 1회씩 이뤄진다. 가끔씩 해 줘도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세 제어는 매우 신속해야 한다. 인공위성의 일반적인 자세 제어용 프로그램의 작동 주기는 백분의 일~천분의 일초 정도다. 이를 위해서 자세 제어에는 추력기도 물론 사용하지만 관성바퀴(momentum wheel)를 주로 이용한다. 회전하는 물체의 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회전축에 달아 놓는 바퀴다. 전기모터로 움직여 탑재된 연료를 쓰지 않는데다 컴퓨터의 제어 명령에 따라 위성의 자세를 빠르고 정확하게 바꿀 수 있다.


[➊ 2010년 7월 12일, 한국 최초의 통신·기상 위성 천리안이 한반도 상공 정지궤도에 올라서자마자 테스트 목적으로 찍은 첫 번째 기상 사진이다. 천리안 위성은 그 이후 9개월의 시험운영을 마치고 올해 4월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➋ 항우연에서 천리안 위성을 점검하고 있다. 천리안 위성은 2003년부터 국가 중장기계획에 따라 프랑스 아스트리움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통신해양기상위성, 통해기 위성으로 불리다가 발사 3개월 전인 2010년 3월 ‘천리안’이란 이름을 붙였다.]

 


수명 다한 위성, 어떻게 될까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을 하려면 반드시 위성에 탑재된 추력기, 즉 로켓 추진엔진이 필요하다.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되면 반대방향으로 연료를 분사해 위치를 바로 잡는 방식이다. 결국 인공위성의 수명은 싣고 있는 연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연료를 아껴서 위성을 제어하는 제어 실력도 중요한데, 아깝게 수명을 다한 아리랑 1호도 사실은 최대한 연료를 절약해 운영한 결과 설계수명을 5년이나 넘겨 쓴 경우다. 아리랑 2호도 3년 수명으로 제작됐지만 5년째 아무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은 수명이 다하면 마지막 연료를 사용해 지구 대기권으로 돌입시켜 강제로 태워버리지만 그냥 우주 공간에서 아무 궤도나 돌도록 내버려 두는 경우도 많다. 연료는 떨어졌지만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전력시스템은 살아 있어서 아마추어 통신용 등으로 목적을 바꿔 사용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지만 수명이 다한 정지궤도 위성은 그냥 내버려두면 다른 위성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보통 연료를 조금 남겨 뒀다가 150km 이상 더 높은 ‘폐기궤도’로 올려 보낸 후. 모든 전자장치의 작동을 중지시키면 그 궤도에서 영원히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고장 난 위성이나 파편은 우주 쓰레기로 남는다.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있는 북미항공방위사령부(NORAD)에 따르면 크기 10cm 이상의 물체 1만 6000여 개가 지구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 중에서 78%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우주쓰레기다.

한국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이 우주로 나간지도 1년이 돼간다. 이미 인공위성이 없는 현대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일기예보, 통신서비스, 재난관리, 지도제작, GPS 서비스 등 수많은 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위성의 궤도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우주 전문가들의 노력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방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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