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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잔치

3월의 밤하늘

추운 겨울도, 길어지는 낮의 길이만큼이나 멀어져가고 동쪽에서 떠오르는 새봄의 별자리를 보면서 따뜻한 봄소식을 기다리는 3월이 왔다. 새봄과 함께 시작된 업무, 새로운 공부 등으로 바쁜틈을 타, 잠시 머리도 식힐 겸 하늘이 훤히 트인 공간으로 나가보자.

우선 남서쪽으로 머리를 돌려 겨울철의 별자리를 찾아보자. 이제는 서쪽으로 스러져가는 오리온이, 그래도 아직은 다른 별자리를 찾는 지표가 된다. 황소 쌍둥이 큰개 그리고 작은개 등을 차례로 찾아보자. 만일 오리온을 찾을 수 없다면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를 지표로 삼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항성중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독특한 청백색의 색깔을 띠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께서는 이 시리우스의 밝기를 기억해두기 바란다.

자 이제 머리를 동쪽으로 돌려보자.

시리우스보다 밝은별?

막상 고개를 돌린 동쪽하늘은 남서쪽 겨울철의 별자리에 비해 약간은 초라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름모를 별들만이 빛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초보자가 별자리를 쉽게 찾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올봄은 이러한 어려움을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훌륭한 하늘의 지표가 있다. 다름아닌 행성중의 행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목성이다.

이제 목성을 찾는 것이 과제다. 하늘의 수 많은 별들 중에서 목성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91년 3월의 밤하늘에서 목성을 찾는 것은 서울의 남산 꼭대기에서 63빌딩이나 3.1빌딩을 찾는 것보다 쉽다. 물론 빌딩이나 산에 가려 목성을 볼 수 없는 지역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예외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목성을 찾아보도록 하자. 시리우스를 다시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휘저으며 이 별보다 더 밝은 별을 찾아보자. 아마도 시리우스보다 밝다고 생각되는 별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별이 '태양계의 거인'이라 불리는 목성이다(3월중의 밝기는 약 -2.5등급). 만약 약간 의심이 간다면 색깔을 확인해 보자. 노란색인가. 또 반짝거림은 어떠한가.

다시 청백색의 시리우스를 보자. 시리우스는 반짝거림이 무척 심할 것이다. 이에 반해 노란색의 목성은 반짝거림이 거의 없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위치를 확인해보자. 쌍둥이 자리에서 약간 동쪽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만일 쌍둥이자리를 찾지못하는 독자라면 시리우스에서 북동쪽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확인해도 좋다. 이 조건만 만족한다면 이 별은 틀림없는 목성이다. 천체망원경을 갖고 있는 독자는 20~30배 정도의 배율로도, 다른 항성과는 달리 공모양을 한 목성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리가 잘린 이유

목성을 비롯한 모든 행성은 태양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일정한 별자리에 속해 있지 않고 항상 일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이 경로를 우리는 황도라고 부른다. 황도가 통과하는 12개의 별자리를 황도12궁 이라고 한다. 지금(3월) 목성이 속해 있는 별자리는 황도 12궁의 네번째인 게자리다. 4,5등성의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진 이 별자리는 밤하늘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지금은 목성의 도움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3월에는 목성이 게자리의 중앙에서 약간 서쪽으로 벗어난 곳에서 계속 서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쌍안경의 도움을 받아 별자리 모습을 완성 해보자. 성좌도에서 본 것처럼 여러분도 게의 다리 하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이 별자리는 왜 이처럼 어둡고, 또 다리가 하나 잘려진 모습일까. 그 이유는 신화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게자리의 가운데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산개성단 '플레세페'(M44)가 있는데 조건이 좋은 곳에서는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쌍안경으로 목성을 맞춘다면 한 시야 안에서 플레세페의 모습을 같이 볼 수 있다.

목성이 있는 게자리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보자. 흰색의 밝은 별이 보일 것이다. 바로 이 별이 유명한 사자자리의 α별 레귤러스(Regulus, +1.4등)다. 사자자리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사자라고 생각할 만큼 완벽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또 사자의 머리나 앞발쪽에 해당하는 별들은 마치 낫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사자자리의 큰 낫'이라고 부른다. 좌우가 뒤바뀐 물음표(?)로 생각해도 좋다. 사자자리의 학명은 Leo인데, 그 때문인지 필자는 사자자리를 보면 항상 어린시절 보았던 TV만화영화를 생각 하곤 한다. 만화속의 주인공인 '레오'라는 흰 사자는 밀림속의 악당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자로 그려져 있다. 비록 신화 속의 사자자리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된 짐승이라고 해도 왠지 이 별자리에 친근감과 동경심이 생기곤 한다. 이 사자자리는 게자리에 이어 '황도 제 5궁'이다. 특히 α별 레귤러스는 거의 황도상에 자리하고 있어 달 또는 다른 행성들과 조우하는 '천체쇼'를 펼치곤 한다.

이외에도 3월의 대표적 별자리는 바다뱀 자리가 있는데, 이 별자리 역시 신화속에서 인간을 괴롭히던 '악당'으로 묘사되고 있다. 결국 3월의 밤하늘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이 악당들을 쳐부술 용사는 누구일까. 그리고 언제 나타날 것인가. 우리는 여름까지 이 용사를 기다려야 한다. 기타 자세한 문의사항은 한국 아마추어 천문협회(790-0340)로 문의 바람.

태양계의 거인, 목성

목성은 태양계의 행성중 가장 큰 타원형의 초대형 행성으로 극반지름과 적도반지름의 평균값이 지구의 약 11이배고 부피는 1천3백배 이상이다. 밝기는 -1.4등급에서 -2.5등급까지 변하는데, 91년 3월 현재의 밝기가 -2.5~-2.4등급이므로 우리는 가장 밝은 목성을 보고 있는 셈이다.

목성은 그 크기와 밝기에 걸맞게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도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소구경 망원경으로도 천체를 관측하는 즐거움을 준다.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찰해보면 맨처음 느끼는 것은 눈에 띄게 타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표면에는 적도와 팽행한 몇개의 줄무늬를 볼 수 있다. 또한 6인치 이상의 망원경으로는 '대적반'으로 불리는 붉은 반점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의 움직임으로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목성의 대략적인 자전속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목성관측의 즐거움은 목성 위성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목성에는 약 16개의 위성이 있는데 그중 4개의 위성은 1610년 갈릴레이가, 그가 만든 망원경으로 발견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갈릴레이 위성'이라 부른다. 이들의 이름은 각각 이오(lo) 유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로 불린다. 이들 갈릴레이 위성은 소형망원경으로도 쉽게 관측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공전주기를 갖고 목성주위를 움직이기 때문에 그 위치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목성 뒷면에 숨기도 하고 목성면을 통과하기도 하며 때로는 목성표면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해 관측자들을 흥분시킨다. 일부 베테랑 아마추어들은 위성 상호간의 식현상(한 위성이 다른 위성을 가리거나 한 위성의 그림자로 다른 위성이 들어가 보이지 않는 현상)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측은 소형 망원경으로 가능한 것이므로 천체망원경을 갖고 계신 독자들은 시도해보기 바란다. 목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91년 4월호에 게재될 예정.


사자, 게, 쌍둥이, 바다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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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정규성 학술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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