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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무한한 손짓을 흉내 내기 위하여

임창환의 퓨쳐&바디 ❶ 바이오닉 손(上)


이 연재는 미래의 우리 몸에 대해 다룬다. 특히 원래의 신체를 대체하거나, 손상된 몸이 갖는 한계를 이겨낸 기계 몸을 소개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스타워즈 2에서 많은 SF팬의 이목을 끈 바이오닉 손이다.


Star Wars

필자가 어렸을 때, ‘스타워즈’는 아이들의 로망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우주비행선을 만드는 200원짜리 조립식 장난감과 광선검을 든 루크 스카이워커가 인쇄된 책받침은 초등학교 5학년생의 워너비 아이템이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 누런 연습장에 연필로 R2D2를 베껴 그리던 우리는 여느 미국 아이들 못지 않은 스타워즈 마니아였다. 그런데 스타워즈 2편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한다고 했을 때의 흥분과 호기심이란! 결국 필자는 일찍 자라는 부모님의 만류를 물리치고 몰래 텔레비전을 봤다(스마트폰으로 다시보기를 할 수 없던 그 시절엔 ‘본방사수’ 외엔 방법이 없었다).

명불허전이었다. 백미는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다스베이더와 주인공 루크의 외나무다리 결투였다. 이 장면에서 다스베이더는 파란색 광선검을 쥔 루크의 오른팔을 자신의 붉은색 광선검으로 베어버렸다. 그리곤 반전의 한 마디. “아임 유어 파더.”

영화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이야기되는 명장면이지만, 그 다음 장면이 더욱 인상에 남았다. 필자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 루크가 평생 한 팔만으로 살거나 후크 선장의 갈고 리를 달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부족한 내 상상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잘린 오른팔 자리에 원래 팔과 똑같이 생긴 팔이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수술 로봇이 루크의 새 손바닥을 바늘로 콕콕 찌르자 진짜 손인 양 움찔거리기도 했다. 더구나 열린 피부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어지럽게 들어차 있는 작은 기계 부품들이었다. 이 장면에 어찌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필자는 당시 일기장에 멋졌던 광선검 전투장면이나 우주선 이야기가 아니라, 이 팔 이야기를 가득 썼다.
 


Human Hand
 
인간의 손은 일상에서 매우 다양한 행위를 한다. 손은 29개의 뼈와 29개의 관절, 34개의 근육, 123개의 인대로 구성돼 있다(흥미롭게도, 개인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뇌에서 근육으로 지령을 보내기 위해, 그리고 손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기 위해, 34개의 이름 있는 신경과 그밖의 수백 개의 이름 없는 신경이 얽혀 있기도 하다. 이들 관절과 신경, 근육은 서로 긴밀히 협업해 복잡한 손의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손의 구조와 움직임이 복잡한 만큼, 뇌가 손을 제어하는 메커니즘도 아주 복잡하다. 손을 움직일 때는 대뇌피질의 운동 영역이 34개의 근육 중에서 필요한 근육을 선택해 미약한 전기신호를 보낸다. 이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근전기신호라고 한다. 전기신호를 받은 근육의 운동신경세포가 활동하면 근육이 수축해 근육에 붙어 있는 뼈가 움직인다.


Le Petit Lorrain

이런 손을 대체할 최초의 의수(약 5세기)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당연하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의수였으니까. 후크 선장의 갈고리는 물건을 걸어 올리거나 상대의 칼을 막는 용도로라도 쓰였는데, 이 의수는 보기 좋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팔과 비슷하게 생긴 모형을 붙인다는 측면에서, 의수는 언뜻 의족보다 쉬워 보인다. 다리는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고 남은 신체 부위와 단단하게 붙어야 하지만, 의수는 그렇게 큰 무게를 지탱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의수가 의족보다 먼저 태어났으리라 생각하지만, 유물만 놓고 보면 의족이 먼저 만들어졌다(서기 77년경). 의수는 그보다 400년 정도 늦게 나타났다.
 
후크의 갈고리 모양 등 뭔가 기능과 모양이 더해진 것은 1500년대에 들어서서였다. 프랑스 외과의사 앙브루아즈 파레는 최초로 관절이 있는 의수를 선보였다. 물론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고, 다른 손으로 팔꿈치 각도를 조절해야 했다. 그래도 대단한 기술이었다. 파레는 외과의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기계공학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왼팔 의수 일러스트(위)를 보면 비전문가도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데, 팔꿈치 아래부분을 접어 올리려면 의수의 손 부분을 잡고 어깨 방향으로 당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따다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팔이 일정한 각도로 접히고, 두 개의 스프링에 연결된 톱니가 걸개에 걸리면서 팔이 고정된다. 다시 팔을 펴려면 팔꿈치 위의 스위치를 눌러주기만 하면 됐다!

이 구조는 당시 프랑스 전역에 보급되기 시작한 방아쇠 달린 총의 내부와 비슷했다. 파레는 종군의사이기도 했기에 부상당한 병사에게 의수를 만들어줬다. 당시는 신분 차별이 엄연했던 때라 모든 이가 파레의 의수를 쓸 순 없었다. 개별 제작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의수는 ‘르 쁘띠로렝(작은 로렌 사람)’이라는 이름과 함께, 전장에서 왼팔을 잃은 프랑스 장군에게 바쳐졌다. 그 장군이 의수를 장착하고 전쟁에서 활약했는지는,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Bionic Hand

파레 이후 19세기까지는 다시 의수 분야에 큰 진전이 없었다. 19세기 초, 독일의 치과의사 피터 발리프가 인류 최초로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 의수를 만들었다. 팔꿈치와 어깨를 손가락과 연결해서, 팔꿈치를 펼치면 엄지손가락이 함께 펼쳐지고, 어깨를 들썩이면 나머지 손가락이 펼쳐지는 의수였다. 의수를 펴기위해 몸을 들썩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그리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은 아니었다. 좀더 우아한 방법은 1857년, 미국 뉴욕의 발명가 윌리엄 셀보가 만들었다. 반대편 어깨에 줄을 매달고 의수 달린 팔을 들어올리면 줄과 연결된 손가락이 펼쳐진다. 팔의 각도만 잘 조절하면 손을 펴고 쥘 수 있다. 특허도 받았는데 실제로 만들지는 않아서, 이 의수가 진짜로 만들어진 것은 1912년이었다.

미국의 데이비드 도랜스는 제재소에서 일하다 오른손을 잃었다. 그는 셀보의 의수와 비슷하지만 더욱 발전한 의수를 개발했다. 실제 손이 아니라 집게 모양을 한 손이 달린 의수였다. 이 의수는 많은 절단 장애인들이 최근까지도 사용할 정도로 실용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절단 장애인의 수가 더욱 많아졌다. 이 때엔 드디어 의수를 부착하는 팔에 남아 있는 근육의 움직임을 읽어 손가락을 움직이는 의수가 나타났다. 이 의수는 독일 의사 페르디난트 사우어브루흐가 개발해 ‘사우어브루흐 손’이라고 불렸다.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스타워즈 2’에 나온 바이오닉 손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손은 전자공학의 발달과 함께 태어날 차례였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
  • 에디터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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