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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투수 헛스윙 유도하는 주무기 변화구

핵심은 야구공의 회전 방향

투수의 생명력 중 하나는 공의 다양한 구질이다. 즉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투수는 공에 회전을 줘야 한다.공의 회전과 변화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타석에 타자가 방망이를 쥐면서 포즈를 취하고, 마운드의 투수가 공을 던지려는 순간 관중들은 모든 관심을 타자와 투수에게 집중한다. 과연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는 칠 수 있을까.

대개의 경우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해 아웃되고 만다. 타자가 방망이를 공중에 헛스윙을 하는 경우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때면 해설가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두고 “빠른 직구라든지 슬라이더였다”는 등 투수가 던진 공의 구질을 설명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직구, 커브볼, 스크루볼, 슬라이더, 너클볼 등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공의 구질이 다양할 수 있는데는 투수가 공을 그냥 내던지지 않기 때문이다. 투수는 공을 던지면서 공에 다양한 회전을 줄 수 있다. 마치 볼링을 칠 때처럼 말이다.

공의 회전은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만약 공이 투수 쪽으로 날아오면서 공의 아랫부분이 공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고 가정하자. 공의 윗부분 회전방향은 진행방향과 반대이며, 아랫부분의 회전방향은 진행방향과 같다. 공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이동속도에 차이가 난다.
 

스핀의 방향과 공의 구질


1초에 30회 회전해야

이같은 속도차는 곧 주변 공기의 흐름 속도에 영향을 준다. 공 아랫부분의 진행방향과 회전방향이 같으므로 속도가 빨라 공기 마찰이 커져서 주변 공기의 흐름 속도가 줄어든다. 반대로 윗부분은 공의 진행방향과 회전방향이 반대여서 속도가 작아 공기의 흐름과 공의 회전이 같이 어울려서 주변 공기의 흐름 속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공기의 흐름 속도 차이는 결국 압력의 차이를 만든다. 주변 공기의 흐름이 빠를수록 압력이 작다. 바로 베르누이의 원리인 것이다. 공은 압력이 큰 쪽에서 작은 쪽으로 힘을 받으므로 공은 회전을 준 방향 쪽으로 휘어진다. 따라서 윗부분으로 공은 휘어진다.

이 경우가 바로 박찬호 선수가 구사하는 직구의 일종인 라이징 패스트볼이다. 공이 빠른데다 타석으로 다가올수록 약간 위로 떠서 타자가 치기 여간 어렵지 않다. 박찬호가 라이징 패스트볼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1초에 30회 정도로 회전하도록 공에 스핀을 줘야 한다. 이처럼 공의 회전은 공의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만약 공의 회전방향을 달리하면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

변화구의 또다른 묘미는 날아오던 공이 언제 어디쯤에서 휘어지기 시작하느냐다. 만일 미리부터 휘어지는 방향이 보인다면 타자가 쳐내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힘든 공은 빠른 직구처럼 보이던 공이 갑자기 타자 앞에서 느려지면서 옆으로 휘어지며 뚝 떨어지는 공이다.

빠른 공에서는 실밥과의 마찰로 인한 교란 공기층이 진행하는 전면에 고루 퍼져 공이 휘어지지 않는다(70쪽 야구공 기사 참조). 그러나 공이 진행하면서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진행하는 전면에 공기가 미끄러지고 뒷면에 교란층이 생긴다. 공이 회전의 영향으로 인한 주위의 압력 차이로 휘어지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회전을 준 공이 어느 시점에 휘어지느냐는 공의 진행속도와 실밥으로 인한 교란 공기층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공을 잡을 때 실밥의 방향을 어떻게 해서 잡느냐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똑같은 세기의 똑같은 회전을 주어 던진 공이라도 어떤 공은 타자 앞까지 거의 가서 갑자기 변화하는가 하면 어떤 공은 밋밋하게 휘어져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투수는 이러한 공의 변화 시점을 잘 조절할 수 있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실밥의 높이가 1mm만 달라져서 던지는 공의 효과 차이가 크므로 국제경기 등을 치를 때 공이 평소에 쓰던 것과 다르면 애를 먹기도 한다.

너클볼 효과 위해 공에 바세린 발라
 

너클볼은 시속 90km가 안되는 느린 공이지만 치기 쉽지 않다. 투수가 손가락 끝으로 공을 쥐고 던져서 거의 회전 하지 않는다.


변화구에는 공에 회전을 주는 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클볼의 경우는 그렇다. 손가락 끝으로 공을 쥐고 던져서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고 진행하도록 던지는 것으로 공의 속도는 시속 90km가 안되는 느린 공이다. 하지만 당시의 바람 방향이나 공 표면의 상태에 따라 공이 어디로 휘어질지 모르는 괴상한 변화구이다.

너클볼의 원리는 팽이에 비유될 수 있다. 회전하는 팽이는 잘 쓰러지지 않지만 회전하지 않는 팽이는 금방 쓰러져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너클볼은 회전하지 않고 공기 속을 진행하기 때문에 주위 영향에 따라 진행방향이 쉽게 변할 수 있다. 따라서 타자가 느린 공에도 불구하고 여간 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너클볼을 던지는 요령이 쉽지 않아서 손에 꼽을 만큼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적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철순 투수, 메이저리그에서는 톰 캔디오티가 유명하다.

그러나 반칙을 써서 너클볼의 효과를 낼 수는 있다. 공의 표면에 침이나 비눗물, 바세린 같이 미끌미끌한 첨가물을 발라서 던지면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회전을 거의 하지 않아 너클볼처럼 진행한다. 야구에서는 이같은 반칙 투구를 스핏볼(spit ball)이라고 한다. 다른 스핏볼의 예로는 공의 실밥 효과를 인위적으로 더 주기 위해 일부러 흠집을 내거나 껌 등의 다른 물질을 붙이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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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임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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