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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유학 가니, 난 유망학과 간다

뜨는 학과 잡아라

디지털문화콘텐츠공학과, 냉동공조에너지시스템공학 전공, 반도체광디스플레이학부, 기계메카트로닉스공학부, 스크랜튼학부, 생명나노화학과, 바이오 및 뇌공학과, 융합오믹스 의생명과학 전공….

요즘 유망학과로 언론에 소개되는 학과들이다. 얼핏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뭘 배우는 학과인지 알 수 없다. 기계공학, 생명공학, 화학, 의학은 물론 뇌, 나노,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디지털 등이 둘 이상 섞여 있는 학과도 많다. 마치 최근 신성장 동력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학문 융복합’ 경향을 반영한 듯하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대학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즉 안정적으로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과정으로 간주하는 추세다. 각 대학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춰 학과를 특성화해 대표주자로 밀고 있다. 특히 기업과 연계해 학과를 운영하는 일이 늘어났다. 기업 맞춤형 강의는 기본이고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취업을 보장받기도 한다. 이공계에서 뜨는 학과를 제대로 아는 만큼 기회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삼성전자에 갈까, 네이버에 갈까
삼성의 지원을 받는 성균관대에서 대표적인 유망학과는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이다. 이 전공의 학과장인 이칠기 교수는 “성균관대가 미래 반도체설계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기르기 위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설립한 산학협력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관을 설립해 반도체설계 전용 워크스테이션을 들여왔다.

성균관대 성재호 입학처장은 “입학생은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며 “삼성전자 박사급 전문가한테 실무에 필요한 최신 강의를 듣고 방학 때 삼성전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학습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연구개발직에서 일할 수 있다.

또 성균관대는 학부 차원에서 디지털 가전, LCD 디스플레이 분야의 협동과정도 삼성전자와 운영하고 있다. 성 처장은 “정보통신공학부 전자전기공학전공과 컴퓨터공학전공으로 들어온 학생 중에서 3학년 때 디지털 가전과 LCD 디스플레이 부문에 각각 20명씩 뽑아 2년간 별도 교육을 한다”며 “이 과정을 마치면 삼성전자 해당 부문에 취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IT대학도 주목할 만하다. IT대학 밑에는 컴퓨터학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글로벌미디어학부가 있다. 입학생 중 상위 15명에게 노트북PC는 물론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준다. 평점 3.5 이상인 재학생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해외 자매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갈 때 1년간 최대 2만 달러를 지급한다.

컴퓨터학부를 졸업하면 네이버의 모기업 NHN, 소프트웨어 개발사 티맥스소프트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학부장인 김명호 교수는 “3학년 2학기부터 1년간 웹개발자(WD) 특별트랙의 수업 6과목을 듣고 WD 수료증을 받으면 NHN과 티맥스소프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IBM에서 ‘시스템Z’라는 대형 서버를 교육하는 강의를 들으면 이 서버를 사용하는 웬만한 대기업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동장학재단 vs. 정문술 파이오니어
2009년 3월 개교하는 이공계 및 경영학 분야의 특성화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UNIST)의 대표는 에너지공학부다. 지난 8월 울산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학교 안에 에너지연구원 분원을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 조지아공대와도 에너지소재 관련 연구소를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경동도시가스에서 50억 원을 학교 측에 기증해 경동장학재단을 마련했는데, UNIST는 이 기금으로 우수학생을 유치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UNIST 관계자는 “경동도시가스에서 에너지 연구를 특성화해 에너지공학부와 관련된 장학금을 지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2009학년도에 UNIST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1학기에 모두 장학금을 받고, 평점을 2.7 이상으로 유지하면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화두인 학문 간 융합에 맞는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는 학과의 좋은 사례가 바로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다. 학과장인 박제균 교수는 “한 분야를 깊이 알면서 인접 분야도 터득하는 T자형 교육을 한다”며 “현장 실습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3학년생을 위주로 매학기 12명씩 4년째 나가고 있으며, 4학년 때는 ‘바이오 융합 프로젝트’란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이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예를 들어 침대 바닥에 센서를 설치하고 컴퓨터에 연결해 아기의 돌연사를 막는 경고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는 생물학 지식, 전자공학, 프로그래밍 기술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박 교수는 “바이오니아, 헬스피아, 센플러스 같은 기업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가천의대, 하버드의대 등 현장에서 9명을 겸직 교수로 초빙했다”며 “재학생 중에서 1년에 한두 팀을 뽑아 MIT, 스탠퍼드대, UC 버클리, 보스턴대 등의 연구기관에 1~2주간 방문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고 말했다. 이는 정문술 미래산업 전 사장이 KAIST에 기증한 300억 원의 기금 덕분에 생긴 ‘정문술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이다.

경원대 바이오나노대학 바이오메디컬 전공과 나노시스템 전공도 융합학과로 주목받을 만하다. 수능 1.8등급 이상의 합격생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과 학업보조비 월 30만 원씩 지급하고 정시 최초 합격자 전원에게 1년간 학비를 면제해준다. 학장인 장창현 교수는 “삼성, LG 등에서 근무하다 온 교수가 많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부품연구원 등에서 학연교수를 초빙하고 있다”며 “앞으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실험실 사이에 벽을 없애 5개 층마다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 뒤 가천의대나 길 병원으로 취업할 수 있다.

지방에 떠오른 작지만 강한 학과

뜨는 학과는 수도권 대학이나 이공계 특화대학뿐 아니라 지방대학에도 많다. 울산대는 특성화정책을잘펼치고 있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아산재단과 협력해 의대를 특성화하며 서울아산병원과 연계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조선해양공학부에 일류화사업단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KCC 지원을 받아 생명화학공학부가 일류화사업단을 시작했다. 지난 5월 협약을 해 1단계로 5년간 65억 원을 지원받기로 한 것. KCC일류화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재성 교수는“입학생중상위 15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해외 어학연수 장학금(600만 원 상당)을 지원하는 KCC장학제도를 도입했다”며“특히 상위 5명에게는 4년간 학기당 200만 원씩 학습지원금을 지급하며 졸업 후 KCC 취업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KCC뿐 아니라 SK에너지, S오일에서도 임원급이 겸임 교수로 와 강의하고 있다”며“3학년 2학기에는 6개월간 현장에서 근무하며 배우는 인턴십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 미생물학과는 제약사인 녹십자와 맞춤식 교육을 해 취업을 촉진하고 있는 우수사례다.

녹십자는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13만m2의 용지를 확보하고 용인공장을 완전히 이전한 상태다. 이찬희 교수는“녹십자의 요청으로 제약회사에 필요한 과목인‘생물공정검증’을 개설하고 녹십자의 박송용전무가 겸임교수로 강의해왔다”고말했다. 이는 2006년 충북대 누리사업단인 바이오산업전문인력양성사업단이 녹십자와 산학협력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덕분이다. 이 교수는“매년 4~9명이 녹십자에서 인턴십을 거친 뒤 한두 명씩 입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목포대 기계, 선박해양공학부는 전남 신규조선소의 선두주자인 대한조선과 협약해 산학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차 협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대한조선과 공동으로 곡물을 싣는 18만t 화물선, 6400*TEU 대형컨테이너선같은 선박을 설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에게 대한조선 취업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나승수 교수는“지난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6명이 모두 대한조선에 취업했다”며“대한조선 임원진이 겸임교수로 생생한 선박 건조과정을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대 기초과학부 생명공학전공과 식품과학부 식품영양학전공은 지역특화 브랜드 상품 개발을 주도해 화제가 됐다. 생명공학전공의 성치남 교수, 식품영양학전공 서권일 교수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교수, 학생, 산업체 직원이 전남 특산물을 이용해 산수유감식초, 산수유드링크제, 복분자 발효음료, 칠면초 비누 등을 개발했다. 상품개발팀에 참여한 학생들은 2006년 S바이오푸드를 창업해 지난해부터 이익금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후배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S바이오푸드 박경욱 사장은 “지난해 5명의 학생에게 250만 원을, 올해는 7명의 학생에게 350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는 모바일 게임을해외에 수출해 주목을 받았다. 우송대 누리사업단인 첨단영상게임산업전문인력양성사업단은 대덕게임개발업체인 한얼엠에스티와 함께 개발한‘별따줘 팡팡’을 2006년 중국에 수출했다. 뜨는 학과를 잡으면 지방의 한계를 넘어 해외로 비상(飛上)할 수 있는 셈이다.

TEU*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 1TEU는 길이 6.1m, 너비 2.4m, 높이 2.6m의 컨테이너를 말한다. 6400TEU 컨테이너선은 이런 컨테이너가 6400개 들어가는 선박이다.


미래를 만드는 곳, 인하대 정보통신공학전공
‘차세대 핵심공학자’로 선발되면 4년간 등록금·기숙사 비용 지원, 삼성·하이닉스 장학금도 풍부

국내 차량 번호판은 색상이나 크기가 다르다. 배경색이 녹색, 노란색, 흰색이고 크기는 가로 대 세로 비율이 2:1이나 5:1이다. 번호판의 글꼴도 다양하다. 이런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판독해 차량을 인식할 수 있을까.

2007년 인하대 정보통신공학전공의 김수현 학생이 ‘정보통신프로젝트’ 강의를 들으며 ‘자동차 번호판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영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문자의 끝점과 교차점의 위치를 알아내는 처리기술을 이용해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전공의 학부장인 김학일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교내 우수프로젝트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김수현 학생은 일본 회사로부터 공동연구를 제의받기도 했다”며 “정보통신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인하대는 1999년 정보통신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선정했고 2001년 정보통신공학부를 독립 출범시켰다. 올해부터 정보통신공학부는 전기전자공학부, 컴퓨터공학부와 함께 기존 공대에서 독립해 IT공대를 구성했다. 2009학년도 신입생부터 IT공대 지원자 가운데 30명을 ‘차세대 핵심공학자’로 선발해 4년간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 비용을 지원한다. 또 인하대 대학원에 진학할 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국외 우수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 교수 선발에서 우대하는 특전을 주기로 했다.

정보통신공학부는 이미 2006년 NEXT사업(과거 정보통신부의 대학 IT전공 역량강화사업)과 BK21사업 ‘정보기술’ 분야에 선정돼 총 20억 원가량을 지원받아 최첨단 교육시설과 연구장비를 마련했다. 현재 이일항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 수준의 교수 20명이 21세기형 정보통신 인재를 교육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미국 AT&T 연구소 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단장을 거쳤으며 ‘정보통신 광자공학’ 분야 연구를 선도해 세계 5대 저명학회(미국 물리학회, 전기전자공학회, 광학회, 광자공학회, 영국 전기공학회)에서 ‘펠로우십’을 받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다.

김학일 교수는 “삼성과 하이닉스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 중에서 3학년 1학기에 우수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취업 혜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정보통신트랙은 매년 8~10명을 뽑아 학생 1명당 한 학기에 6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하이닉스반도체모듈은 매년 5~6명을 뽑아 학생 1명당 한 학기에 250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한다.

정보통신공학전공은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과의 연계도 강하다. ‘벤처기업 1세대’인 비트컴퓨터의 창업자인 조현정 대표도 인하대 출신이다. 학부생들은 방학이나 학기 중에 국내외 벤처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현장에서 실습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에 있는 동문기업이자 소프트웨어개발사인 ‘이미지솔루션’에서 학기 중에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2006년 2학기부터 매학기 1~3명씩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매년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 고등학생들이 인하대를 탐방하러 오는데, 지난해 1월 중국 연변지역에서 온 고등학생 10여 명 가운데 2명이 정보통신공학부에 매료돼 입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의 메카로서 인하대 정보통신공학전공의 매력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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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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