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화재단과 동아일보, 동아사이언스는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앰배서더 과학강연을 개최하고 있습니다.5월 8일에는 새 박사로 널리 알려진 윤무부교수가 영등포구민회관에서 개최된 제1회 과학한마당 행사에서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다음은 윤무부 교수의 강연내요을 정리한 것입니다.
흔히 조금 모자란 사람을 비유해 ‘닭대가리’ 니 ‘새대가리’ 니 하는 말을 농담 삼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새는 그처럼 둔하거나 모자란 동물이 아니다. 새는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며, 새가 떠난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지구상에 새가 살지 않는 곳은 아무데도 없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종류만도 8천5백63종에 이른다.
새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공동묘지를 내집 드나들 듯 하던 때가 있었다. 잡음을 없애려면 고요한 새벽에 녹음하는 것이 최고인데, 밤새 묘지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계곡의 물소리가 귀신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새는 그냥 지저귀지 않는다. 자기 영역을 알리고 적을 경계하기 위한 소리,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 부르는 노래, 이동을 알리는 신호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언어 등이 따로 있다. 꾀꼬리는 평상시에 ‘꾀꼴꾀꼴’하고 울지만, 사람이 지나갈 때는 ‘아옹’ 하며 고양이 울음소리를 낸다. 1976년부터 채집한 새 소리가 현재 1백여종이 되는데, 우리나라에 사는 3백90여종의 철새와 텃새 가운데 1/4 이상의 울음소리를 담았다.
까마귀는 지구상의 조류 중 가장 똑똑한 새이며, 사람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 구관조와 같이 지능이 높은 무리에 속한다. 서양에서 까마귀를 대상으로 숫자 실험을 한 결과, 4-5살 정도의 어린이와 비슷한 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가마우지는 깊은 바닷물 속에서 일생 동안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사는데, 자신의 배설물을 바람이 잘 부는 바닷가 바위 꼭대기에 버린다. 가마우지가 해안가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배설물을 물 속에 버리지 않고 바위 위에 버렸기 때문이다. 동물의 배설물 중에서 제일 독한 것이 새의 배설물이다. 내용물에 독한 인산이 있어서 쇳덩어리까지 부식시키기도 한다.
올빼미는 평생 밤에만 활동하며 살아간다. 흔히 오리의 가슴털이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하는데, 올빼미의 깃털만큼 부드럽고 가벼운 깃털이 없을 것이다. 부드러운 깃털 때문에 올빼미는 날아다닐 때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 경험 많은 조류학자도 올빼미의 동태를 알기 힘들다. 더 신기한 것은 올빼미는 등줄쥐, 집쥐, 시궁쥐, 두더지와 산새 등을 캄캄한 밤에도 백발백중 소리 없이 공격해 잡아먹는다.
올빼미는 밤에만 먹이를 잡아먹지만, 반대로 낮에만 활동하면서 들쥐와 새를 잡아먹는 새들이 있다. 바로 무서운 맹금류인 황조롱이와 말똥가리가 그들이다. 만약 이들이 낮에 들쥐 한 마리를 놓고 서로 잡아먹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면 틀림없이 한 종은 도태됐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동물들은 싸우지 않고 양보하며 진화해왔다.
조류의 눈은 옆에 달려 있어 거의 3백60°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새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하기 위해 새 뒤로 다가가곤 하는데, 그러나 다 들킬 수밖에 없다. 머리를 뒤로 돌리지 않아도 뒤에서 오는 사람을 이미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는 사람의 8-40배의 시력을 갖고 있어 멀리서 다가오는 것도 사람보다 훨씬 잘 본다. 이런데도 우리는 과연 새에게 ‘새대가리’ 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