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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강타한 멜라민 분유 파동 Q&A

시아누르산과 결정 형성해 결석 만들어

중국발 식품 사고가 지구촌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는 식품원료가 아닌 멜라민이 들어 있는 분유를 먹은 아기 수만 명이 병원신세를 지고 4명이 목숨을 잃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멜라민이 들어 있는 제품이 주변 국가까지 수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가 멜라민 홍역을 앓고 있다.

커피 믹스에 들어가는 식물성 크림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커피 자동판매기 앞이 한산해졌고 일부 국내 과자에서 멜라민이 발견되자 과자 매출액이 급감했다. 좀 더 안전한 분유를 찾는 부모들은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국내 제품도 못 미더운지 몇 배나 더 비싼 일본 분유를 사재기한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멜라민이 어떤 물질이기에 지구촌에 대혼란을 불러일으킬까. 멜라민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보자.

 


Q1 왜 분유에 멜라민을 넣었나?


멜라민(melamine)은 분자식이 C3H6N6인 분자의 이름이다. 가운데 고리는 탄소원자와 질소원자가 교대로 배치돼 있고 탄소원자에 질소원자가 붙어 있는 대칭성이 큰 분자다.

중국의 일부 분유제조업자들은 분유의 단백질 함량을 속이기 위해 멜라민을 사용했다. 분유가 시판허가를 받으려면 제품규격, 즉 각 영양소 함량기준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원래 분유에 당과 지방을 첨가하고 여기에 단백질 대신 멜라민을 섞어 분유를 뻥튀기한 뒤 허가를 받은 것. 이처럼 싸구려 이물질을 넣은 만큼 부당이익도 컸을 것이다.

제품을 검사할 때 단백질 항목은 단백질을 따로 추출해 함량을 구하는 대신 질소(N) 함량을 측정해 단백질 양을 유추한다. 이 방법을 ‘켈달 단백질 검사법’이라고 한다. 식품의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가운데 질소는 대부분 단백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탄소, 질소, 산소, 수소, 황 등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켈달법으로 구한 질소 양에 6.25를 곱한 값(단백질에서 질소가 차지하는 비율을 1/6.25로 가정)을 단백질 양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멜라민은 분자량의 66%를 질소가 차지한다. 따라서 식품에 멜라민을 1%만 넣어도 단백질 함량이 4%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Q2 멜라민은 왜 인체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사실 멜라민 문제는 지난해 초 미국에서 터졌다. 중국산 식물단백질 원료가 들어간 사료를 먹고 애완동물 수백 마리가 병들고 죽자 미국 농무부와 식약청이 조사에 나선 것. 결국 식물단백질에 멜라민이 섞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 돼지나 닭의 사료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수의학협회(AVMA)는 죽은 동물의 신장에 박혀 있는 결석을 분석한 결과 30%가 멜라민, 70%가 시아누르산이었고 물에 거의 녹지 않았다고 2007년 5월 발표했다. 시아누르산은 멜라민이 변형돼 만들어지는 분자다.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은 수소결합으로 서로 연결돼 2차원 네트워크를 이뤄 바퀴살 같은 결정구조를 띠는 ‘멜라민-시아누르산 복합체’를 만든다. 결국 멜라민 사료를 먹은 동물의 신장에 생긴 결석은 멜라민-시아누르산 복합체 기본 골격에 멜라민, 시아누르산이 엉겨 붙은 상태다.



멜라민은 작은 분자이기 때문에 일부가 소화관 혈액으로 들어가 혈관을 타고 돌다가 신장에 이르러 결정을 형성하면서 결석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수의학협회에서 오줌에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을 넣자 바로 물에 녹지 않는 결정이 생김을 확인했다. 결국 멜라민이 고농도로 포함된 분유를 지속적으로 먹은 아기들은 신장에 결석이 자라나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Q3 식품에 포함된 멜라민은 어떻게 검출하나?



단백질 함량을 산출할 때 쓰는 방법인 켈달법은 질소를 검출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는 멜라민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식품을 이루는 성분 그 자체를 분석해야 한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이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식품 시료를 잘게 부수어 용액에 녹인 뒤 액체가 흐르는 얇은 관에 넣어주면 시료 속 혼합물이 분리된다. 액체를 따라 빨리 이동하는 분자도 있고 천천히 움직이는 종류도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길이의 관을 통과할 때 걸리는 시간은 분자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멜라민 표준시료를 써서 통과시간을 측정한 뒤 혼합물을 분석해 해당 시간대에 그래프 피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일 피크가 보이면 이 부분의 시료를 회수해 질량분석기로 분석한다. 질량분석기는 분자를 쪼개 질량을 측정한 뒤 이를 토대로 분자의 구조를 예측하는 장비다. 따라서 분자가 쪼개지는 패턴이 멜라민과 같을 경우 이 시료를 멜라민이라고 판단한다. 만일 전혀 다를 경우는 이 물질이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에서 우연히 멜라민과 같은 속도로 관을 이동한 다른 분자라고 결론짓는다.


10월 20일까지 멜라민이 검출돼 유통금지된 제품은 10종이다.

 



Q4 멜라민 플라스틱은 위험한가?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를 섞어 반응시키면 멜라민 수지가 만들어지는데, 멜라민 수지는 내구성이 크고 색이 잘 받는 플라스틱이어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특히 도자기와 비슷한 느낌이 나기 때문에 식기에 널리 쓰인다. 그렇다면 고분자인 멜라민 수지에서 멜라민 분자가 떨어져 나올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정청은 지난 9월 29일 멜라민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7분간 조리해도 잔류허용치인 30mg/L보다 낮았다고 발표했으나 오히려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소비자가 조리할 때마다 멜라민 식기를 확인하고 7분 이내로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여표 식약청장은 10월 9일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멜라민 식기 포장에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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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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