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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지키는 독도

우리 해저지명으로 논문 쓰고 바다사자 복원한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떨어져 있는 섬 독도(獨島). 그 이름은 돌의 방언인 독에서 따와 돌섬이라는 뜻이다. 독도는 노랫말처럼 ‘외로운 섬’이 아니다. 동도와 서도뿐 아니라 89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이 모든 섬을 다 합해도 여의도공원의 넓이에 못 미치고 배에서 내려 동도를 둘러보는 데도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서도 주변을 살피다 보면 북쪽 바다에서 널찍한 바위를 여럿 만날 수 있다. 가제바위. 우리 조상들이 가제나 가지라고 불렀던 해양포유동물인 바다사자(강치)가 떼 지어 서식했던 곳이지만 현재는 괭이갈매기의 쉼터다. 20세기 초만 해도 독도에 수만 마리의 바다사자가 살았지만 지금은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독도 바다사자가 멸종된 이유는 일본인 어부들이 값비싼 가죽을 얻기 위해 남획했기 때문.

1904년 시마네현 어부였던 나카이 요사부로는 독도에서 바다사자 잡이를 비롯한 어업권을 독점하려고 ‘주인 없는 독도를 편입해 자신에게 빌려 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했고 일본 정부는 다음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 부르며 자국 영토에 강제 편입한다는 ‘사마네현 고시 40호’를 선포했다. 일본의 한 학자가 집계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04~1911년 독도에서 포획한 바다사자는 총 1만4400여 마리에 이른다. 일본은 독도에서 바다사자를 마구잡이로 사냥하기 위해 섬 자체를 빼앗은 셈.

일본은 그 뒤로도 계속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고유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논리를 전 세계에 유포해왔다. 최근에는 자국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했으며, 잠시나마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권을 ‘미지정’으로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공세’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도 2005년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듬해 국가지정 독도전문연구사업단(현재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산하 독도전문연구센터)을 설립했다. 최근 우리 과학자들은 독도에서 발견한 신종 생물에 독도란 이름을 붙이고 독도 심층해류, 독도 효과 등을 발견해 국제 저널에 발표하면서 우리 땅 독도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과학으로 독도를 지키려는 노력을 만나보자.

이어도 호의 ‘광복절 시위’

지난 8월 15일 독도 근처 해역. ‘이어도’라고 쓰여 있는 배가 광복절을 맞아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일본에 시위라도 하듯 독도 근해를 오가고 있었다. 전체 길이 50m에 무게 357t의 연구선인 이어도 호가 해양 조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이다. 기존에 독도 해역만 조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울릉도와 독도 해역을 연계해 조사하는 중이다. 대외적으로 독도는 울릉도와 연계돼 있는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리려는 목적.

이어도 호는 1주일 전 거제도를 출발해 20여 시간 운항한 뒤 독도 근해에 도착했다. 15명의 과학자가 배에서 하루 24시간을 지내며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각종 실험장비를 바다에 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바다 깊이에 따라 수온과 염분을 측정하는 장비(CTD 장비)를 수심 수십m에서 2300m까지 집어넣는 일은 기본이다.

또 연구선은 독도 주변 해역을 옮겨 다니며 플랑크톤을 채집하기 위한 그물을 수심 200~300m까지 내렸다가 끌어올린다. 플랑크톤은 크기는 작지만 해양 생태계를 알려주는 지표다. 이번엔 굴착기처럼 생기고 가로세로가 1m인 삽이 양쪽에 달린 장비를 바다에 넣는다. 수심 2000m 이하의 바다 밑바닥까지 내렸다가 작은 생물이 포함된 걸쭉한 퇴적물을 퍼 올리는 장비(그랩 샘플러)다. 퇴적물을 조사해 독도 해역의 퇴적환경뿐 아니라 바다 밑바닥에 사는 생물(저서생물)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창환 박사는 “그동안 독도 해역의 현장 조사는 주로 늦가을과 봄에 해왔는데, 한여름인 8월에 조사를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독도 해역의 생태계와 환경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하계 조사는 10일간 계속됐다.

독도는 ‘네이처’에도 나와
2006년 겨울, 독도 현장 조사에서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해양연구원 노현수 박사팀이 바다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퇴적물에서 중형 저서동물의 일종인 선형동물을 2종 발견해 각각 ‘프로카에토소마 독도엔스’(Prochaetosoma dokdoense), ‘파라드라코네마 코리엔스’(Paradraconema coree-nse)라고 명명했다. 신종의 이름에 각각 독도와 한국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것. 이 결과는 곧 국제 저널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생물 분야에서는 이보다 더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교육과학기술부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 윤정훈 박사팀이 독도 토양과 주변 해수에서 총 4속 34종의 박테리아를 발견해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에 발표한 것. 특히 지난해는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견한 박테리아 중 약 10%(1속 15종)를 독도에서 찾아냈고, 올해는 신규로 4종을 발견했다.

윤 박사팀은 독도에서 발견한 박테리아 가운데 3속 10여 종에 독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도니아 동핸시스(Dokdonia donghaensis), 독도넬라 코리엔시스(Dok-donella koreensis), 피시코쿠스 독도넨시스(Phycicoccus dokdonensis)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새로운 박테리아에 학술적으로 ‘독도’라는 이름을 붙여 국제학계에 발표한 노력은 독도가 국제적으로 우리 영토임을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스웨덴 과학자들이 ‘네이처’ 1월 11일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우리 과학자가 발견해 독도니아(Dokdonia)란 이름을 붙인 박테리아가 등장한다.

알고 보면 독도는 미지의 생물자원이 숨어 있는 보물창고인 셈이다. 윤 박사팀은 독도 박테리아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사부해산 vs 순요퇴
아주 특별한 화산섬 독도


“국제화산학계에서 독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화산섬 가운데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도의 지질도를 처음 작성한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독도는 왜 특별할까. 그 이유는 독도의 형성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460만 년 전, 수심 2000m의 동해 밑바닥 한 곳에서 뜨거운 용암이 물속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용암은 200기압이라는 높은 수압 때문에 조용히 흘러 나왔으며 차가운 바닷물에 닿는 순간 급격히 식고 깨지며 생긴 암석이 산처럼 쌓여 갔다. 수백만 년에 걸쳐 꾸준히 성장한 해산(海山, 독도해산)은 높이가 2000m에 육박했다(수중 성장단계).

250만 년 전 독도해산에서는 해수면 위로 마그마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며 커다란 화산이 생기기 시작했다. 화산은 돌조각과 화산재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차례대로 주변에 쌓아 독도가 탄생했다(전이 단계). 물 위에 솟은 독도는 대규모로, 또 소규모로 용암을 잇달아 분출한 뒤 화산활동을 멈췄다(육상 성장단계).

손 교수는 “독도는 해산 진화의 전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특히 전이 단계에서 생긴 각력암과 응회암이 독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2002년 독일의 화산학자들이 ‘국제지구과학회지’(IJE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한국의 독도는 해양환경에 위치하며 전이 단계가 보존돼 있는 유일한 화산섬”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독도는 높이가 2000m가 넘고 하부 지름이 30km에 이르는 거대한 화산체(독도해산)의 일부다. 독도해산은 상부가 여의도보다 10배나 넓을 정도로 평평한 평정해산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국립해양조사원이 1990년대 말부터 독도 주변 해저를 탐사해 독도해산 동쪽으로 평정해산이 2개 더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두 해산을 각각 심흥택해산, 이사부해산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사부해산은 이미 ‘국제해저지명집’(Gazetteer)에 일본식 이름인 ‘순요퇴’라고 올라 있다. 독도와 울릉도 남쪽에 있는 수심 2000m의 해저분지도 우리는 울릉분지라 부르지만 국제적으로는 쓰시마분지로 통용되고 있다. 일본이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동해 구석구석을 탐사하며 국제수로기구(IHO)에 순요퇴, 쓰시마분지라고 등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에 맞서는 한국의 노력도 눈부시다.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가 신청한 동해 해저지명 13곳이 해저지명소위원회(SCUFN)를 통과해 국제해저지명집에 등재됐기 때문. 강원대지, 울릉대지, 우산해곡, 우산해저절벽, 온누리분지, 새날분지, 후포퇴, 김인우해산, 이규원해산, 안용복해산, 그리고 왕돌초, 죽암해저융기부, 우산해저융기부가 그 이름들이다.

SCUFN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현철 박사는 “SCUFN(위원 총 12명)의 해저지명 등재 결정방식이 만장일치에서 다수결로 바뀐다”며 “우리 해저지명을 논문, 교과서 등에 많이 사용해야 유리하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독도 부근 해저지형에 해오름해산, 한국해저간극, 심흥택해산, 이사부해산 등의 우리 이름을 붙이려고 추진하고 있다.

독도 심층해류에 독도 효과까지
우리 과학자들은 독도는 물론 독도 주변 해저에 우리 지명을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해 8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강무희 박사팀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있는 안용복해산의 생성원인을 밝혀 국제저널인 ‘마린 지오피지컬 리서치’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안용복해산뿐 아니라 이사부해산, 독도라는 이름이 나온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장경일 교수팀은 한국해양연구원, 부경대 연구진과 함께 국토해양부 지원(EAST-I)을 받아 독도 서쪽의 수심 2000m에서 동북쪽으로 흐르는 거대한 해류를 발견해 ‘독도 심층해류’(Dokdo Abyssal Curren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저널인 ‘심해연구 I’(Deep Sea Research I)에 게재될 예정이다.

장 교수팀은 2002년 11월~2004년 4월에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수중 5곳에 해류계를 설치해 최대 유속이 초속 30cm에 이르는 독도 심층해류를 발견했다. 장 교수는 “독도 심층해류는 수심 2000m의 심해에서 보통 유속이 초속 수cm인 것에 비하면 빠른 편”이라며 “동해 북부의 심층수가 울릉도 동쪽에서 폭넓게 울릉분지로 들어와 반시계 방향으로 순환한 뒤 독도 서쪽에서 좁은 폭으로 급하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재학 박사팀은 독도 주변에서 상하층의 바닷물이 섞이는 현상을 발견해 ‘독도 효과’라고 이름 붙인 뒤 지난 5월 말에 열린 한국해양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박사는 “섬 주위에 물이 흐르면 지형 마찰로 난류가 생겨 상하층의 물이 잘 섞이는 것”이라며 “독도 효과 덕분에 하층에서부터 플랑크톤의 먹이인 영양염(무기질)이 풍부한 찬물이 올라와 독도 주변에 수온이 떨어지고 물고기가 살기 좋은 어장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래서 방어, 돌고래 같은 대양성 생물이 독도 주변에 들러 먹이를 먹고 쉬다 간다.

또 한국해양연구원 유신재 박사팀은 독도와 울릉도를 포함한 울릉분지 바다는 기초생물(식물플랑크톤) 생산량이 동해의 다른 곳보다 20~30%가 높아 황금어장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저널인 ‘저널 오브 마린 시스템즈’에 게재될 예정이다. 유 박사는 “남서계절풍이 불 때 울진과 감포 앞바다에서 심해의 바닷물이 위로 올라오며 영양염을 끌어올리면 플랑크톤이 번성해 해류를 타고 울릉도와 독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어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사자, 멸종 확인되면 캘리포니아서 도입
특이하게도 독도 주변 해역에서는 동일한 위도상의 동해안과 달리 제주도 주변이나 남해 먼 바다에 사는 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자리돔, 파랑돔, 도화돔, 끄덕새우, 흰오징어, 왕전복, 매끈이고둥, 거북손, 감태, 불레기말 등이 난류성 생물이다. 왜 독도에 난류성 생물이 살까. 한국해양연구원 박흥식 박사는 “쿠로시오난류의 지류가 제주도를 지나 동해안으로 흘러 독도 주변을 지나기 때문”이라며 “알에서 깨어나 3~5주간 플랑크톤 시기를 거치는 유생은 난류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도는 문어 같은 심해성 생물이나 오징어류의 산란장이다. 문어는 독도 해역에서 이른 봄에 산란하고 부화한 새끼는 여름이 지나면 심해로 돌아간다. 오징어류는 수심 10m 이내의 바위 밑에 물이 잘 흐르는 곳에, 문어는 수심 10~30m의 암반 굴속에 각각 알을 낳는다.

또 동해 연안 생태계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 독도 해역이다. 독립문바위 주변 동도 동쪽 가장자리에는 모자반류, 감태, 대황 같은 대형 갈조류가 해조숲을 이루고 놀래미, 볼락류 같은 연안 정착성 어종뿐 아니라 산호붙이히드라, 둥근성게, 부채뿔산호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대황, 말미잘후카우라히드라는 국내의 경우 독도에서만 발견되는 종이다.

2000년대 들어 독도 주변에서 어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해양생태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해양연구원 조사에서는 독도에 사는 전복과 홍합이 급격히 감소하고 불가사리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박 박사는 “주로 동해 연안에 서식하는 불가사리가 독도에서 증가한 이유는 그물이나 통발에 붙어 있던 어린 개체가 옮겨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람에 의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독도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어업활동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도 주변의 해양생태계를 완전 회복하려는 야심찬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인이 멸종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독도 바다사자를 복원하려는 것. 환경부는 이 사업에 2015년까지 총 22억 원을 들일 계획이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 소장은 “올 가을 러시아의 사할린, 연해주 일대를 답사해 바다사자가 동아시아권에서 멸종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만일 그렇다면 독도 바다사자의 *아종인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를 도입해 울릉도에 서식지를 마련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이 성공하면 울릉도에서 터를 잡은 바다사자가 스스로 독도 가제바위를 찾아가지 않을까.

한국해양연구원 독도전문연구센터장 박찬홍 박사는 “앞으로 독도 주변에서 심해잠수정을 이용해 심해를 조사하고 동해의 해양·기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해양관측망과 종합해양과학기지를 마련하는 한편, 자연환경을 고려해 해상호텔이나 해중전망대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일도 조심스럽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다 한가운데 시설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바다사자를 바라보며 독도를 연구한다면 더 이상 일본이 우리 땅을 넘보지 못하리라.

아종*
동일한 종 가운데 지역적으로 일정한 차이를 보이는 하위집단. 아종끼리는 교미가 가능하다. 독도 바다사자는 DNA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96%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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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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