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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과학 한 판!] 공룡 화석 발굴 게임을 해봤음

여기 고생물학자를 꿈꿔온 분 계십니까? 머나먼 골짜기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해 내 박물관에 걸어놓고 싶다고 생각하신 분 계신가요? ‘공룡 화석 사냥꾼’은 여러분의 꿈을 이뤄드릴 게임입니다. 주말 오후, 여느 때처럼 유튜브와 스팀을 돌아다니다 이 게임을 발견한 저는 생각했습니다. ‘공룡=고생물학=과학 아님? 독자들에게 소개하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합니다. ‘게임으로 과학 한 판’ 첫 화!

 

 

화석 발굴, 진짜 이렇게 쉽다고요?

 

‘공룡 화석 사냥꾼’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시작됩니다.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화석 발굴 현장으로 떠나는 주인공은 바로 당신! 지프차를 몰고 발굴 현장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화석을 찾아봅시다. 게임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화석 발굴, 그리고 복원과 전시입니다.

 

우선 설명을 따라 화석이 있을 법한 지층으로 가서 지표 투과 레이더(GPR)를 작동시킵니다. 지표 투과 레이더는 고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땅속으로 발사한 후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이용하여 지하의 구조를 파악하는 장비입니다. 물리적, 화학적 구조가 바뀌는 지층이나 화석 경계면에서 반사, 회절해 돌아오는 전자기파를 수신할 수 있죠.

 

그럴듯한 신호를 발견했다면 그때부터 삽질을 시작합니다.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파헤치며 땀 좀 흘리다 보면 중생대 시기의 암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색이 살짝 다릅니다). 불필요한 바위를 깨어 내면 금방 공룡 화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화석이 운반 도중 부서지지 않게 석고를 씌우면 발굴 작업은 일단 마무리! 그런데 잠깐. 화석 발굴이 진짜 이렇게 쉽다고요?

 

“그럴리가요. 실제로는 화석 찾기 훠얼~씬 어렵죠!”

 

기자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윤한상 서울대 고생물학연구실 연구원의 외침, 아니 대답입니다. 몽골 고비 사막을 포함해 국내 등 여러 화석 발굴 탐사에 참여한 바 있는 윤 연구원은 이 게임이 “발굴 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은 잘 고증한 편”이라고 평가하는 동시에 현실과의 괴리를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표 투과 레이더 같은 멋있는 방법은 최근 연구가 많이 되고 있지만, 널리 퍼진 방법은 아니라고 했죠. 윤 연구원은 “탐사에서는 대개 화석이 나올 만한 지층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화석을 찾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화석 발견에는 지층의 화석 매장량은 물론,  연구자의 능력과 운도 따라줘야 하죠. 특히나 한국의 중생대 퇴적암은 골격 화석을 찾기가 쉽지 않은 지층이며, 암반의 강도도 높아 주로 망치와 정, 얼음 송곳을 사용해 돌을 깨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만큼 화석을 찾기 어렵다면 누가 이 게임을 하겠어요?” 윤 연구원의 말입니다.

나만의 박물관에 화석을 전시하자

 

화석을 발굴했다면, 이제 연구실에서 화석을 복원하고 전시할 시간입니다. 화석에 씌운 석고를 원형톱으로 잘라낸 후,  망치와 드릴, 붓으로 화석에 남은 암석을 제거합니다. 윤 연구원은 “사실상 화석 연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 암석 제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룡 화석 사냥꾼에서는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돌이 쉽게 깨지는데, 실제로는 단단한 돌을 제거하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또 하나 조심할 점은 게임과 달리 현실 화석은 쉽게 바스라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묽은 접착제를 화석에 뿌려서 뼈를 단단하게 만든 후 돌을 떼어내기도 합니다. 부서진 화석을 붙이는 접착제를 쓰기도 하고요. 화석 복원이 이렇게 섬세한 작업이라 그런걸까요, 고생물학연구실의 화석이 보관된 서울대 25-1동 지하실에는 화석에 붙은 암석을 제거하는 치과 드릴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는군요

 

복원한 화석을 마지막으로 조립한 후 박물관에 원하는 방식으로 전시하면 완성! 공룡 화석 사냥꾼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여러 화석 산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화석을 발굴하고 복원하면 됩니다. 나만의 박물관에 헬 크릭 지층에서 발굴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전시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게임, 확실히 고생물학 애호가들의 로망을 자극하지 않나요? 뿐만아니라 고생물학자의 땀과 노력도 알 수 있으니 유익하군요. 예상외로 게임을 즐겼다는 윤 연구원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도 이 게임 계속 하실 건가요?

 

“음, 연구실에서 돌 깨다가 집에 와서 게임으로 또 돌 깨고 있으면 계속 일하는 기분일 것 같아요. 그건 좀웃음)”

 

202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기자
  • 디자인

    이한철,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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