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또 오래 봐야 하는 풀꽃처럼, 현미경 아래서는 세포나 결정, 미생물도 작품이 될 수 있다. 1974년 시작된 니콘 스몰 월드 사진전은 50년 넘게 맨눈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세상을 들여다봤다. 작기에 경이롭고, 자세해서 아름다운 세계.
2024년 약 80개국에서 출품한 2100여 점 중 선정된 수상작을 통해 과학이 만든 찬란한 예술을 만나보자.
각 사진의 배율은 모두 현미경의 대물렌즈 배율을 기준으로 한다.
대마초 잎의 트리콤 Chris Romaine [20배]
대마초 잎의 트리콤(잔털)과 분비샘을 20배 대물렌즈로 확대했다. 보라색 방울 안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신경계 작용 화합물, 칸나비노이드가 섬세하게 빛나고 있다.
마람풀 잎 단면 Gerhard Vlcek [10배]
현미경 렌즈로 마람풀 잎의 단면을 살펴봤다.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람풀과는 전혀 다른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모양새 덕에, 우주 밖 생명체와 만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 비단제비나방의 비늘 Sébastien Malo [40배]
화려한 나방의 날개에서 떨어져 나온 비늘을 촬영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베일처럼 자리한 배경 위로 화려한 비늘이 은은한 빛을 발한다.
조류의 생식기관 Frantisek Bednar [4배]
차축조류의 암수 기관을 4배 대물렌즈로 확대해 촬영했다. 차축조류는 담수에 사는 녹조류다. 투명한 세포들이 만나 의미 있는 시작을 이뤄내고 있다.
점균류 Henri Koskinen [10배]
다른 생명체 위에서 자라난 점균류가 머리를 들고 조용히 숨 쉰다. 길게 솟아난 모습에서 생존의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쥐의 뇌종양 세포 Bruno Cisterna & Eric Vitriol [100배]
쥐의 뇌종양 세포를 염색해 100배 대물렌즈로 확대했다. 이번 공모전에서 1위에 선정된 작품으로, 사진 속 녹색 미세소관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뻗어 나온 선을 따라가면 보랏빛 핵에 도착한다. 인류의 뇌종양 치료법에도 이처럼 무사히 도달하기를.
나비 날개 비늘 Daniel Knop [20배]
뾰족한 금빛 주사기 바늘에 나비 날개의 푸른 조각이 달라붙어 있다. 날카로운 바늘 끝에 푸른 반짝임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두 가지 결정 혼합물 Marek Miś [20배]
하이드로퀴논과 미오이노시톨, 두 물질이 어우러져 만화경 같은 세계를 펼쳐냈다. 소용돌이치는 나선 속에 빨려들 듯, 찬란한 무늬를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