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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류현진이 해냈다. 열세 번째 한국인 메이저 리거이자,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미국 메이저 리그로 직행한 것에 대해 2012년 12월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그가 괴물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여러 종류의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훌륭한 투수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물론 그의 거대한 덩치도 괴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 그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왼손투수’란 점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오른손을 쓰지만(심지어 그는 우타자다) 공을 던질 때만 유일하게 왼손을 쓴다는 그를 ‘괴물’로 만든 왼손의 비밀은 연습에 있을까, 아니면 타고난 적성 덕분일까.


과학동아 1월호를 맨 처음 집어 들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왼손으로 책 등을 잡고 오른쪽 손가락을 이용해 표지부터 페이지를 좌라라락- 넘긴다. 기사의 첫 번째 문단은 어김없이 왼쪽 위에서 시작해 오른쪽 아래서 끝난다. 글씨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왼쪽 위에서부터 가지런히 글을 써내려간다.

왼손잡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사실 기자가 왼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공기놀이 밖에 없어서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왼손잡이 지인의 고백에 따르면 학창 시절 노트를 정리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왼손으로 글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면 글자 위를 손바닥이 지나가면서 연필이나 덜 마른 잉크가 번지고, 손에도 묻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어떤 오른손잡이는 식당에서 왼손잡이가 자신의 오른쪽에 앉았을 때 왼손잡이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느꼈다고 했다.






잘 쓰는 손이 착하고 옳다

본인이 왼손잡이는 아닐지라도 살면서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쏠쏠히 보인다. 종류도 다양하다. 왼손만을 이용하는 사람,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할 때만 오른손을 쓰는 사람…. 심지어는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이용해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왼손잡이의 정의는 애매하다. 국어사전에는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사람. 또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양손을 쓰더라도 왼손을 더 잘 쓰면 왼손잡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왼손잡이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영어에서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은’으로 통하며, 왼쪽을 뜻하는 left는 쓸모없다는 뜻을 가진 단어 ‘lyft’에서 파생됐다. 우리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왼쪽을 비하하는 말은 없지만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오른쪽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실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어느 방향을 ‘옳다고’ 생각할까. 훌리오 산티아고 데 토레스 스페인 그라나다대 교수와 다니엘 카사산토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0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해준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에게 좋아하는 동물은 착한 이미지로, 싫어하는 동물은 나쁜 이미지로 인식하게 했다. 얼룩말을 좋아한다면 착한 동물, 판다를 싫어한다면 나쁜 동물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이다. 그 뒤 착한 동물과 나쁜 동물을 종이에 그리게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왼손잡이는 착한 동물을 왼쪽에,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에 그렸다.

이에 대해 산티아고 교수는 태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학습한 결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왼손잡이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잘못된 것’과 마주친다. 가위,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 사례는 이미 많이 나와있다.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왼손잡이 아이들은 글씨를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기도 한다. 악기를 다루려해도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악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연히 왼손잡이들은 자신과 맞지 않은 ‘불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고, 따라서 오른쪽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열 명 중 한 명은 왼손을 쓴다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 왼손잡이의 불편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부모가 왼손잡이 성향을 보이는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는 약 11%, 열 명 중 한 명만이 왼손잡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오른손만을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 인간뿐이다. 심지어 50만~60만 년 전에도 인류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였다.

데이비드 프레이어 미국 캔자스주립대 연구원은 스페인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의 앞니 자국을 분석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골은 네안데르탈 인이나 그 조상격인 인류로 믿어지는데, 이들의 앞니에서 오른손으로 도구를 쓴 흔적이 발견됐다. 사냥한 고기를 가죽과 분리하기 위해 다듬을 때 고기는 앞니를 이용해 입에 물고, 왼손은 고기의 가죽을 붙잡은 뒤 오른손으로는 돌칼을 잡고 내려치기 때문이다. 이 분석을 토대로 50만 년 전 인류의 93.1%가 오른손잡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현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가 11%라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오른손잡이 비율이 현대에 비해 더 높다.

연구진은 이 시기에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를 언어 능력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언어 능력은 좌뇌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좌뇌는 우리 몸에서 주로 오른쪽 부분의 운동 능력을 제어한다. 따라서 오른손잡이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언어 능력의 발달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오른
손을 많이 쓰면서 언어 능력이 발달할 수 있을 정도로 좌뇌가 발달했다고 설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언어를 자유롭게 쓰는 현대에도 여전히 오른손잡이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니엘 아브라함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현대에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를 협동과 경쟁이라는 사회적 활동을 이용해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 앵무새, 운동선수들의 행동패턴과 왼손잡
이, 오른손잡이 비율을 이용해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실제 결과와 들어맞는지 계산했다.

아브라함 교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작업이 오른손잡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특정 작업을 할 때 도구를 함께 쓰려면 같은 방향의 손을 쓰는 것이 효율이 좋기 때문에 왼손잡이라도 오른손잡이로 바뀐다는 것이다. 인류가 처음 활동할 당시에는 왼손·오른손잡이가 제각
각이었는데, 진화하면서 큰 집단을 이뤄 협동할 일이 많아지자 같은 쪽을 사용하도록 변화했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오른손잡이가 아닐까. 이 작은 차이를 만든 것은 바로 ‘경쟁’ 때문이다. 협동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경쟁을 할 때는 변칙적으로 다른 방향을 써야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교수는 이를 야구선수와 골프 선수들의 행동을 분석해 설명했다. 타자와 투수가 맞붙어야 하는 ‘경쟁적인’ 야구 선수들이 혼자 공을 치는 골프 선수보다 왼손잡이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두 연구를 보면 왼손·오른손잡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새로운 능력을 습득함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했다고 이해된다. 물론 왼손잡이에 대한 연구는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유전적인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 따지는 수많은 가설이 있고, 가설을 증명하려는 연구도 그만큼 많다. 특히 두뇌 발달과 관련해 왼손잡이가 더 유리하다는 가설도, 불리하다는 가설도 있다.











왼손잡이는 정말로 천재 ‘후보’인가

최근에는 훌륭한 사람, 천재, 영재 등 어쨌든 ‘난 사람’ 중에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며 왼손잡이가 더 좋다는 생각이 대세로 보인다. 왼손잡이로 거론되는 위인들을 찾아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알렉산더, 나폴레옹, 시저, 베토벤, 뉴턴…. 이름만 들어도 ‘천재’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다. 세계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나 최근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왼손잡이라고 한다.

왼손잡이가 두뇌발달이 오른손잡이에 비해 유리하다는 가설을 살펴보면 그럴싸하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성향과 결합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몸의 생각과 행동을 관할하는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눠진다.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언어성 지능과, 우뇌는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동작성 지능과 관련이 있다. 이 양쪽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해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지능과 별개로 몸 각 부위를 제어하는 것 역시 대뇌의 역할이다. 좌뇌는 몸의 오른쪽을, 우뇌는 몸의 왼쪽을 제어한다. 즉 왼손잡이는 우뇌를 많이 사용하므로 이를 발달시켜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지능을 발달시킨다는 논리다.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는 왼손을 써서 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에 미술 능력도 함께 발달했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운동선수들은 왼손잡이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왼손투수 ‘괴물 류현진’도 그 대표다. 야구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좌타자를 선호한다. 왼쪽 타석이 1루와 가까운데다, 오른손잡이 투수가 많은 만큼 던져오는 공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왼손투수가 된다면 확률적으로 이런 타자들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왼손잡이기 때문에 발달하는 운동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변 상황으로 인한 능력치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12년 12월 12일 복싱 여자 국가대표 선발 결승전에 진출한 연예인 출신 복서 이시영 역시 왼손잡이인 점을 내세워 계속 승리했다.

그러나 왼손을 많이 쓰는 것이 예술성이나 신체 능력을 올리고 지능을 높인다고 설명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난해에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학업성취도가 더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었다. 마이크 니콜스 호주 플린더스대 교수는 5살 난 호주 어린이 5000명의 학교 생활을 관찰한 결과 집단 전체 평균만으로 비교하면 왼손잡이 어린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수행능력이 못하다는 통계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중 누가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 할지 모른다. 왼손잡이를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 유전자 역시 왼손잡이를 만드는 수많은 후보일 뿐이다. 특정 손을 많이 써서 두뇌가 발달한다고 믿는 것은 사람의 발전가능성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물론 오른손잡이가 많은 만큼 오른손을 많이 쓰는 것이 세상 살기엔 좀 더 편할 것이다. 과연 왼손과 오른손, 어떤 손을 많이 쓰는 것이 좋을까.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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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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