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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엑스포 빅오의 과학

대형 워터스크린과 빛의 환상적인 만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 밤이 오면 47m 높이로 설치된 디오(The-O)라는 원형 조형물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매일 밤 9시 30분에 시작하는 빅오쇼를 좋은 자리에서 보려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쇼가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수시로 터진다.

먼저 옆으로 120m, 앞뒤로 10m 간격으로 3열로 설치된 해상분수에서 최대 70m 높이로 물이 솟구치며 놀라운 분수쇼가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조명과 물기둥, 음악으로 구성된 분수쇼는 여름 바다를 더욱 시원하게 만든다. 특히 해상분수가 만드는 엄청난 크기의 워터스크린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분수쇼가 중심인 8분 동안의 프리쇼가 끝나면 메인쇼가 16분 정도 펼쳐진다. 디오의 원 안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스크린 삼아 물과 빛의 환상적인 멀티미디어쇼가 이어진다. 디오와 해상분수, 안개효과를 활용한 3차원 영상 효과를 보노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빅오 쇼에 등장하는 바다 이야기는 여수 소녀 ‘하나’가 오염되고 파괴되는 바다를 보고 슬퍼하다가 다시 아름다운 바다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산란효과를 이용한 워터스크린

거대한 공중 스크린에 저렇게 실감나는 3차원 입체 영상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먼저 강한 영상을 쏘는 빔프로젝터가 필요하다. 빅오 쇼에서 우리는 물에 산란되는 빛을 보는 것인데 이 빛은 극장 스크린에 반사되는 빛보다 훨씬 약하다. 그만큼 더 밝은 빛을 쏴줘야 한다.

워터 스크린을 향해 빛을 쏘는 6대의 빔프로젝터는 세계에서 가장 밝은 35만 안시(ANSI)급의 빛을 쏜다. 일반 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빔프로젝터가 3000안시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116배나 밝다. 또 빛이 투사되는 거리도 110m로 길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디오처럼 먼 곳까지도 영상을 쏠 수 있다. 빔프로젝터가 있는 주제관에서 디오까지 거리는 108m다.

빛만 강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빅오 쇼는 스크린 뒤에서 영상을 비춘다. 왜 그럴까. 우리가 영화를 볼 때는 관객 뒤편에서 쏜 영상이 정면 스크린에 반사되는 빛을 이용한다. 만약 관객 뒤에서 스크린에 너무 강한 영상을 쏘면 어떻게 될까. 이 빛이 너무 강해 정작 스크린을 보는데 방해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투명한 스크린을 이용해 스크린 뒤쪽에서 영상을 쏜다면 강한 빛을 쏴도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선택된 것이 물 스크린이다.

빛이 물을 만나면 산란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덕분에 우리는 여러 방향에서 이 빛을 볼 수 있다. 산란은 빛이 먼지나 물 같은 미세 입자와 충돌해 흩어지는 현상으로 영국의 물리학자 틴들이 처음 연구해 틴들 현상이라고도 한다.


[레이저는 복잡한 영상은 표현할 수 없는 대신 색상을 빠르게 바꾸며 이동시킬 수 있다. 빅오쇼에서는 물고기를 테두리 형태로 표현한 단순한 영상을 사용했다. 디오의 물 스크린에 하나로 보이는 영상은 6개의 빔프로젝터가 6부분으로 나눠진 영상을 따로 쏜 것이다. 영상에 따라 빔을 달리해 3차원 입체 영상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레이저 쇼를 할 때 연기나 안개효과를 내는 것도 레이저가 연기나 안개 입자와 부딪히면서 산란되는 빛을 보게 하기 위해서다. 김승철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레이저는 직진하는 성질 때문에 만일 산란되지 않으면 직접 눈과 마주치지 않는 한 우리가 볼 수 없다”며 “연기나 안개가 많을수록 레이저 빛은 선명해지고 적으면 흐릿해진다”고 설명했다.

빅오쇼는 한번에 2만 명이 관람할 수 있다. 2만 명 정도의 많은 사람이 보려면 어디에서든 잘 볼 수 있는 선명한 영상이 필수다. 구겨진 종이보다 평평한 종이에 영상을 쏘았을 때 영상이 선명한 것처럼 물을 극장 스크린처럼 평평하게 만들어야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물을 평면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제작진은 중력을 이용해 공중에서 물을 떨어뜨리는 ‘캐스캐이드 워터커튼’ 기법을 도입해 두꺼운 물 입자를 고르게 뿌리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디오 상단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수많은 노즐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물 입자를 고르게 뿌리면서 투명한 수막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빅오 쇼의 환상적인 고화질 영상이 입체적이고 실감나는 것은 뛰어난 물 스크린과 강한 빛 덕분이다.



 
6개의 영상이 하나로 합쳐지다

분수를 활용한 스크린을 보통 워터스크린이라고 한다. 물이 강하게 분사되면 그 압력으로 부채꼴 모양의 수막이 펼쳐지는데 이곳에 영상을 투영한다. 그런데 해상분수의 수막은 물이 균일하지 않아 고화질 영상을 보여줄 수 없다. 대신 앞뒤 3열로 구성된 수막은 막의 위치가 달라서 생기는 입체적 특징 때문에 실제로 영상을 튀어나오게 하거나 들어가게 해 입체 영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영상을 쏘는 장치는 모두 14대의 빔프로젝터와 4대의 레이저다. 이 장치들이 디오의 원형 워터스크린, 해상분수의 3열 스크린, 안개에 각자 맡은 영상을 오차 없이 쏘아 실감나는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든다. 디오의 워터스크린에 상영되는 영상도 실제는 6개의 프로젝터가 6부분으로 나눠진 영상을 각각 투사하는데, 우리가 하나의 영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밖에도 디오에는 58개의 조명장치와 24개의 초고압·초고속 물 분사장치인 워터제트, 안개 발생기, 24개의 화염방사장치가 설치돼 있다. 24개의 워터제트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수시로 물을 쏘는데,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항상 방향을 똑같이 맞춘다.

빅오쇼가 환상적인 이유는 이처럼 수많은 특수효과 장치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럼 슈퍼컴퓨터를 쓰는 걸까. 아니다. 개인용 컴퓨터보다 고작 몇 배 빠른 워크스테이션을 쓰고 있다. 빅오팀은 쇼에 사용되는 특수 연출 기법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성능 하드웨어 없이도 각 장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해냈다.

Ocean의 O와 제로의 0

디오의 바깥 원은 Ocean(해양)이라는 영어의 첫 글자를 따서 완전한 원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물로 스크린을 만드는 안쪽 원은 세로 지름 31m, 가로 지름 27m로 타원형이다. 제로를 뜻하는 0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여수는 바닷가라서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불어 수막이 흔들릴 경우 세로로 긴 타원이면 원에 비해 가로로 흔들림이 적어 유리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기록된 CGV영등포 스타리움의 스크린 크기는 가로 31.38m, 세로 13.0m로 면적이 407.9㎡이다. 디오가 만드는 워터스크린은 약 660m2으로 1.5배가 넘는다.

디오 주변에는 자세히 봐도 알기 어려운 안개효과가 총 5분 정도 나타난다. 이 안개는 디오 주변을 감싸 디오에 맺히는 영상이 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한다. 또 빅오 쇼는 안개효과를 낼 때 쓰는 담수(민물)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닷물을 쓴다. 담수는 부식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담수를 쓰면 바다를 주제로 하는 박람회의 취지에 어긋나고, 쇼에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물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디오와 해상분수의 부식을 막는데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

빅오 쇼에는 불도 사용된다. 불은 물과 상극이다. 특히 물이 뿌려진 뒤에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려고 도입한 것이 발화점이 높은 특수 인화성 물질 ‘아이소파’다. 여기에 수만 볼트의 전기를 방전시키면 악조건에서도 화염이 만들어진다. 화염은 차가운 밤바다를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50m 넘게 떨어진 관람석에서도 따뜻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조병휘 빅오사업단 콘텐츠 과장은 “균일한 수막을 만들고, 물이 뿌려진 상황에서 화염을 발생시키는 것 같이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려고 3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에서 빅오 쇼가 더 멋지고 더 환상적으로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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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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