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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원하는 소리만 골라 듣는 '소머즈'귀

인공와우와 능동소음제거 기술 접목

원하는 소리만 골라 들을 수 있다면 도심 속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장 기계 소리, 고함 소리를 피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소머즈’(Bionic Woman)에서 주인공인 소머즈는 멀리 떨어진 건물에서 발생한 소리도 정확하게 듣는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1만 5000화음 연주되는 달팽이관

소머즈의 귀는 달팽이관의 성능이 강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귓속에는 귓구멍과 고막, 달팽이관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 약 3.3cm 길이의 달팽이관에는 액체 상태의 림프액과 유모세포 약 1만 5000개가 있다. 유모세포는 음파를 뇌가 인식할 수 있는 생체 전기신호로 바꿔주므로 청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달팽이관은 복합적인 소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소리는 다양한 진동수가 합쳐진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 범위는 20~ 2만Hz인데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는 각기 다른 진동수의 소리를 감지한다. 달팽이관 한 곳에서 ‘1만 5000화음’이 연주되는 셈이다. 유모세포가 만들어낸 전기 ‘화음’은 청신경을 통해 뇌의 청각 중추로 전달되고, 이 신호를 통해 사람은 소리를 듣는다. 즉 소리를 듣는 것은 귀가 아니라 뇌이며 달팽이관은 뇌가 알아들을 수 있는 생체신호로 바꿔주는 ‘신호 변환기’인 셈이다.

현재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것이 ‘초강력’ 귀가 되는 지름길이다. 인공와우는 청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반도체 칩과, 달팽이관 안에 삽입되는 지름이 1mm정도로 가는 전극모둠이 포함돼 있다.

이 전극모둠에는 보통 작은 전극이 8~24개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전극이 8개 있는 경우 달팽이관 속으로 이식되는 전극은 1번(달팽이관 가장 안쪽)부터 8번(달팽이관 가장 바깥쪽)까지 10의 거듭제곱 크기로 높아지는 음파를 맡도록 배열된다.

인공와우에 연결된 외부 음성처리기의 설정을 변경하면 낮은 음을 못 듣는 사람은 1~3번을 주로 자극하고, 높은 음을 잘 못 듣는 사람은 5~8번을 주로 자극할 수 있다. 이때 각각의 전극과 맞닿아 있는 청신경도 함께 자극된다. 이 전기 자극이 청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청력을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달팽이관을 자극하는 인공와우의 한 부분. 청신경을

소머즈 귀 설명서

구성 : 청신경을 자극하는 반도체 칩, 달팽이관에 삽입하는 전극
사용법 : 인공와우는 귀의 뒤쪽 뼈를 뚫고 이식 원하는 소리만 들으려면 외부 음성처리기에서 ‘잡음 제거’ 메뉴를 선택 
먼 곳의 소리를 들으려면 ‘특정 주파수 증폭’ 메뉴를 선택
사용대상 : 청각장애우와 일반인 모두 사용 가능
주의사항 : 남의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등 부적절한 경우에 사용 금지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소머즈처럼 멀리서 들리는 작은 소리도 선명하게 들으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우선 듣는 사람의 필요나 의지에 따라, 가까이서 들리는 큰 소리를 잡음으로 간주해 제거하고 멀리서 들리는 소리만 살리는 음성처리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인공와우 칩과 연결된 외부 음성처리기에서 구현할 수 있다.

현재 인공와우로는 음성신호보다 작은 잡음이 음성과 섞여 있을 때 이 잡음을 제거할 수 있다. 특정한 소리의 크기를 기준으로 이보다 작은 신호는 무시하고 이보다 큰 신호는 소리로 인식해 들려주는 방법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능동소음제거’기법을 이용하면 원하는 소리만 골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리는 파동이다. 위상이 같은 파동 두 개가 만나면 보강간섭이 일어나 크기가 증폭되고, 위상이 정반대인 파동 두 개가 만나면 상쇄간섭이 일어나 크기가 작아진다. 가까이서 들리는 큰 소리는 제거하고 멀리서 들리는 소리만 듣고 싶다면, 가까이서 나는 소리와 크기가 동일하고 위상이 반대인 소리를 더해 주면 된다. 현재 이 기술은 헬리콥터 조종사가 음성 통신할 때나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외부 소음을 제거하는 데 적용된다.

소음 제거 기술과 인공와우 기술이 융합되면 누구나 ‘소머즈 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달팽이관을 자극하는 인공와우의 한 부분. 청신경을 자극하는 반도체 칩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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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세익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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