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999’의 주인공 철이는 기계인간의 습격으로 어머니를 잃는다. 철이와 어머니는 몸을 기계로 대체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신비의 별 안드로메다로 향하던 길이었다. 어머니가 죽자 철이는 홀로 안드로메다 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모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안드로메다에서는 부자만 몸을 로봇으로 대체해 영생을 얻고, 빈민은 별에 발을 붙이는 것조차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자본의 힘이 신체능력 격차를 가져온 극단적 사례다.
청력 강화 비용 최소 5000만 원
현재 빈부의 격차는 교육 격차는 물론 의료 혜택의 격차로 이어진다. 미국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출액 격차가 지난 8년간 2배나 벌어졌다. 월 평균 소득이 50만 원에 못 미치는 계층의 30%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소중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류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20세기에 보건과 의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수명은 최초 인류부터 현생 인류의 수명을 평균 낸 18세에 비해 엄청나게 늘었다. 미국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미치오 가쿠 교수는 비전2003이라는 책에서 “21세기엔 생명공학 혁명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지금의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선물이나 취업선물로 최근 인기가 높은 라식(또는 라색)시력교정수술은 신체능력 업그레이드 수술의 초기단계다. 시력이 0.1에 불과해 먼 곳을 못 보던 사람을 ‘칼집’ 한 번으로 15분 만에 간단히 1.0의 정상 시력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은하철도999’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안드로메다에서 살기 위해선 ‘생활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뒤 전신 수술을 받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 바이오닉 우먼‘소머즈’. 소머즈야말로 안드로메다에 사는 사람과 같다. 드라마 소머즈에서는 그의 수술비가 5000만 달러(약 500억 원)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말로 신체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이 억만장자라도 꿈을 못 꿀만큼 비싸다. 서울대 공대 의공학과 이정찬 박사는 “미국형 심장의 1/10가격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인공심장도 수술비용까지 합하면 5000만 원 이상으로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도 가격으로 전신을 수술하면 500억원까지는 아니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들 것은 확실하다.
사실 유럽에서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4만 명이 넘고 그중 매일 10명이 장기가 없어서 목숨을 잃는다. 이를 현대과학의 걸작품인 인공장기로 대체하려면 과학기술의 힘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안드로메다행 기차 값이 너무 비싸 좌절하던 철이에게 메텔이 공짜표를 주듯 말이다.
보험도 신체능력 업그레이드에 일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재작년부터 인공와우수술이 보험 혜택을 받는다. 인공와우는 귓속 달팽이관에 칩을 심어 청력을 업그레이드한다. 하나에 2500만 원 하던 인공와우 값은 약 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사회정책의 보조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가쿠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 다큐멘터리 ‘50년 뒤 미래사회’에서 “과거 50년 동안 과학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였다”며 “미래 50년은 과학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인간을 신체능력의 한계로부터 벗어나게 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2030년 바이오닉맨이 활보할 사회는 철이 모자처럼 굳이 안드로메다로 떠나지 않아도 지구에서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2030 바이오닉맨
part 1 못 볼 곳 없는 천리안
part 2 원하는 소리만 골라 듣는 '소머즈'귀
part 3 천하무적 팔과 다리
part 4 암기에서 해방시켜주는 인공해마
epilogue 신체능력격차시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