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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아 하늘을 날다

서울대 RC비행기 제작 동아리 불나비

서울대 공과대학 건물 30동에 있는‘ 불나비’의 동아리방. 서울대 항공전이 끝난 직후에는 지금보다 더 복잡했다고. 사진 왼쪽에 쌓인 잔해는 추락하거나 제작 도중 파손된 RC비행기로‘비행기의 무덤’에 묻힌 셈이다.


현기증(眩氣症) 나는 활주로(滑走路)의 최후(最後)의 절정(絶頂)에서 흰 나비는 돌진(突進)의 방향(方向)을 잊어버리고 피묻은 육체(肉體)의 파편(破片)들을 굽어 본다.

서울대 무선조종(RC)비행기 제작 동아리 ‘불나비’의 오경택(06학번) 군은 RC비행기의 파편 앞에서 김규동의 시 ‘나비와 광장’의 첫 연을 읊었다. 급히 상승시킨 RC비행기가 땅에 곤두박질해 산산조각난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 군은 “RC비행기를 만드는 데 보통 30만원 이상 든다”며 “추락한 비행기는 80% 이상 파손되기 때문에 다음 비행을 기약할 수 없다”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불나비의 추락은 수년전부터 시작됐다. 최근 몇 년간 대회에서 상을 탄 적이 없다. 2000년부터 3년간 전국 모형항공기 대회의 금상과 최우수상을 휩쓸었던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다. 특히 2000년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막들어’는 동체 없이 날개만으로 이뤄진 신개념 비행기였다.

상식을 뛰어넘는 신개념 RC비행기 제작은 불나비의 전통이다. 2007년 10월 3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항공전에서는 무인수직이착륙기인 ‘불나V’를 공개했다. 불나V는 동아리명에 수직(Vertical)이착륙을 조합한 이름으로 헬기처럼 상승한 뒤 비행기처럼 앞으로 날아간다.

불나V의 1차 시도는 실패했다. 똑바로 상승하려면 양쪽 날개에 달린 프로펠러의 추진력이 같아야 하는데 같은 모터, 배터리, 프로펠러를 썼는데도 5cm쯤 상승한 뒤 왼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졌다. 신효섭(05학번) 군은 “같은 제품을 써도 모터의 추진력이 다르기 때문에 시험비행을 통해 모터의 출력을 조정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기계항공공학부 1~3학년 학생으로만 구성된 불나비는 비행기 설계부터 실패 원인 분석까지 스스로 한다. 불나비의 지도교수이자 창단멤버인 김규홍 교수(91학번)는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클 법한데 의외로 학생을 자유롭게 ‘방목’한다. 김 교수는 “불나비 활동할 때를 돌이켜보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얻은 지식이 재미있고 오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불나비는 추락을 끝내고 비상을 꿈꾼다. 프로펠러의 동력을 엔진에서 모터로 바꾸며 나무가 아닌 스티로폼으로도 동체와 날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 셈이다. 스티로폼을 깨끗하게 자르기 위한 열선커팅기도 직접 개발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지만, 불나비는 ‘추락하는 비행기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파란 하늘에 날아오를 열정적인 불나비를 기대해본다.

RC비행기를 만들었다고 끝은 아니다. 무선조종기의 채널과 모터, 서보모터를 1대1로 연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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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현진
  • 전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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