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KAIST는 교수 대학원생 대학생은 물론 기업체와 과학고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과학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첨단기술과 세계화라는 주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이야기하면서 KAIST를 말하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다. 지난 엑스포에서 선보인 '꿈돌이', 우리 대학생들이 쏘아올린 '우리별 1호', 휴전선을 뚫고 들어온 땅굴 탐지기술, 반도체 리드 프레임 등 굴직굴직한 기술들이 KAIST에서 개발된 것이다. 이밖에도 각 교수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전기·전자 세계 11위
최근 우리나라의 각 대학들이 최근 세계 몇위권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KAIST는 2005년까지 세계 10위권의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절대로 이 목표는 희망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미국 공학평가기관의 '상위 10% 이내'라는 평가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실제 이대학에서 국제 저명저널에 게재되는 논문수를 세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의 우수성이란 입학생의 수능시험이나 시설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실적이나 졸업생의 배출은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KAIST에서 게재한 논문수는 세계 수백개의 동일계 학과중에서 모든 학과가 세계 10위에서 1백위 이내에 진입해 있다. 예를 들어 전기전자 공학과는 세계 11위, 기계과는 19위, 화학공학과는 17위, 재료공학과는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상위권 대학이 대략 90위에서 1백50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KAIST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이미 상당한 국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대학의 평가는 그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암허스트나 윌리엄스 칼리지는 학부중심의 인문계 최우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버클리, 일리노이즈 주립대 등은 학부보다 대학원이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MIT나 스탠포드는 학부와 대학원이 우수한 대학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적절한 대학을 선택하고 대학원은 대부분 다른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부와 대학원을 대부분 동일계에서 거치므로 모든 대학이 모두 학부와 대학원을 설치하려는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즉 학문의 '근친상간'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KAIST 구성인원을 보면 대단히 특이하게 타대학 출신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학문의 발전을 유도하고 국가 인력을 융해시켜 단일성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KAIST 과학축제, SEE-KAIST
KAIST에서는 산업체에서 온 연구원과 산학제 학생이라는 특수한 제도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기업으로부터 많은 연구계약고를 올리고 있다.
산학협동으로 연구결과를 기업과 대학이 함께 공유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1992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축제 'SEE-KAIST'가 열렸다. 지난 5월에도 많은 교수연구실, 기업체, 과학고가 참여하여 축제를 벌였다. 각 교수들의 연구과제를 방문객에게 소개하고 개발된 기술을 자랑하기도 한다. 기업체에서도 최근의 개발품을 소개하고 학생들을 위한 기업설명회도 열었다.
95년에는 과학고에서도 20여점을 출품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간 입시교육을 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과학영재 교육의 본래 목적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과학인재의 양성 루트로 알려진 과학고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자. 평준화와 입시교육으로 과학인재를 양성할 수 없어 정부는 특수목적고로서 과학고를 설립하였다. 과학고는 과학적인 재질을 가진 청소년들을 과학인재로 키우기 위한 창의성 교육이 그 목표였으나 입시장벽과 재학생수의 증가로 교육목표가 벽에 부딪쳤다. 그간 과기대의 입시 장벽을 철폐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었으나 95년도 60% 무시험 선발정도에 머물렀고 선발방법도 내신중심이어서 영재선발과는 거리가 있었다.
과학고에서도 창의성 교육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벼랑에 부딪친 것을 직시하고 실험과 실습, 그리고 과학교육의 취지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고에서 활발하게 진행중인 과학동아리가 그것으로 그나마 과학고의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고에서 이러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지난 겨울에는 과기원의 과학영재교육연구소에서 지원한 넉넉잖은 연구비로 몇몇 학생이 지도교사의 지도로 과학축전인 SEE-KAIST에 20개의 과제를 출품하였다.
대구과학고의 배윤근 선생은 8개의 과제를 학생들과 함께 출품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그간 전국의 유명한 실험실과 연구소를 다니며 소재를 발굴하고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고교의 과학동아리 활동, 대학의 현장교육, 대학원의 우수한 연구는 우리나라의 과학을 한층 깊고 창의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한줄기의 커다란 흐름임에 틀림없다.
고등교육이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과학기술자의 양성코스로 과학고, 무시험 특별전형, 대학교육 및 박사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교육개혁안은 바로 이제까지 KAIST에서 추구해왔던 교육목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많은 대학에서 특성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