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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20세기를 달려온 인공장기6 : 뼈·연골·관절

20년 버틸 강도필요, 상아에서 고분자까지

각종 사고로 인해 뼈가 부러지는 일이 늘고 있다. 골다공증과 같이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도 있다. 뼈에 혈액 공급이 중단돼 발생하는 무혈성 괴사증도 만만치 않다. 물론 질환이 생겼을 때 여러가지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이 심하면 인공뼈를 이식해야 한다.

사람의 몸에는 2백여개 이상의 뼈가 있다. 이들은 모두 제각기 특수한 기능과 목적을 가진다. 대부분의 뼈는 관절을 통해 연결되며, 옆에 인대와 근육이라는 조직이 붙어있다.

만일 뼈와 뼈가 직접 연결돼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단한 뼈가 서로 부딪히면서 소리는 물론 마찰로 인한 마모가 발생해 관절부위가 빨리 손상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절 내에 존재하는 것이 연골(물렁뼈)이다.(그림).

연골의 주된 기능은 외부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연골은 평소 특수한 체액(synovial fluid)을 머금고 있으면서 스폰지 역할을 한다. 만일 관절에 충격이 가해지면 체액이 연골로부터 방출되면서 충격이 약해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체액이 다시 흡수돼 충격에 대비한다.

연골과 관절의 경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질병은 관절염인데, 병균의 감염으로 인한 관절염(류머티즘)과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으로 구분된다. 류머티즘은 신체의 모든 관절에서 발생하는데 비해, 퇴행성관절염은 무릎과 같이 과다한 힘을 받거나 사용이 심한 곳에서 주로 나타난다.

연골이 손상된 상태가 계속되면 연골 하부에 있는 뼈 전체에 무리가 온다. 더욱이 뼈와 달리 연골은 손상을 입으면 자체적인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혈관이 존재하지 않아 적절한 양분들이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어깨 관절 모식도^어깨뼈와 팔뼈가 연결되는 부위에 연골이 있고, 그 외부를 관절낭이라는 결합조직이 둘러싸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

뼈, 연골, 관절에 대한 치료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동일하다.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 치아(뼈의 일종)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상아나 나무, 혹은 노예의 치아를 뽑아 이식한 예가 발견된다. 뼈가 부러졌을 때 나무막대를 부목으로 사용한 예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공뼈, 인공연골, 그리고 인공관절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킬 때 최선의 치료법은 환자자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물질을 이식함으로써 발생하는 면역학적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뼈 계통은 다르다. 우선 환자 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조그만 뼈의 손상을 대체할 때 환자의 골반뼈를 떼내 이식할 수 있지만, 손상부위가 크거나 관절을 대체할 때는 불가능한 일이다.

1950년대 말 영국의 한 외과의사에 의해 인공관절이 개발되기 시작됐다. 철강재로 모형을 만들어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이를 삽입시켰다. 하지만 연골부위를 별도로 신경쓰지 않았고 금속재료가 녹이 스는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인공관절을 시술받은 환자가 지나갈 때 쇠끼리 서로 부딪히는 금속성 소리가 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후 이 의사는 연골을 대체하는 고분자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금속재를 대신해 스테인레스 강철을 사용함으로써 인공관절의 효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후 공학의 발달로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면서 인공관절 개발에 점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2백여종의 인공관절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많이 남아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공관절의 수명은 고관절(골반과 넓적다리뼈 중간 부위 관절)의 경우 약 15년, 무릎관절의 경우 10년 정도다. 인공관절을 시술받는 환자의 연령군이 대체로 50대 말이나 60대 초이므로 최소한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인공관절이 개발돼야 한다.

인공관절과 주변 뼈와의 관계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많은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뼈는 주어지는 물리적인 힘의 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조직이다. 이 힘이 너무 미약하거나 과대하면 뼈조직은 약해진다.

우주비행사 뼈가 줄어드는 이유

우주비행사가 우주여행을 약 2-3주 마치고 귀환하면 뼈의 양이 20%정도 감소된다. 우주에서는 지구에서처럼 뼈에 가해지는 중력이 없다. 이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있으면 뼈에 적정한 힘이 가해지지 않아 뼈가 약해지는 현상과 동일하다.

반면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뼈는 소멸된다. 인공치아나 인공관절을 사용할 때 힘이 집중되는 뾰족한 부분에서 뼈가 소멸되는 현상이 자주 발견된다.

연골의 대체물질인 고분자재료의 마모성도 문제다. 이 재료가 마모됨에 따라 아주 작은 고분자 입자들이 발생해 주변의 생체조직을 손상시킨다. 이처럼 인공관절의 성공여부는 재료 자체뿐 아니라 주변 생체조직과 미묘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 분야에서는 환자의 연골세포를 체외에서 배양, 연골조직으로 만들어 다시 환자의 손상부위에 이식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환자의 다른 연골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고 세포만 채취해 사용하므로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첨단의 방법이다.
 

199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최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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