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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나로우주센터서 자력으로 우리 위성 쏜다

2020년 우리 탐사선, 달로 떠난다

대한민국, 자력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국가를 상징하는 ‘스페이스클럽’ 가입 D-1. 2008년 12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길이가 30m가 넘는 특수차량이 커다란 굉음을 내며 이동하고 있다. 엔진이 앞뒤로 하나씩 달려 있는 이 차량에는 지름 3m에 길이 33m의 거대한 우주발사체가 누워 있다. 6년간 러시아를 오가며 우리 연구진이 피땀 흘려 제작에 참여한 소형위성 발사체 KSLV-Ⅰ이다. 상단에는 우리 손으로 개발한 2단 고체로켓(킥모터)과 100kg급 과학기술위성 2호가 실려 있다.

특수차량이 발사장에 도착한 뒤 KSLV-Ⅰ을 발사대에 넘겨주자 지상관제장비의 각종 케이블이 발사체에 연결된다. 이어 발사체를 일으켜 세우자 KSLV-Ⅰ이 자동적으로 발사 패드에 안착한다. 여기서 로켓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연료(등유)와 산화제(액체산소) 130톤가량이 몇 시간 동안 공급장치를 통해 충전된다.

우주센터 발사통제동 내 발사체 관제지휘소에서는 2단 발사체인 KSLV-Ⅰ의 상태를 시시각각으로 점검하기 시작한다. 1단의 내부 온도는 정상인지, 전류는 제대로 흐르는지, 산화제 밸브는 잘 작동하는지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탑재위성의 상태도 점검한다.

발사 15분 전 KSLV-Ⅰ은 자동 발사 모드에 들어가면서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발사 지휘소에서는 발사체 추적장비들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 발사 해역에 선박이 없는지, 하늘에 항공기가 없는지를 확인한 뒤 발사 명령을 내린다.

“…3, 2, 1, 0. 발사!”드디어 KSLV-Ⅰ이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희뿌연 연기를 일으키며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남해 상공으로 힘차게 솟구친다. 우주센터 관계자들은 발사체의 궤도를 추적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사 초기에는 우주센터의 광학추적장비를 이용해 1초당 최대 480장의 사진을 찍는 동시에 발사통제동 옥상에 있는 원격자료수신장비로 발사체의 내부정보 700여 가지를 받는다.

발사 25초 뒤 KSLV-Ⅰ이 남쪽으로 방향을 틀자 제주추적소에서도 레이더를 이용해 발사체를 뒤쫓기 시작한다. 이어 200여 초 만에 제주도 근방 상공에서 위성을 감싸고 있던 덮개(페어링)가 둘로 나뉘어 떨어져 나가고 1단 액체엔진은 연소가 끝난 다음 분리된다.

그 뒤 위성을 실은 2단이 일본 오키나와 나하섬에서 동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상공을 날자 필리핀 근해에 대기하고 있던 한국 해양경찰청 3000톤급 경비함에서 추적에 들어간다. 이 경비함에서 받은 2단 정보는 인공위성의 중계를 거쳐 우주센터로 전송된다. 고도 300km쯤에서는 2단 킥모터가 연료를 다 태우고 나서 100여 초 뒤 위성이 분리된다.

마침내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가 초속 8km로 지구를 도는 타원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신호가 잡힌다. 그러자 발사 결과를 초초하게 기다리던 연구진은 환호성을 올리고 눈시울을 붉힌다. 한국이 세계 9번째로 스페이스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소형위성 발사체 KSLV-Ⅰ에서 맨 앞쪽 부분의 구조시험을 하는 장면. KSLV-Ⅰ은 2008년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센터의 핵심, 발사대는 건설 중

2008년 말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발사체에 실어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하는 과정을 그려본 시나리오다. 북위 34.26°, 동경 127.3°에 위치한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최전방 전초기지인 나로우주센터는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중간중간 바리케이드를 피해 레미콘이 분주히 오가며 발사대 부지의 기초 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12월부터 총사업비 3125억 원을 들여 여의도 면적의 0.6배에 해당하는 부지에 나로우주센터를 건설해왔다. 사업에 착수한 지 7년 만인 2007년 6월 우주센터 대부분의 공사가 끝났다. 발사체를 조립하고 시험할 수 있는 조립시험시설과 추진기관시험동, 발사 전체 과정을 지휘하는 발사통제동, 발사 과정을 추적하는 광학장비동과 추적레이더동이 완공됐다. 이제 우주센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발사대 공사만 남겨둔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민경주 센터장은 “발사대 시스템은 24개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크게 추진제 공급설비, 지상기계장비, 발사관제설비로 묶을 수 있다”며 “2008년 5월 발사대를 완공한 뒤 3개월간 각 서브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자체 시험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발사대 시스템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과 울산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러시아 관계자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KSLV-Ⅰ의 발사과정^발사대에서 KSLV-Ⅰ에 연료와 산화제를 포함한 추진제 130여 톤을 공급한 뒤 발사관제설비를 통해 발사통제동에서 발사 명령을 내린다. 이륙 25초 뒤 남쪽으로 방향을 틀고 이어 200여 초 뒤 위성을 감싸던 덮개(페어링)가 떨어져 나가고 나서 2단이 분리된다. 고도 300km쯤에서 2단 킥모터(고체로켓)가 연료를 다 태우고 다시 100여 초 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분리된다.


소형위성 발사체, 러시아한테 한 수 배워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릴 2단 발사체 KSLV-Ⅰ도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1단 액체엔진은 우리 기술이 부족해 러시아가 담당했고 2단 킥모터와 인공위성 탑재부를 포함한 상단은 한국이 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 조광래 단장은 “공동 개발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우주개발 분야의 고수’인 러시아한테 한 수 배우고 있다”며 “사실 러시아 정부가 기술보호협정을 요구해 양국 국회에서 비준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협정은 한국이 KSLV-Ⅰ과 관련된 기술을 제3국에 넘기지 않으며 미사일 같은 무기를 개발하는 용도로 전용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소형위성 발사체 KSLV-Ⅰ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조 단장은 “기술적으로는 2008년 말 KSLV-Ⅰ을 발사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와 기술검토 회의를 갖고 상세설계를 확정해 발사체의 비행 모델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이미 발사체의 인증 모델을 제작한 뒤, 1단 엔진이 연소할 때 생기는 진동보다 4~5배 더 강한 진동을 가한 환경에서 발사체 전체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어 비행 모델은 2008년 2월 완성해 환경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증 모델에서 이미 검증됐고 비행용 하드웨어는 ‘골병’이 들면 안 되니까 비행 모델 시험은 최소한도로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조 단장은 설명했다.

우리 연구진은 2008년 8월 나로우주센터에 발사대가 완공되면 서너 달간 발사장에서 KSLV-Ⅰ을 놓고 종합 리허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료와 산화제를 채웠다가 배출하는 연습을 하면서 발사체의 압력용기에서 새는 데가 없는지, 각종 밸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전자장치의 송수신이 잘 되는지 등을 점검한다.
 

일반적인 달 탐사위성은 2~3톤급 대형위성이라 대형발사체가 필요하다. 2.5톤짜리 통신해양기상위성도 2009년 6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기지에서 전체 무게가 690톤에 이르는 대형발사체인 아리안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사진은 2007년 9월 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에서 통신해양기상위성을 조립하는 장면.


2017년 한국형 발사체가 뜬다

사실 우리 연구진은 KSLV-Ⅰ과 똑같은 발사체를 하나 더 개발하고 있다. 2008년 말쯤 발사할 로켓이 1호다. 민 센터장은 “2호는 1호를 발사한 지 6개월 이내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이라며 “과학기술위성 2호의 경우도 여분의 위성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KSLV-Ⅰ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지난 11월 20일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에 따르면 2017년 나로우주센터에서 300톤급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자력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조 단장은 “75톤급 액체엔진을 자체 개발한 뒤 4개를 묶어 한국형 발사체의 1단에 쓰고 2단에는 하나만 사용할 계획”이라며 “한국형 발사체로는 1.5톤짜리 위성을 고도 680km 정도의 지구저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6년까지의 청사진으로 야심 차게 제시한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에서 눈에 띄는 항목은 2020년 달 탐사위성을 개발해 발사한다는 내용이다. 2007년 하반기 일본과 중국이 잇달아 탐사선을 달에 보냈고 인도도 2008년 4월에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고 발표했는데, 한편으로 우리의 달 탐사 도전은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달 탐사에서도 발사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일본, 중국, 인도는 모두 자체 개발한 대형로켓인 H2A, 창정, GSLV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달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배경에도 지구중력권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이같은 대형로켓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소형위성 발사체(KSLV-Ⅰ)를 개발하는 수준이다.

우리의 우주개발 로드맵에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수정해 달 탐사위성을 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조 단장은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하면 450kg급 달 탐사위성은 쏠 수 있다”고 말했고, 민 센터장은 “발사패드나 로켓을 세우는 장치 같은 발사대 기계장비와 일부 하드웨어를 변형하면 나로우주센터에서도 달 탐사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일반적인 2~3톤급 달 탐사위성은 우리 로켓을 이용해 2020년에 발사하기 쉽지 않다”라며 “외국 발사체에 우리 달 탐사위성을 실어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외국 로켓으로 달 탐사선을 보내더라도 우리가 달 탐사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러시아 발사체에 자국의 화성 궤도선을 실어 보내기로 한 협력 모델을 빌려보자”고 덧붙였다.
 

달에서 우주인이 자원활용장비를 설치하는 상상도. 2020년 이후 달에 국제공용 기지가 건설되면 달의 자원도 이용할 수 있다.


달기지에서 우리 로봇 활약할지도

달 탐사선은 대형발사체에 비하면 개발하기 어렵지 않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도 다양한 위성을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달 탐사위성 1호는 2017년 개발에 착수해 2020년 발사하고 2호는 2025년에 발사할 계획이다. 1호는 달 주변을 도는 궤도선으로, 2호는 달 표면에 내리는 착륙선으로 각각 예정돼 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달 탐사에 대한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기획 연구가 시작됐다. 기획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연구 기간은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2008년 하반기에는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탐사를 전담할 조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달, 화성, 소행성을 비롯한 태양계 탐사는 국제협력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지난 3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14개 우주기구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우주탐사포럼’에 참여해 토론한 결과 ‘국제우주탐사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골자는 인류가 언젠가 생활할지 모르는 달이나 화성에 탐사선과 사람을 보낼 때 국제적으로 협력하자는 내용이다.

NASA가 주도하는 우주탐사계획에 따르면 2020년쯤 사람이 다시 달에 발을 딛고 그 이후에는 달에 국제공용 기지가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탐사선이 달에 간다면 여러 미션 가운데 하나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최 박사는 “달 궤도선은 표면을 정밀 촬영하거나 자원을 파악하기 위한 스펙트럼을 관측하고, 달 착륙선은 로봇을 보내 극지역에서 물이나 헬륨3 같은 자원을 탐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달 탐사에 뛰어든다면 국제협력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추진할 것이다. 2008년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KSLV-Ⅰ은 달로 향한 작은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2020년 나로우주센터에서,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찾으러 떠나는 우리 탐사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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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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