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 러시’(Moon Rush)가 시작됐다. 최근 일본이 달 탐사선을 발사하는데 성공하자 세계 각국이 달로 향한 탐사행렬에 속속 동참할 전망이다.
지난 9월 14일 일본의 달 탐사선 ‘가구야’가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H2A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따르면 가구야(영어명 셀레네(SELENE))를 달로 보내는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아폴로계획 이래 가장 큰 달 탐사 프로젝트다. 일본에 이어 중국은 10월말에, 미국과 인도는 내년에 무인탐사선을 달에 보낼 예정이다. 본격적인 달 탐사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중국, 인도에 민간기업까지 가세
JAXA에 따르면 달은 아주 면밀하게 관측된 적이 없으며 심지어 미국의 아폴로 탐사선조차 달 표면의 단편적인 지도만 제작했다. 일본은 2억7900만달러를 들여 제작한 가구야를 동원해 달의 지형, 조성, 구조, 중력을 제대로 파악할 작정이다.
가구야는 3톤의 본체에 10여종의 관측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본체에서 분리될 50kg의 소형위성 2기를 싣고 있다. 이 가운데 달 표면의 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X선 분광계와 감마선 분광계, 달의 지형을 찍을 고해상도 카메라, 달 구조의 역사를 알려줄 자료를 모으기 위한 레이저 고도계와 레이더 측심기가 핵심 관측장비다.
가구야 본체(달 궤도선)는 12월부터 1년간 달 표면에서 100km 상공을 돌며 달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임무는 물론 미래에 달을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관측을 한다. 2기의 소형위성 가운데 하나는 궤도선이 달 뒤쪽에 있을 때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중계위성이고, 다른 하나는 달의 중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VRAD위성이다.
특히 연구자들은 가구야의 관측자료로 달의 기원 문제를 풀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은 45억년 전 원시지구에 더 작은 천체가 충돌했는데 이 과정에서 뿜어져 나온 가벼운 잔해가 모여 달이 됐다는 대충돌이론이다. 지구와 달의 방사성동위원소 조성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이 이론의 증거다. 이는 지구와 달이 같은 암석으로 생성됐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 가구야의 관측을 통해 달의 광물조성과 구조를 제대로 밝히면 대충돌이론의 증거를 명백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0월 30일에는 중국이 자국 최초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창어 1호는 1년간 달 표면에서 200km 떨어진 궤도를 돌면서 달 표면의 3차원 영상을 찍고 달 표면의 온도와 지각 두께를 측정하며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환경을 조사한다.
내년에는 인도와 미국이 달 탐사에 나선다. 인도는 4월에 525kg의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찬드라얀 1호는 달 상공 100km 궤도에서 2년간 돌면서 극지에 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미국은 적어도 1년간 달 표면을 매우 정밀하게 탐사할 NASA의 ‘달 정찰궤도선’(LRO)을 준비하고 있다.
또 민간기업도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 9월 13일 구글은 X프라이즈재단과 함께 상금 3000만달러를 걸고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달 탐사대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과제는 2012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영상을 전송하는 것. 제일 먼저 달에 착륙하는 팀에 2000만달러, 2등엔 500만달러를 준다. 또 탐사로봇을 최소한 500m 이동시키며 고화질 영상을 찍어 구글 웹사이트에 게재하면 50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대나무 속에서 태어났다가 고향인 달로 돌아갔다는 일본 전래동화 속의 공주 가구야. 달에 살았다는 중국 전설 속의 선녀 창어. 일본과 중국의 신화 속 주인공들은 21세기에 달로 가는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달 탐사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