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연비(燃費)는 일정량의 연료로 얼마나 멀리까지 갈수 있나를 나타내는 말로써 보통 ㎞/ℓ또는 MPG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ℓ는 1ℓ의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단위로 나타낸 것이며, MPG는 1갤런의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마일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ℓ를 주로 사용하지만 미국 등 북미에서는 아직도 관습상 MPG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갤런은 약 3.785ℓ인데 반해 영국 등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갤런은 약4.546ℓ로서 같은 MPG로 표현되더라도 실제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연비는 자동차가 교통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한 초기부터 자동차를 설계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성능의 하나로 인정되어 왔으며,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동차가 얼마만큼 유지하기에 경제적인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어 왔다.
1973년부터 시작된 두차례의 오일쇼크이후에는 연비가 자동차의 여러가지 성능중에서도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고, 모든 자동차 제작회사들이 연비의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비를 결정하는 요인들
여기서 연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들을 살펴보면 우선 자동차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과 도로조건 및 운전방법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 기후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자동차에 대한 요인과 운전방법에 대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에 대한 요인으로는 우선 자동차의 주행저항을 들 수 있다. 주행저항이란 자동차가 달릴 때, 자동차가 달리는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서 굴름저항과 공기저항 등이 있다. 또한 가속시나 언덕을 올라갈 때 소모되는 에너지도 공학적으로는 각각 가속저항, 등판저항 등으로 표현하여 주행저항에 포함시키고 있다.
굴름저항은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가 계속적으로 변형되면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힘의 단위로 바꾸어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를 오래 주행하면 타이어가 뜨뜻하게 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 저항은 엄겍하게는 속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기도 하고,타이어에 따라서는 어떤 속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속도에 관계없이 일정하다고 한다. 또한 이 저항은 일반 마찰력의 특성에서와 같이 누르는 힘, 즉 자동차에서는 자동차의 무게에 비례한다.
공기저항은 자동차가 달릴 때 자동차의 앞면에 부딪히는 공기에 의해 발생되는 압력과 자동차 표면을 공기가 스쳐지나가면서 발생되는 마찰력,자동차 뒤 꽁무니에 형성되는 와류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이 저항은 굴름저항과는 달리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성질이 있어 천천히 달릴 때는 작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크게 증가되어 고속주행시 주행저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예를 들면, 보통 승용차의 경우 시간당 50㎞의 속도로 주행시 공기저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주행저항의 35%정도인데 반해 1백㎞의 속도로 주행시는 70% 정도로 높아진다. 또한 공기저항은 자동차를 앞에서 보았을 때의 면적, 즉 전면투영면적에 비례한다.
가속저항이나 등판저항은 자동차를 가속할 때나 언덕길을 오를 때 추가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힘의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저항들은 평탄한 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는 전혀 발생되지 않는다. 가속저항은 자동차의 질량과 타이어 등의 회전부품이 갖는 회전부분 상당질량을 합한 것에 가속도를 곱한 수치와 비례하며, 등판저항은 자동차의 무게에 도로경사각의 사인(sin)값을 곱한 값에 비례한다.
엔진과 동력전달기구의 특성이 미치는 영향
또다른 자동차에 대한 요인으로는 엔진 자체의 연료소모특성과 동력전달기구의 전달특성을 들 수 있다.
겨울철 가정에 사용하는 난로는 동일한 양의 석유를 사용해도 난로에 따라 따뜻한 정도가 다르듯이, 자동차의 엔진도 동일한 열량의 연료를 사용했을 때 발휘하는 출력은 천차만별이다. 이는 연료가 얼마만큼 잘 연소되는가 하는 점과 얼마나 적절히 이 연소열을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놓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엔진 자체의 기계적인 마찰손실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산소가 필요하며, 연료의 양에 대하여 공기의 양을 조정하는 것은 완전한 연소를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울러 엔진의 압축비, 연소실형상, 점화시기, 공기와 연료의 혼합정도 등도 연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가솔린엔진에서는 압축비를 높일수록, 점화시기를 빨리 할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경향이나 이상점화현상에 의한 소음, 즉 노킹(knocking)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제한이 있다.
노킹은 연소실 가장자리의 연소되지않은 혼합기가 연소실 중심부분의 이미 연소된 혼합기에 의해 압력 및 열을 받아 연소실 중심부분에서부터 전파되어 오는 불꽃이 도달되기도 전에 스스로 폭발하여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엔진에서의 기계적인 마찰력은 주로 피스톤링과 실린더 사이에서 발생되고, 그외 크랭크샤프트나 커넥팅로드 베어링에서 발생된다. 또한 엔진의 동작을 유지시켜 주는 보조기구, 즉 냉각수펌프 윤활유펌프 배전기 캠기구 등에서도 에너지를 소비하며 차량의 전기소모를 보충해주는 발전기 및 에어컨디셔닝을 위한 냉매펌프, 파워스티어링을 위한 오일펌프 등도 에너지를 소비하는 요인이 된다.
엔진의 특성과 함께 동력전달기구의 특성도 연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동안의 주행저항을 엔진이 부담함에 있어 이 동력전달기구에 의해 엔진의 작동상태가 크게 좌우된다. 즉 동력전달기구의 전체적인 기어비가 크게 설정된 경우는 엔진의 회전수가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토크는 작아진다. 반대로 동력전달기구의 기어비가 낮아지면 엔진의 회전수는 낮아지고, 토크는 커진다. 일반적으로 기어비를 낮추는 것이 연비에는 유리하나 적정의 한계가 있으며, 가속성능이나 등판능력은 기어비를 낮출수록 불리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운전을 쉽게 하기 위하여 자동변속기를 자동차에 장착한 경우는 수동변속기를 사용할 경우보다 연비가 낮아진다. 이는 동력의 전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자동변속기에 특별히 사용되고 있는 토크변환기(torque converter)내에서의 펌프와 터빈 사이의 슬립이 주요한 원인으로 되어 있다.
동력전달기구 자체의 베어링이나 기어의 이 사이의 기계적 손실 및 동력전달기구의 윤활을 위해 사용되는 윤활유의 특성도 연비에 영향을 미친다.
운전방법, 기후조건도 큰 요인
운전방법에 대한 요인으로서는 가속정도, 보조기구의 사용빈도, 운전속도, 정지회수 등이 있으며 급가속을 할수록, 보조기구를 많이 쓸수록, 운전속도가 높을수록, 정지회수가 많을수록 연비는 나빠진다고 할 수 있다.
도로조건이나 기후조건 또한 연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상하 기복이 많은 도로, 좌우 굴곡이 많은 도로, 신호등이 많은 도로 등은 자연히 차량을 가·감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연비가 낮아진다. 또 복잡한 도시에서와 같이 평균주행속도가 특히 낮은 경우는 낮은 기어단수를 사용해야 하는 빈도가 높아져 속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비가 나빠진다.
기후조건이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크게 온도와 기압을 들 수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동력전달장치내의 윤활유 점도가 낮아져 연비에 유리해진다. 또한 온도가 높을수록 공기밀도가 낮아져 고속주행시 공기저항이 적어지는 효과도 있다. 특별히 밝혀두어야 할 점은 겨울철에는 엔진이 시동후 정상작동온도에 다다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연비가 불리해지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엔진이 정상작동온도에 다다르기 전에는 엔진오일의 점도가 높은 점, 실린더와 피스톤간의 기밀이 나쁜 점, 연료가 충분히 기화되지 못해 완전연소면에서 불리한 점 등의 이유 때문에 연비가 나빠진다.
아울러 동력전달장치내의 윤활유의 점도가 높은 점도 연비에 불리한 요인이 된다. 시동후 주행거리가 짧은 출퇴근용 자가용의 경우 겨울철 연료소모량이 많아지는 이유는 주로 이 때문이다.
연비를 높이는 방법은?
이상에서와 같이 많은 요인들이 자동차의 연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책을 알아보자. 우선 자동차의 주행저항을 줄이는 방법을 들 수 있다. 특히 고속화시대에 있어 중요한 대책은 자동차의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안이다.
첫째 방안으로는 자동차의 전면투영면적을 줄이는 방법이다. 즉 외형칫수를 가능한 한 작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내공간의 확보란 점에서 이는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근래에 들어 엔진룸(Engine Room)내의 배열을 가능한 밀집시켜 동일한 외형칫수내에서도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륜구동차량이 널리 보급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방안으로는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는 방법이다. 공기저항계수는 우선 자동차가 얼마만큼 유선형에 가까운가에 크게 좌우된다. 자동차의 앞부분을 낮고 둥글게 만드는 방법, 앞쪽 번호판을 범퍼내부로 설치하는 방법, 앞유리창의 각도를 더 기울이는 방법, 천정 옆면의 빗물 홈을 앞·뒷문으로 덮는 방법, 차량 외부의 뒷거울을 유선형으로 만드는 방법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아울러 자동차의 엔진덮개(Hood)와 헤드램프 사이의 실링(Sealing), 앞유리창 모울딩(Moulding)과 유리 사이의 턱제거, 문과 차체 사이의 실링, 기타 돌출물 제거 등도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는 방법이다.
굴름저항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가장 먼저 레디얼타이어(Tubeless)의 사용을 들 수 있다. 바이어스타이어(Tube Type)를 사용할 때보다 굴름저항이 약 25% 감소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레디얼타이어의 사용은 안전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승차감을 좋게 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공기압을 낮추는 것은 연비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자동차 제조회사가 지정한 수치보다 낮게 공기압을 조정할 때는 연비뿐만 아니라 타이어 수명도 낮추는 결과가 된다. 자동차에 따라서는 고속주행시나 짐을 많이 실었을 때는 타이어 공기압을 약간 높이도록 권유된 경우도 있다. 타이어도 엔진이나 기타 동력전달장치와 마찬가지로 적정의 온도에 도달되기 전에는 굴름저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굴름저항 가속저항 등판저항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자동차의 중량이 있다. 특히 가속저항의 경우는 회전부분의 중량이 추가된다. 컴퓨터에 의한 차체의 최적설계, 플래스틱 및 알루미늄 재질의 사용과 전륜구동에 따른 동력전달장치의 간소화 등이 모두 중량을 감소시키는 방안이다.
그렇다면 연비를 높이는 다시 말해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운전방법은 어떤것이 있을까. 첫째 무리한 가속과 감속을 하지 않도록 하고, 둘째 필요없는 짐이나 악세사리를 자동차의 내외부에 실어두거나 부착되지 않도록 한다. 세째 필요 이상의 고속주행은 피한다. 네째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미리 운전계획을 만들고 거리가 약간 더 멀게 되더라도 가능한 한 도심지통과를 피한다. 다섯째 장시간 정차시에는 필히 시동을 끈다. 여섯째 겨울철에는 용건을 모아 자동차를 연속적으로 사용케 하여 자동차의 웜업(warm-up)시 추가로 소모되는 연료의 양을 줄인다.
연비는 어떻게 측정되나
이러한 자동차의 연비는 그 측정방식에 따라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므로 측정방법도 중요시되고 있다. 연비에는 자동차의 주행상태에 따라 정속연비와 모드(Mode)연비로 측정할 수 있다. 측정장소로는 실제도로상에서 측정하는 경우와 샤시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상에서 측정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측정기구의 사용에 있어서도 유량측정기 등을 사용한 직접측정방법과 배기가스의 성분분석을 통한 간접계산방법이 있다.
정속연비가 일정한 속도로 주행시의 연료소모율을 나타내는데 반해 모드연비는 주로 시가지 주행을 흉내낸 특정의 운전조건으로 주행시의 연료소모율을 나타낸다. 따라서 정속연비는 시외도로 및 고속도로 주행시의 연비와 비슷하고 모드연비는 시가지 주행시의 연비와 그 특성이 비슷하다. 이 모드연비로는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시가지 주행을 흉내낸 LA4모드, 일본의 동경 시가지 주행을 흉내낸 동경10모드, 유럽의 ECE15모드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LA4모드는 실제의 자동차 주행상황과 흡사한 패턴인 반면, 동경10모드는 가속감속 정지 가속 등 10단계로 나누어서 패턴화한 것으로 실제주행패턴과는 차이가 있으며 ECE15모드도 마찬가지다.
측정장소로서 샤시다이나모미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측정조건의 관리나 측정기구의 설치가 쉬운 점이 있지만, 도로상에서의 주행저항 등을 측정하여 샤시다이나모미터에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측정기구에 있어 유량측정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가정의 수도물 유량계와 마찬가지 원리다. 유량계를 통하여 지나간 연료의 양을 적산하여 속도 및 거리 측정장비인 5륜(fifth wheel)을 통해 측정된 거리와 함께 연비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가스분석법은 샤시다이나모미터상에서 모드 시험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일정 모드를 주행하는 동안의 배기가스를 채집, 분석하여 기간중 소모된 연료량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국산자동차의 연비수준
현재까지 국내에서 생산, 판매된 자동차의 연비에 대해 알아보면 전륜구동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는 엔진이나 차량의 모델이 오래된 것이 많았고, 연비도 세계수준에서는 뒤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이 기간산업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륜구동자동차 등 최신모델의 도입으로 연비수준 또한 향상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차종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생산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국내 자동차회사간의 연비에 대한 관심 및 경쟁 또한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중 하나는 유럽쪽에서 실시한 동급 자동차들과의 연비비교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이 유럽잡지에 나기도 했다. 현재 세계의 소형 승용차의 연비는 LA4 모드에 의해 측정시 13~15㎞/ℓ수준이 많으며 국내의 소형승용차들도 이 범주에 들고 있다. 또한 시간당 60㎞로 정속주행시의 연비는 국내 대부분 소형승용차가 20㎞/ℓ를 넘어서고 있다.
두차례의 오일쇼크 이후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 모두 연비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으나, 근래 들어 오일가격이 안정되면서 연비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풀어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자원의 유한성이나 언제 다시 나타날 지 모르는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가 인상 위협 등을 고려할 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 모두 연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