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 지난 7월 종영한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아버지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거짓 결혼식을 올리려던 서주희(박진희 분)는 이런 말을 한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은 “담보 없이 당일 5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는 대부업체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급한 불만 끄고 바로 갚아야지’라고 결심하지만 살인적인 이자율 앞에서는 당해낼 장사가 없다.
만약 금나라(박신양 분)가 500만원을 사채업자에게 빌렸다면 3년 뒤에는 얼마를 갚아야 할까.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이번 달부터 시행되는 최고연이율 49%를 적용하면 3년 동안 매년 이자만 245만원을 갚아야 한다. 단리로 전체 갚아야 할 돈을 계산하면 원금 500만원에 3년간의 이자 735만원을 더해 1235만원이 된다.
하지만 대출의 경우 복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원금과 이자가 더해진 값에 또 이자가 붙는다. 500만원×(1+0.49)3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1653만9745원이 된다. 원금의 3배가 넘는 큰 돈이다. 만약 대출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나면 갚아야할 돈은 7844억을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돌변한다. 저축할 때는 ‘고마운 복리’지만 대출받을 때는 ‘무서운 복리’인 셈.
원금의 15만배가 넘는 돈을 갚아야 한다니 ‘몰상식’의 극치를 달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채를 쓰는 사람은 많다. 사채업자가 던지는 솔깃한 미끼 때문이다.
무이자 광고뿐만 아니라 금리를 12달이나 365일로 쪼개서 보여주며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게끔 만든다. 500만원을 연 49%의 금리로 빌려 주면서도 한달에 약 4.08%, 하루에 약 0.13%의 이자밖에 안 붙는다고 광고하기 때문에 원금과 이자가 합쳐져 복리로 늘어난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성균관대 인지심리학과 박사과정 이남석 씨는 “미래에 닥칠 불행을 알면서도 현재의 고통을 더 절박하게 느끼는 ‘시간선호’(time preference) 때문에 사채를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컷 놀면서 여름을 보내는 이솝우화 속 베짱이나 시험을 코앞에 두고 일찍 자버리는 학생은 모두 시간선호도가 높은 경우에 속한다. 결국 사채의 폐해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돈이 급한 상황에 처하면 쉽게 시간선호에 빠져들 수 있다. 대부업계의 광고를 제한하거나 이자율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절제력이란 뜻이다.
현장리포트_금융상품 삼총사
수익성과 안정성, 보장성을 놓고 열심히 저울질하는 당신. 과연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까. 요즘 뜨고 있는‘금융상품 삼총사’인 보장자산, CMA, ELS에 안정지수와 수익지수를 매기고 수학적으로 분석해보자.
1. 위기상황에 강한 보장자산
회사원 신나라 씨(가명)는 매달 암 보험료로 5만원을 내고 있다. 젊을 때 보험 하나 들어두면 좋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가입은 했지만 돈이 아깝게 만 느껴진다. 만약 암에 안 걸리면 돈을 모두 날리는 게 아닐까.
보험에서 보장해주는 항목은 병, 사고, 실직, 사망처럼 수없이 많다. 같은 1만원이라도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의 가치가다르듯 보험은 미래의 고통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다. 보통 경기가 좋을수록 이익을 내는 주식과 달리 보험은 사정이 나쁠수록 힘을 발휘한다.
요즘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보장자산’은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과 현금, 부동산 같은 자산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보험은 보장자산에 포함된다.
올해 서른 살인 신 씨가 암을 대비하는 보장자산을 만들기 위해 보험사를 찾았다고 가정하자.‘ 매달 5만원의 보험료를 20년간 내면 80세까지 최고 1억원의 보험금을 보장하고, 만약 암 진단을 받지 않을 경우 납부한 보험료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상품을 추천받았다. 만약 신 씨가 보험료를 매달 연이율 5%의 은행적금에 넣는다면 20년 뒤에는 약 2064만원, 그리고 이 돈을 연이율 5%의 정기예금에 넣어두기만 해도 30년 뒤에는 8919만원으로 불어난다.
그렇다면 신 씨는 보험과 적금 사이에서 뭘 선택해야 할까. 보험을 택한다면 신 씨의 암에 대한 보장자산은 30~80세까지 1억원이 형성되고 그 뒤에는 납부한 보험료의 절반인 600만원만 남는다.
반면 적금을 들면 보장자산은 5만원에서 시작해 50년 뒤 8919만원으로 불어난다. 만약 신 씨가 80세 전에 암 진단을 받는다면 보험 상품이 유리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적금이 유리한 셈이다.
2. 복리의 마법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두 자릿수 고금리 행진은 이제 추억이다. 보통예금의 연이율이 0.1~0.5%, 정기예금이 5%를 맴돌고 있는 지금. 증권사는 소액예금을 모아 CD(양도성 예금증서)나 국공채 등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연이율 4~5%를 주는 CMA를 판매하고 있다.
언뜻 보면 정기예금의 금리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일정기간 돈을 넣어 둬야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CMA는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정기예금의 수익성과 보통예금의 유동성을 모두 갖춘 셈. 게다가 CMA에는 복리의 마법이 숨어있다.
만약 300만원의 월급을 받아 평균 잔액 100만원을, 연이율 5%의 CMA통장에 넣어둔다면 하루에 붙는 이자는 137원이다. 매일 복리로 이자를 계산하면 29일째 되는 날 이자가 138원으로 오르고 12달째 접어 들면 144원의 이자가 붙는다. 1년 뒤에는 이론적으로 105만1124원으로 돈이 늘어난다.
단 CMA가 투자한 금융상품에 손실이 발생하거나 발행 금융기관이 부도가 나는 경우 투자자도 손해를 볼 수 있다. CMA에 가입할 때는 예금자 보호를 해주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3. 간접투자 인기상품 ELS(주식연계증권)
ELS는 회사의 주가변동을 수익률과 결합시킨 파생상품이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에서 동아사이언스의 주식과 연동시킨 만기 2년짜리 ELS상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이 원금 10만원을 투자했을 때 만기일 이전에 동아사이언스의 주가가 계약 체결 당시의 주가(10만원)보다 40% 이상 떨어지면 ELS의 수익률을 주식 수익률과 같게 만든다. 이때 고객은 4만원 이상 손해를 볼 수 있다.
만약 주가가 만기일 이전에 처음 가격의 60%(6만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ELS에 투자한 원금 10만원을 보장해준다.
주가가 가입시점보다 더 올라 11만원을 넘으면 무조건 원금의 16%를 더해 11만6000원을 지급한다. 2년 만기인 상품이니 1년의 수익률이 8%에 이른다.
그러나 주가가 가입시점의 110% (11만원)를 넘어가도 최대 수익금은 11만6000원으로 고정돼있으므로 더 이상 이익을 보긴 힘들다. 결국 이 상품은 주가가 6만~11만6000원 범위에 있을 때 주식을 직접 사는 것보다 수익을 낸다.
하지만 ELS상품을 선택할 때는 어느 회사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지 확인하고 그 회사의 경영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위의 예에서 동아사이언스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어서 주가가 60~116% 범위에 머무를 전망이라면 ELS상품을 택하는 편이 좋다. 반면 공격적인 경영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어 2년 뒤 주가가 16% 이상 오를 거라 기대한다면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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