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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난이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7월 13일 발표한 ‘글로벌 기후 보고서(Global Climate Report)’ 2020년 6월호에서 “2020년 1~6월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따뜻했다”며 “2020년이 역대 따뜻한 해 5위 안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도 올해 1월과 5월이 해당 기간을 관측한 이래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고 분석했습니다.

 

 

Q. 올여름 한국에 역대급 폭염 올까?
A. “숨 막힐 듯 더웠던 2018년만큼은 아닐 것”


결론부터 말하면 전 지구 평균기온과 지역별 날씨가 늘 동일한 양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전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2019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의 국가는 사상 최고기온을 연신 갈아치우며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2019년보다 2018년이 더 더웠습니다. 


올해가 역대 가장 따뜻한 해 상위 5위권 내로 들 것이라는 NOAA의 예측과는 별개로 현재까지 기상청은 올해 한국의 여름이 역대급으로 더울 것이라고는 전망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여름철 평균 폭염일수는 9.8일, 열대야일수는 5.1일이며 평균기온은 섭씨 23.6도입니다. 


숨이 턱 막히는 살인적인 더위를 기록한 2018년에는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가 각각 31.4일과 17.7일, 여름철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약 1.8도 높은 25.4도였습니다. 더위가 덜했던 2019년은 폭염일수가 13.3일, 열대야일수가 10.5일로 크게 줄었습니다. 2018년에는 기상청의 폭염특보 발효일도 43일로 2017년(33일), 2019년(32일)에 비해 열흘 정도 많았습니다.


기상청은 “9월 중하순까지 더웠던 2018년과 달리 2020년에는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더위가 정점을 보이다가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일수는 12~17일로 2019년보다는 크게 덥지만, 가장 더웠던 2018년을 넘어서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2018년은 왜 그렇게 더웠나?
A,“약한 제트와 양의 북극진동이 겹쳐 폭염 장기화” 


지구는 어느 곳에서나 바람이 붑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 위도에 따라 태양에너지를 받는 양이 다르고, 이런 차이가 바로 바람의 원동력인데요. 에너지 차이에 따라 기압골이 생기고, 그로 인해 공기의 이동이 이뤄집니다.


이런 바람들 중에서 제트기류(제트)는 빠르게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을 말합니다. 또 편서풍은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지역의 탁월풍(특정 위도 영역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우세하게 부는 바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트는 바람이 부는 높이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뉩니다. 상층 제트는 북위 30~50도 지역에서 생기며, 약 10km 상공에서 지표면과의 온도 차에 의해 발생합니다. 겨울보다 수직 온도 차가 큰 여름에 상층 제트의 속도가 더 빠릅니다. 속도는 시속 100~200km로 다양합니다. 


반면 하층 제트는 3km 상공에서 부는 남서풍입니다. 기압골 차이로 편서풍이 부는 저위도와 중위도 지방에 걸쳐 나타납니다. 보통 시속 35~40km로 불어 상층 제트보다 바람의 세기는 약합니다.


두 제트는 불어오는 높이와 속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쪽으로 부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에너지 분포에 따라 두 제트 모두 폭염이나 한파를 몰고 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제트는 극지방과 중위도, 저위도 등 위도별로도 다르게 분포합니다. 위도별 상층 제트나 하층 제트가 우리나라를 향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를 몰고 오면 더위가 찾아오고, 반대로 고위도 지방의 차가운 공기를 가져오면 추위가 시작되는 것이죠. 


제트는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차가 클수록 강하며, 비교적 곧게 흐릅니다. 반대로 온도차가 작으면 제트는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하게 흘러갑니다. 이를 사행(蛇行)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중위도 지역 제트의 사행 경로에서 우리나라가 찬 공기가 유입되는 지점에 있으면 추운 날이 길어지고, 반대 지점에 있으면 더위가 이어지는 겁니다. 


2018년 살인적인 더위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이 39도, 강원도 홍천군이 41도 등을 기록한 2018년 7월 평균기온은 최근 30년 평균기온보다 약 2도 오른 26.8도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기상청은 “7월 초부터 북극에 강한 음의 고도편차(기압차)가, 중위도 지역에 양의 고도편차가 위치하는 양의 북극진동이 지속됐기 때문에 중위도 지역의 제트가 정체돼 폭염이 장기화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기상학에서는 북극에 강한 음의 고도편차, 중위도에 양의 고도편차가 발생하는 패턴을 두고 ‘양의 북극진동이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극지방의 기압이 중위도 지역보다 낮으면 음의 상태, 반대로 높으면 양의 상태로 정의합니다. 
보통 양의 북극진동이 발생하면 극지방의 제트는 빠르고 거세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중위도 지방의 제트는 약해져 대기가 정체됩니다. 그러면 극지방의 강한 제트가 중위도 쪽으로 남하하는 찬 공기를 차단합니다. 
이 때문에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동, 유럽, 북미 등 중위도 지역에서 고기압이 동서방향으로 늘어서 있는 기압계가 형성됐고, 한국 상공에는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2018년 당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이었던 김동준 영향예보추진팀장은 “고기압의 세력이 커진 여름에 공교롭게도 양의 북극진동까지 겹쳤다”며 “이로 인해 대기가 정체돼 폭염이 길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Q. 폭염은 지구온난화 때문인가?
A. “구체적인 관계는 파악 어려워” 


6월 23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약 40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처럼 최근 수년간 매년 여름에는 이상 고온이, 겨울에는 이상 한파가 덮치는 기상 이변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구의 노력으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난 100년간 화석연료 사용과 같은 인류의 활동이 불러온 지구 온도 상승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는 데이터로 입증된 전 지구적 기후 현상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는 2006~2015년 10년 동안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GMST)가 1850~1900년 평균보다 0.75~0.99도 상승했다는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한국 역시 과거보다 평균기온이 상승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8년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이 서울과 인천, 전주, 추풍령, 여수 등 12개 지역 기상관측소의 온도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겨울철 평균기온은 1940년대와 1980년대 두 번에 걸쳐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과 계절별로 온도 변화 양상은 다르지만 100년간 한국의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성을 보인 것입니다.   


허 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과거보다 온도가 높아져 지구온난화가 진행됐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그 영향으로 폭염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기와 해수면, 숲의 비율 등 워낙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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