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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과 소독

초밥에 식초를 넣는 이유

먹다 남은 사골국을 다시 끓여 보관하는것, 초밥에 식초를 넣는것, 저온 살균 우유를 냉장 유통시키는 것, 또 주사를 맞을 때 피부를 에탄올로 닦아내는 것, 상처를 과산화수소로 소독하는 것. 이 모두가 유해한 미생물로부터 인간을 부호하려는 노력이다.


초밥의 식초는 미생물의 증식을 지연시킨다.


“97년 한해 일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병원성 대장균 O-157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하면서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후진국 질병으로 알려진 세균성 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98년 7월까지 2백24명의 환자가 보고되면서 감염원과 전파경로를 조사 중이다” 이런 뉴스를 들은 사람들은 경미한 배탈에도 긴장한다. 미생물이라고 해서 다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생물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다양하다. 19세기 파스퇴르에 의해 자연발생설이 완전히 부정되면서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기존의 생물로부터 생겨난다는 생물속생설이 확립됐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유해한 균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배어있는 균의 제어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균과 소독’의 속껍질을 하나씩 벗겨보자.

살균: 살아 있는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그 생존 능력을 박탈하는 것.
소독: 생명체에 유해한 미생물이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용기와 기물 등의 미생물을 사멸시켜 무균 상태로 하는 것.

저온살균 우유와 냉장유통

한동안 우유 업계는 저온 살균이니 고온 살균이니 하는 살균 방법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 당황한 쪽은 물론 소비자. 균을 제어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원리는 열에 의해 미생물의 단백질이 변성되면서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 물론 열처리과정에서 음식물의 영양분도 파괴된다. 미생물의 사멸과 영양분의 파괴정도는 처리 온도와 시간에 따라 다르다. 살아있는 미생물 세포는 열에 약하므로 저온 살균법으로 어느 정도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면 1mL당 미생물의 수가 2만 이하이고 특별한 전염성 미생물로 오염되지 않은 양질의 A급 우유는 62.8 ℃에서 30분, 또는 71.7℃에서 15초 간 처리하는 저온살균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저온 살균 우유는 완벽하게 살균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으로 보존해야 하고 지정된 기간내에 사용해야 한다. 요즘 우유와 주스가 냉장유통되는 이유가 살균방법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편 1mL당 수백만 이상의 미생물이 들어있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로 오염돼 있을 수도 있는 저질의 C급 우유는 저온살균법으로는 역부족이다. 특히 세균의 포자는 열에 내성이 매우 높아 저온에서는 완전히 살균되지 않는다. 따라서 1백37.8 ℃에서 수초간 처리하는 초고온 살균법을 이용한다. 고온에서는 영양소 손실이 있다. 하지만 미생물의 사멸이 영양분의 파괴보다 빨리 일어나므로 고온에서 단시간에 열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는 이 방법이 유용하다.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가열살균법. 먹다 남은 사골 국물을 한번 더 끓여 보관하는 것이나 젓병을 삶아 사용하는 것 모두 가열살균을 이용한 것이다. 단 보통 그릇을 이용해 끓이면 1기압에서 물은 1백 ℃ 이상 올라가지 않으므로 초고온 살균을 위해서는 압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는 압력밥솥을 활용해 15-30분간 가열하면 충분한 살균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밥 속 식초의 역할

식품을 오래 보존한다는 의미는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을 살균하지 않고 그 숫자를 줄인다든가 증식을 억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일 또는 채소를 깨끗한 물로 씻는 것은 미생물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또 식물을 저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미생물이 자라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온도 외에도 미생물의 생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산도(pH), 수분, 영양분이 있다. 이것들이 적절한 조건을 만족하면 미생물은 쉽게 번식한다. 음식물이 쉽게 상하는 것도 이러한 조건들이 비교적 잘 맞기 때문이다. 보통 미생물이 가장 잘 번식하는 온도는 30-37℃, 산도는 중성(pH 6.5-7.5)

보통 온도가 낮으면 미생물의 생육이 저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온에서 잘 자라는 미생물도 있다. 심지어는 -20℃ 이하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냉장과 냉동 보존법을 너무 신뢰해서는 안된다. 대표적인 예가 리스테리아균. 5℃ 이하의 냉장고에서도 번식을 계속할 정도로 저온에 강한 특성을 보인다. 반면에 리스테리아균은 열에 약해 65℃이상으로 가열하면 쉽게 사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열에 의한 살균이 불가능한 아이스크림의 경우 문제가 된다.

초밥을 만들 때 밥에 식초를 넣는 것은 산도(pH)를 낮춰 미생물의 증식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또 수분의 함량을 낮춰 음식의 부패를 억제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건조식품이라든가, 젓갈에 소금을 넣는 것, 그리고 설탕 등을 넣어 과일 잼을 담그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것은 미생물의 증식이 느려진 상태이거나 일시 정지된 상태일뿐 살균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미생물에 오염된 음식을 먹을 경우 탈이 나는 것은 미생물이 생성하는 외독소(exotoxin)와 미생물 균체 외막의 일부인 내독소(endotoxin) 때문이다. 외독소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열처리하면 그 독성이 없어질 수 있지만, 내독소는 열에 의해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오염 지표 미생물 대장균

가끔 TV 뉴스나 신문은 음식점의 위생상태를 언급하면서 대장균이 몇만마리 발견됐다는 표현을 한다. 왜 대장균이 음식의 오염된 정도를 표현하는 것일까. 물이나 음식과 관련된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30분 이상 끓이면 살균된다. 여기서 미생물이 완전히 살균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 미생물이 대장균(Escherichia coli)이다.

대장균은 사람의 대장 내에서 서식하며 대부분의 경우 병원성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지표로 검출하는 이유는 대장균이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로부터 나오고,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보다 각종 소독에 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대장균이 검출됐다면 동물의 배설물로 오염된 증거며,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을 만큼 살균이나 소독을 했다면 다른 병원성 미생물은 모두 살균됐다는 간접적인 증거다.

대장균에도 성질이 서로 다른 종류가 많다. 근래 주목을 받은 대장균 O-157은 용혈성 내독소를 갖는 대장균이 변형된 것으로 수입 쇠고기에서 검출돼 한동안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 미생물에 오염된 고기를 날것으로 먹으면 용혈성 설사를 수반한 식중독이 일어난다. 그러나 오염된 균은 열처리로 사멸되기 때문에 충분하게 익힌 다음에 먹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화학소독 출발시킨 페놀

가열이나 여과 같은 물리적 소독 외에 약품을 이용한 화학적 소독이 본격화 된 배경에는 독일의 의사인 로버트 코흐의 역할이 크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면 같은 병을 앓게 되는 이유가 병원성 미생물이 전염되기 때문이라고 규명했다. 또 질병에 걸린 동물은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된 것이고, 이 병원성 미생물을 분리해 건강한 동물에 감염시키면 똑같은 질병이 발병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로부터 코흐는 결핵균, 탄저균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의 실체를 밝혀냈다. 그러면서 병원성 미생물을 사멸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고안된다.

이 즈음인 1865년 요셉 리스터가 페놀로 외과 수술용 기구와 드레싱 거즈를 소독하면서 다양한 화학소독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페놀은 방향족 화합물로 세포의 원형질막을 파괴해 세포를 사멸시키는데 살아 있는 세포는 물론 미생물의 포자까지도 죽인다. 따라서 희석한 용액을 수술실 내에 살포해 공기를 살균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체에 독성이 매우 높고 발암성 물질인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는 소독제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후 개발된 페놀 유도체인 헥사클로로펜은 계면활성제나 비누에 넣어 출산 직후의 신생아를 목욕시키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이 물질도 피부를 침투해 신경계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져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대개 깨끗한 물로만 씻긴다.

근래에는 일반소독에 효과도 크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페놀의 다른 유도체인 크레졸이 널리 사용된다.

산소 소독 과산화수소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기 전 피부를 닦아내는 약솜에는 뭔가 묻어있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그것은 바로 70%의 에탄올. 이것은 미생물의 원형질막을 파괴시킴으로써 주사부위를 소독한다. 에탄올보다 살균 능력이 우수하고 값싸기 때문에 이소프로판올을 사용하기도 한다.

겨울철 개인 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을 깨끗이 씻는 것.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비누 속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다. 이것은 미생물의 원형질막 성분과 작용해 세포를 파괴한다. 따라서 손, 야채, 식기, 조리 기구 그리고 병원의 바닥과 벽을 소독하는데 사용되는 세제에는 계면활성제가 포함돼 있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독약 중 하나가 과산화수소이다. 상처 부위에 바르면 거품이 나는 이 소독약은 부작용과 자극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생체 내의 효소에 의해 물과 산소로 분해되는데 여기서 발생된 산소가 소독제이다.

염소, 플루오르, 요오드 등의 할로겐족 물질은 세포의 단백질, 지방, 그리고 여타의 세포 구성 물질과 반응해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염소나 염소화합물을 물에 녹이면 강력한 산화력이 있는 하이포염소산이 생기기 때문에 염소화합물은 물 소독에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물 속의 유기물질에 따라 산화력이 떨어지므로 물 소독 시에는 잔류 염소 농도를 0.5-1.0 ppm으로 유지해야 완전한 소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염소와 같은 소독력이 있어 치약이나 수돗물 소독에 이용되는 것에는 플루오르(‘불소‘로 알려져있다)가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돗물에 플루오르를 첨가하는 것이 사회적 논쟁거리로 등장해 소독효과와 함께 유해여부가 논란의 대상이다.

외상의 소독에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요오드화나트륨에 알코올을 녹인 것이 있다. 요오드 화합물은 단백질 내의 아미노산인 타이로신으로 들어가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세포를 파괴한다. 요오드 화합물과 계면활성제와의 혼합제는 피부를 자극하지 않아 소아에게도 별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수은, 은, 구리 같은 중금속 물질도 미생물의 단백질과 반응해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외상의 소독제로 사용됐다. 전에 상처가 났을 때 발랐던 빨간색의 약인 머큐로크롬이 대표적인 수은화합물이다. 중금속이 몸에 해롭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질산은을 1%로 희석한 용액은 갓 태어난 아기의 눈을 씻거나 눈병 치료에 긴요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이것도 요즘에는 에리스로마이신이라는 안연고로 대체됐다. 연못에 이끼나 조류가 심하게 피었을 때는 황산구리 1 ppm으로 방제할 수 있다.

우주 미생물 제거하는 에틸렌옥사이드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로 귀환하면 우주장비들은 가스실을 통과해야한다.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여기에 이용되는 것이 에틸렌옥사이드 가스. 이 가스는 DNA의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정상적인 유전자 복제를 방해한다. 즉 미생물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종이, 옷, 플라스틱 등을 잘 통과하기 때문에 일회용 주사기를 비롯한 각종 의료 용기를 소독하는데 사용된다. 밀폐된 공간에 소독할 물질을 넣고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면서 이 가스를 주입하는데, 처리시간은 2-3시간이다. 이 가스는 독성이 매우 강하고 폭발성이 높아 특수한 장비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화를 보면 우주에서 돌아온 사람을 소독하는 것이 에틸렌옥사이드가스는 아니다. 영화 속 흰 기체는 에어샤워 커튼에서 나오는 무균 공기로 몸에 있는 세균이나 먼지를 제거하는데 쓰인다.

포름알데히드 가스를 물에 녹인 용액(37%)인 포르말린은 각종 시료의 보존제와 방부제로 사용된다. 이것은 항원성 미생물의 생존력을 완벽하게 파괴하지만 항원 특이성은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에 백신 제조에 많이 사용된다.

이외에도 여과에 의한 물리적 방법으로 물 속 또는 공기 중의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다. 여과는 크기에 의해 분리하는 방법으로 0.45μm(1μm=${10}^{-6}$m)의 여과막을 이용하면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고, 0.01μm의 여과막은 바이러스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이상의 방법들은 미생물의 감염을 막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안전 장치와도 같다. 그러나 소독제에 쓰이는 물질 자체는 독극물이므로 개인 위생을 소독약품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청결을 습관화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영양 손실 적은 전기 살균

지금까지는 식품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가열, 건조, 냉동 등의 물리적 방법과 식품보전제를 첨가하는 것과 같은 화학적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사용된 가열처리법은 열에 의한 영양성분의 파괴, 색깔의 변화, 향기성분의 손실 등 기본적인 품질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근래에는 여러 가지 비가열처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비가열처리 기술에는 전기, 광학적 펄스, 초음파 등을 이용해 식음료같은 액체를 살균하는 것. 이 중 고전압을 이용한 살균 방법은 미생물의 세포막을 파괴할 뿐 처리과정 중에 온도가 거의 상승하지 않고, 처리시간이 짧아 연속처리가 가능하다. 또 처리 후에 식품의 물리적, 화학적 그리고 영양학적 특성들이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살균법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업화 단계에 있는 이러한 고전압 살균방법이 국내에서도 개발돼 화제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저온 살균 시스템의 국산화 시대를 연 주인공은 한국전기 연구소의 유동욱 박사와 백주원 선임연구원, 이번에 개발된 25kW급 식음료 살균처리시스템으로 주스인 경우는 15분 정도 처리하면 완전히 살균할 수 있다. 이때 주스의 온도는 40-50℃로 기존의 저온살균보다도 온도가 낮아 영양소의 손실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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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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