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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생체 에너지 공장

미래 나노로봇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아

침대에 편안히 누워있는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60W 전구 한 개를 하루 종일 켜놨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같다. 바꿔 말하면 사람은 전구 하나를 하루 종일 밝힐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를 항상 만들고 소비한다. 그리고 이 에너지가 당신의 생명을 유지한다. 이렇듯 체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 미토콘드리아다.
 

생체 에너지 공장


물레방아 돌리듯 ATP 만들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과정


미토콘드리아는 몸 속 발전소다.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자동차의 엔진과 작동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두 기관 모두 연료를 연소(산화)시켜 에너지를 생산한다. 다만 미토콘드리아에서는 폭발이나 굉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세포는 체내로 들어온 음식물을 산화시킨 뒤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해 양성자(수소이온)를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내막 밖으로 운반한다(수소이온 펌프). 이렇게 되면 내막 바깥쪽은 수소이온 농도가 높아지고 안쪽은 낮아져 수소이온 농도의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바깥쪽의 수소이온들은 미토콘드리아 내로 이동하려는 힘이 생기고 그들 가운데 일부는 ATP 생성모터라는 회전기계를 통과해 막 안쪽으로 들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생체 에너지인 ATP(아데노신3인산, adenosine triphosphate)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마치 높은 곳의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물레방아를 돌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물은 수소이온에 해당하고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의 높이만큼 에너지인 ATP가 생성되는 셈이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는 효율적으로 ATP라는 에너지 ‘총알’을 ‘장전’한다.

생체 에너지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진 ATP는 미토콘드리아 밖으로 나와 세포 활동의 동력원이 된 뒤 인이 하나 떨어져 나가 ADP(아데노신2인산, adenosine diphosphate)로 바뀐다. 그리고 ADP는 다시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ATP 생성모터에서 ATP로 ‘재장전’된다. 일종의 순환 시스템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열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그런데 그늘에 편안히 앉아 쉴 때보다 땀을 흘리며 운동할 때 ATP가 더 빠르게 만들어진다. 인체가 에너지를 빨리 소비할수록 ATP도 빠른 속도로 생산된다. 이처럼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생산하는 속도는 인체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와 맞물려있다.

인체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인 대사율은 삶의 속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인 남성의 심장이 분당 70회 정도 뛰며 호흡 횟수는 분당 12회 정도인 이유도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 작용 때문이다.

보고 느끼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모든 생명현상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가 ‘대사율’이다. 특히 생명체가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세포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바로 ‘기초대사율’(BMR, Basal Metabolic Rate)이다. 기초대사율은 인체가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의 60~70% 정도다. 그런데 기초대사율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속도와 관계가 깊다. 대사속도가 빠를수록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도 가빠지며 음식을 먹는 속도와 횟수도 증가한다.

 

코끼리의 세포당 대사율은 쥐보다 작기 때문에 코끼리는 쥐보다 수명이 길다. 이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고 소비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사율 낮으면 장수해

체중과 기초대사율의 관계^체중이 커질수록 기초대사율도 커진다. 사람의 기초대사율은 개나 고양이보다 크고 소나 말보다는 작다.



코끼리와 쥐를 비교해보자. 미국 캘리포니아대 동물생리학과 막스 클라이버 교수는 1956년 체중이 증가할수록 기초대사율이 지수함수 모양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 생리학분야 국제 저널인 ‘연례생리학리뷰’에 발표했다. 그리고 기초대사율 =${Y}_{0}$ ×${M}^{\frac{3}{4}}$ (${Y}_{0}$은 상수, M은 체중)로 표현했다. 체중(M)과 기초대사율이 정비례하므로 코끼리의 기초대사율이 쥐의 기초대사율보다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세포 1개당 기초대사율은 사정이 다르다. 식의 양변을 체중(M)으로 나누면 단위무게당 기초대사율과 함께 ‘세포당 대사율’을 알 수 있다. $\frac{기초대사율}{M}$=${Y}_{0}$ ×${M}^{\frac{-1}{4}}$ 이므로 체중이 클수록 세포당 대사율은 작아진다. 몸집이 큰 코끼리는 몸집이 작은 쥐에 비해 세포당 대사율이 낮고 산소도 적게 소모하며, 심장박동도 느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화학과 가이 브라운 교수는 1999년 자신의 저서 ‘생명의 에너지’에서 코끼리의 수명은 45년인 반면, 쥐의 수명이 3년에 불과한 이유를 설명했다. 코끼리의 심장박동수나 호흡률은 쥐에 비해 매우 작다. 보통 5톤 정도인 코끼리의 심장박동수는 분당 30번이며, 호흡수는 분당 6번이다. 반면 30g의 쥐는 심장박동수가 분당 600번, 호흡수는 분당 150번이다. 5~6cm 정도로 체구가 작고 체중이 3g에 불과한 뾰족뒤쥐는 심박수가 분당 1000번에 이른다. 그들은 끊임없이 먹이를 먹고 호흡하므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빠르다. 아울러 수면시간은 2시간에 불과해 뽀족뒤쥐는 하루가 무려 10일~20일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체중이 작을수록 빠른 삶을 살게 돼 수명이 코끼리의 $\frac{1}{1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유년기와 성인의 대사속도에도 차이가 난다. 유년기엔 체중이 작기 때문에 심박수와 호흡률이 높고 배가 자주 고프다. 어린이의 대사속도가 성년에 비해 빠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느끼는 주변의 변화는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어린이는 삶을 실제보다 느리게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어린 시절이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말이 사실인 셈이다.

브라운 박사는 “생명체의 일생 동안 총대사량은 생명체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며 “총대사량은 수명에다 대사속도를 곱한 수치다. 따라서 대사속도가 빠른 쥐는 수명이 짧으며, 대사속도가 느린 코끼리는 수명이 길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인간의 생체 대사속도를 늦추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느긋하고 원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장수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민감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대사속도를 높이는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돼 단명할 확률이 높다.
 

장수하는 사람은 성격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경우가 많다. 이는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속도가 느려 수명이 길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대사속도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만 직접적으로는 세포에서 ATP를 만들어내는 속도와 관련이 깊다.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여러 가지 효소가 적정량 분비되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속도가 조절된다. 미토콘드리아의 신비한 대사속도 조절 메커니즘은 공학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연료전지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속도가 빨라 단명할 확률이 높다.


미토콘드리아 모방한 생체 연료전지

생체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는 일종의 생체 전지로 응용될 수 있다. 연료전지와 에너지 생성과정도 비슷하고, 화학촉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현재 연료전지기술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로는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촉매인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는 것이다. 특히 백금의 경우 가격이 매우 비싸 연료전지 실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탈수소효소에 의해 포도당에서 수소를 떼어내 이것을 조효소인 NAD(니코틴아미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티드)라는 물질에 전달한다. 이때 조효소인 NADH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분리된 전자들이 전자전달계에 보내지고, 이 전자들이 여기를 통과하면서 내는 전기에너지로 양성자(수소이온)를 미토콘드리아 밖으로 퍼낸다. 이와 같이 수소에서 전자를 분리하는 과정에는 단백질 효소가 쓰인다. 이것이 연료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하는 원인이다. 만약 연료전지에서 백금대신 미토콘드리아에서와 같이 단백질 효소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인체에 무해하고 값싼 연료전지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토콘드리아는 인체 안에서 나노로봇이나 지능형 약물전달시스템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 미국 MIT의 존 산티니 박사팀은 2003년 혈관을 돌아다니며 소량의 약물을 신체 곳곳에 전달할 수 있는 지능형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흥미로운 점은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듯 혈액 속 당분을 빨아들여 로봇 속에서 산화시켜 에너지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나노 크기로 매우 작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량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 연료전지 기술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인체 내에 존재하는 당분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면 나노로봇을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와 인간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에너지 발전소’ 미토콘드리아를 모방해 탄생할 생체 연료전지의 모습이 기대된다.
 

혈관 속 포도당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의 시스템을 응용하면 나노로봇에 소량의 에너지를 연속적으로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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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심은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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