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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단백질이 만드는 빛나는 세포

해파리 유전자가 암세포만 보여준다

깊은 밤 투명상자에 담긴 반딧불이가 밝은 빛을 내며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전등 같다.


어지러운 그림에 자외선을 비추자 파란 파도가 넘실거리는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 로저 티엔 교수가 바탕이 검은 페트리디시(배양접시)에 특별한‘물감’을 사용해 그린 그림이다. 아쉽게도 그의 그림은 10분 정도밖에 볼 수 없다.

파도와 태양의 실체는 형광을 내도록 만든 박테리아다. 형광박테리아는 해파리에서 초록색 형광을 내는 DNA을 삽입해 탄생한다. 특히 티엔 교수는 형광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15가지 색을낼수 있는 형광박테리아를 만들었다. 15종의‘물감’이 든‘팔레트’를 완성한 셈이다.

형광박테리아는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받으면 흥분돼 에너지가 높아졌다가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빛을 낸다. 개개의 형광박테리아가 빛을 내는 시간은 10억분의 1초 정도로 매우 짧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완성된 티엔 교수의 그림은 10분 정도 빛을 낸다. 형광박테리아처럼 빛나는 세포가 과학자의 예술적 욕구를 만족시킬 정도로 최근 형광을 내는 세포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반딧불이^반딧불이는 몸 속 발광효소인 루시페린이 산화되면서 빛을 낸다.해변^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 로저 티엔 교수는 형광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15색 형광박테리아를 만들었다. 이를 물감 삼아 미국 샌디에이고 해변을 그렸다.


세포 변화‘중계방송’

해파리는 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바다 속에서 먹이를 유인하거나 천적의 시야를 어지럽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빛을 낸다. 이때 빛을 내는 형광단백질은 가시광선 가운데 파란 빛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빛나는 에쿼린이다.

해파리가 형광을 내며 먹이를 유인하듯, 형광을 내는 세포는 세포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전의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를 관찰하기 위해 돋보기나 현미경 같은 도구를 이용했다. 하지만 배율이 높은 현미경으로 세포를 자세히 볼 수 있어도, 흑백영상이기 때문에 세포기관의 움직임까지 뚜렷이 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배아줄기세포가 자라 어떤 기관이 되는지 알아보려면 세포를 하나하나 해부해야 했다.

형광색소 같은 화학물질을 세포에 넣으면 더 쉽게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형광을 내는 세포기관은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광 화학물질은 DNA가 복제될 때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 생체실험에 이용할 수 없다.

형광단백질이나 형광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세포에 삽입하면 특정 단백질이 움직이는 경로나 줄기세포가 분화돼 기관으로 자라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아 생물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도 실시간으로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해파리의 형광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빛’나게 만들고 싶은 세포의 유전자 프로모터 부위에 삽입하면 초록색의 형광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세포에 이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세포의 변화를 한눈에 보고 싶었던 과학자들은 발광생물의 형광단백질에서 답을 찾았다. 과학자들은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만들어‘형광빛’나는 세포를 탄생시켰다.
 

해파리^해파리는 바다 깊은 곳에서 형광을 내며 먹이를 유혹하거나 천적의 시야를 어지럽혀 몸을 보호한다. 사진은 호주 북부해안에 서식하는‘상자 해파리’


말라리아모기 눈에 초록색 형광?
 

형광 말라리아모기^눈이 초록색인 모기는 말라리아원충을 갖고 있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


인간의 질병을 퇴치하는데 형광단백질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단순히 형광 빛만 감지해 암세포부터 말라리아 원충을 옮기는 모기의 움직임까지 추적할 수 있다.

암을 진단하려면 일반적으로 환자의 조직을 떼어 낸뒤여러 단계의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형광 빛나는 세포를 추적하는 것만으로 암세포를 발견할수있다. 미국 로마린다대 의대양유교수팀은 암세포와 반응하는 미생물에 반딧불이의 발광효소로 알려진‘루시퍼라제’를 만드는 형광유전자를 삽입해 실시간으로 암이 전이되는 과정을 추적하는데 성공했다고 2004년‘네이처 바이오 테크놀로지’2월 8일자에 발표했다. 암 세포와 반응하는 미생물에서 유전자가 발현돼 형광 빛을 낸다.즉 형광빛이 나는 세포만 골라서 추적하면몸전체에서 암세포가 전이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의사는 특수 안경을 쓰고 형광분자만 제거하면 초기에 암을 퇴치할 수 있는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곤충도 쉽게 추적할 수 있다. 한해에만 최대 270만명을 죽음에 이르게하는 말라리아모기. 만약 말라리아모기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영국 임페리얼대 연구팀은 말라리아 원충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균을 전파하지 않는변종 모기의 눈에서 초록색 형광을 내는 말라리아모기를 개발했으며 이를 야생상태에서 번식할 수있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 3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색 구별만으로 말라리아에 감염될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형광단백질의 유용성 뒷면에는 생명체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4년 환경오염을 감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광열대어‘글로피시’를 관상용으로 팔 수 있도록 승인했다.

글로피시는 싱가포르대 연구팀이 2003년 만든 유전자 변형 물고기다. 사업자인 미국 요크타운테크놀로지사는 물고기가 스스로 번식하면 형광열대어 사업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부러 생식능력을 없앴다.

‘빛’나는 세포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의 이치인‘생식’능력을 박탈당한 글로피시의‘형광 빛’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01일본 오사카대 마사루 오카베 교수팀이 만든 형질변환 쥐. 자외선을 비추면 온몸이 초록색으로 빛난다. 02형광이 아름다운 글로피시는 생식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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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목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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