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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과학으로 디자인한 콘셉트카

기능과 감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공기저항 줄이는 ‘바람길’ 설계

1973년과 1978년 세계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몸살을 앓았다. 자동차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름을 덜 먹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을 만들어야 했다. 방법은 공기저항을 줄이는것.

자동차가 시속 60km를 넘으면 그 때부터 차체에는 진행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항력(dragforce)이 급격히 증가한다. 자동차의 모양에 따라 형성(形成)저항도 생긴다. 형성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높이를 낮추고 단순한 형태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론적으로는 자동차 뒷부분이 꼬리처럼 생기고 길이도 길수록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동차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고안된 디자인이 뒷부분을 직각에 가깝게 급격한 경사면으로 깎아내린 형태다. 이를 ‘캄 테일’(Kamm Tail)이라고 부른다. 캄 테일이 있으면 자동차를 따라 공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와류가 덜 생기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좋다. 사실 자동차의 공기저항을 최소로 줄인 최적의 자동차 디자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탈리아의 자동차디자인전문 스튜디오인 ‘피닌파리나’는 1978년 공기저항을 줄인 콘셉트카 ‘CNR’을, 1986년에는 ‘CNR E2’를 발표했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듯 ‘CNR E2’는 ‘CNR’과 달리 유선형이 아니라 날카롭게 모서리를 세운 형태였다. 그런데도 공기저항계수는 0.23에서 0.193으로 줄었다. 대량생산되는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가 0.3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공기저항을 30% 이상 줄인 셈이다.
 

최근‘명품 차’의 기준 중 하나는 공기저항이 적은 디자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뉴 S-클래스’는 공기역학 실험을 통해 필요없는 굴곡을 없앴다.


문화를 창조하는 감성공학

외국에서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 것인지 결정할 때 자동차의 휠 모양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옷으로 따지면 단추 모양을 보고 그 옷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격이다. 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자동차의 물리적인 기능만 따지지 않고 자신의 감성에 맞는 자동차를 고른다는 뜻이다. 휠 모양 하나만으로도 자동차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부 자동차회사에서 디자인에 감성공학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감성공학’(ergonomics)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일본 마쓰다 회장인 야마모토 켄이치였다. 야마모토 회장은 1986년 미국 미시건대 특별강연에서 “자동차는 문화를 창조하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문화론’을 주장했고, 그 근거로 감성공학을 들었다.

당시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디자인에 감성적인 코드를 적용하는 분위기였는데, 야마모토 회장은 이런 움직임을 감성공학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일본 자동차들은 스타일에서 감성적인 요소를 중시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감성은 ‘쾌적하다’ ‘고급스럽다’ ‘불편하다’ 등 실체가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감성공학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떤 제품에 대해 관능(官能)을 갖는 과정을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심리를 제품의 디자인에 투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석 앞 유리를 넓히느냐 좁히느냐에 따라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정반대로 보수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엔진소리를 조율해 소음을 고성능의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공기저항을 줄이는 에어 스포일러(air spoiler)나 소음을 줄이는 머플러, 연료주입구에도 감성적인 요인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지면 자동차가 ‘현대적이다’ ‘고풍스럽다’같은 감성을 갖는다.

자동차 중에서 감성 디자인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지난해 선보인 ‘카마로’(Camaro)를 꼽을 수 있다. 카마로는 1960년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의 스포츠카 ‘아메리칸 머슬 카’(American muscle car)를 미래지향적으로 재해석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헬리언’(Hellion)도 사나운 성격의 동물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사이버 느낌을 강조했다.
 

01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2006 LA 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콘셉트카‘헬리언’.‘ 작은 악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활동적이고 도시적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실용적인 소형차로 디자인했다. 02자동차에서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컬러 마케팅’은 중요하다. 일례로 붉은색은 에너지와 자신감, 생동감을 나타낸다.


연료전지가 탄생시킨 스케이드보드 플랫폼

요즘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고민(?) 중 하나는 친환경 자동차다. 10년 정도 지나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연료나 동력이 바뀐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100년의 역사를 바꿔 놓을 만한 일이다. 휘발유 대신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쓰면 자동차 플랫폼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GM이 지난 몇 년간 발표한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다. 2002년 발표한 ‘오토노미’(Autonomy)는 전기를 스스로 생산한다는 의미고, 2004년 등장한 ‘하이와이어’(HY-WIRE)는 수소(hydrogen)를 연료로 쓰면서 전선(wire)으로 자동차를 움직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06년 등장한 ‘시퀄’(Sequel)은 이들의 후속 모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세 자동차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을 포함한 자동차의 모든 기계부품들이 바닥에 집중돼있는 점이다. 바퀴를 움직이는 소형 모터와 변압기, 수소탱크 3개, 제어용 컴퓨터가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판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판의 높이는 28cm에 불과하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그 위에 어떤 모양의 차체든 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디자인의 자유도가 매우 높아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전기제어 장치로 자동차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핸들을 비행기 조종간처럼 디자인할 수 있다. 운전석의 위치도 왼쪽이나 오른쪽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할 수 있어 통행방향과 상관없이 어느 나라에서나 운전할 수 있다.

현재 휘발유나 디젤 자동차처럼 엔진룸과 사람이 앉는 객실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일수있다. 무게중심이 차체 바닥에 있어 달릴 때도 안정적이다. 시퀄은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니라 2010년 시판을 목표로 개발됐다.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 안에 엔진을 포함한 자동차 부품이 모두 들어간다. GM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하이와이어’ 내부는 공간이 하나로 연결돼있고 바닥이 평평하다.


상품성 높이는 실내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에서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 실내 디자인이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내부의 안락함이 자동차의 상품성을 크게 좌우할 만큼 실내 디자인은 중요해졌다.

특히 실내 디자인은 안전과도 직접 연결된다. 예를 들어 감각적인 요소만 강조해 오디오 버튼을 지나치게 작게 디자인하거나 계기판에 인쇄된 글씨를 깨알만하게 만들 순 없다. 운전 중 조작이 불편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급 승용차는 이용자가 중년 이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난시나 노안을 감안해 속도계를 비롯한 각종 패널에 인쇄되는 문자 크기를 소형 승용차보다 크게 설정한다. 이밖에 실내 부품에 무반사 처리를 하거나 시야각을 고려해 운전석을 설계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채와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각종 안전규제도 따라야 한다. 좌석의 경우 헤드 레스트(head rest)를 달고 각종 기계 패널은 충격에너지를 흡수하는 구조로 디자인해야 한다. 운전자나 탑승자가 머리를 부딪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품의 모서리는 반지름이 최소 3.2mm인 원형으로 처리해야 한다.

또 충돌할 때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연료탱크는 적절한 위치에 놓아야 한다. 과거에는 연료탱크를 대부분 차량 바닥에 뒀는데, 뒤에서 추돌사고가 일어나 화재가 나는 사례가 늘면서 현재는 모두 뒷좌석 아래로 옮겼다.

최근 자동차 실내 디자인은 디지털 느낌의 금속성, 형광색 네온을 사용하는 추세다.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GM이 내놓은 하이브리드자동차인 ‘시보레볼트’(VOLT)는 일반 가정에서 전기콘센트로 6시간 충전하는 것만으로 도심에서 60km를 달릴 수 있는데, 전기차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네온램프로 실내를 꾸몄다. 한편 가벼우면서도 햇빛의 세기에 따라 투과율을 조절하는 신소재 유리가 개발돼 유리창 넓이도 점점 키우고 있다.
 

GM의‘시보레 볼트’는 전기모터를 주동력으로 사용하다가 동력이 떨어지면 휘발유 엔진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전기자동차다. 전기차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실내를 네온램프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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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구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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