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령이 조심스레 마중꽃 시럽을 들었어. 별무늬가 퍼지고 있는 시럽을 한 모금 마시자 몸에 은빛 안개가 감돌았지.
“…기억났어. 느티나무와 마당, 그리고…, 콩이. 항상 문 앞에 앉아 있었지. 꼬리를 흔들면서.”
“기억이 살아 있다면, 콩이도 살아 있을 거예요.”
세라는 부드럽게 말했어. 할머니 유령은 조용히 문을 나섰지. 뒷모습은 한결 가벼워 보였어.
어둠이 내려앉은 집들 앞에 할머니 유령이 섰어. 낑낑 소리를 내던 강아지가 고개를 내밀었지.
“콩아, 아직도 이 할미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가로등 불빛 아래에 이웃집 소년이 앉아 있었어. 할머니 유령은 콩이를 소년에게 보냈고, 소년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쓰다듬었지.
“콩아, 또 만나자. 우리 기억은 언제나 함께니까.”
할머니 유령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기억꽃 한 송이만 남았어.
포이는 그 꽃을 유리 상자에 넣으며 할머니가 편히 쉬시길 기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