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산업계에서는 누가 더 작고 얇고 가벼운 소자를 만드느냐에 승패가 달렸습니다. 이 말은 미세한 소자 안에 누가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냐는 뜻이고, 그러려면 작은 소자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겠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 전주센터의 이주한 박사는 전자제품과 전자소자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설명했다. 소비자는 점점 작은 전자제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에 들어가는 소자도 작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반도체는 작은 실리콘 기판 위에 수nm(나노미터, 1nm=10-9m) 두께로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나노 단위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툼한 물질을 나타내는 벌크(bulk)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반도체처럼 두께가 20nm 이하로 얇은 물질을 ‘표면’이라고 부른다. 표면의 특성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함수인데, 물질 안에 들어 있는 전자 1개를 바깥으로 끌어낼 때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말한다. 표면을 분석하는 기기는 대개 표면에 X선이나 전자빔, 이온빔을 쏜 뒤 시료에서 떨어져 나오는 전자, 이온을 분석한다. 대표적인 표면분석장비인 광전자분광분석기(XPS)도 표면에 쏜 X선이 가진 에너지가 원자의 일함수와 일치해야 전자가 튀어나온다.
원자마다 고유의 일함수를 갖고 있어 일함수를 구하면 원자의 종류와 결합상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XPS는 분석할 수 있는 면적이 1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10mm라 지름이 0.1nm 정도인 원자를 분석하기엔 해상도가 낮다. 또 표면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아니라 특정 부분에 있는 몇몇 성분의 일함수를 알아내기 때문에 표면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 박사는 “지난해 기초연 전주센터에서는 국내 최초로 X선이나 전자빔을 쏘지 않고 표면을 구성하는 원자를 분석하는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표면분석장비들이 외국에서 만든 제품인 반면, 이 장비는 국가연구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반도체 소자 만들어 즉석에서 표면 분석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에는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노 단위로 관찰하는 주사탐침 현미경(AFM)이 있었다. 주사탐침 현미경은 시료 표면에 미세한 바늘(탐침)을 근접시켜 탐침 끝부분과 표면을 이루는 원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을 측정해 표면을 관찰한다. 전문가들은 이 원리를 이용해 나노 단위로 표면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탄생한 기기가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이다.
주사탐침 현미경이 탐침 끝부분과 원자 사이의 힘을 측정해 표면이 어떻게 생겼냐를 관찰하는 기기라면,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은 탐침 끝부분과 원자 사이의 전위차를 측정해 원자가 가진 특성을 분석한다. 탐침은 주로 텅스텐이나 탄소나노튜브로 만든다. 탐침은 재질을 알기 때문에 일함수를 알 수 있고 탐침과 원자 사이의 전위차를 측정하면 원자가 가진 일함수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표면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나노 단위만큼 미세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을 이루는 성분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는 지름이 약 0.1nm이기 때문에, 마이크로 단위로 분석하는 XPS로 표면을 분석한다면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두께가 나노미터 단위인 미세한 탐침을 표면에 근접시키면 표면을 이루는 원자를 하나씩 관찰할 수 있다.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에 바늘을 갖다 대 에너지(일함수)를 알아내는 격이다. 결국 표면의 일부분만을 분석하는 XPS와 달리 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은 표면을 이루는 모든 원자의 일함수를 알아낸 뒤 한눈에 파악하도록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2차원 스펙트럼을 여러 장 얻어 모든 원자의 일함수를 한 번에 보기 어려운 보통 기기들과 달리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은 원자들이 가진 일함수에 따라 올록볼록하게 그린 3차원 지도를 만든다. 일함수가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일함수가 낮을수록 오목하게 들어간다.
이미 생산된 반도체 소자를 시료통에 넣어 표면을 분석할 수도 있지만, 현미경 시스템 전체를 초진공으로 유지해 반도체 소자를 옆에서 만든 뒤 곧바로 표면을 분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도체 소자는 초진공상태에서 만들어진 뒤 바깥에 나오는 순간, 불순물이 들어갈 수 있고 공기가 닿는 일만으로도 성질이 변한다.
이 박사는 “LCD(액정소자) 이후의 디스플레이 소자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나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할 때도 정밀한 표면분석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이 전자산업에 기여하는 바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 전주센터의 이주한 박사는 전자제품과 전자소자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설명했다. 소비자는 점점 작은 전자제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에 들어가는 소자도 작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반도체는 작은 실리콘 기판 위에 수nm(나노미터, 1nm=10-9m) 두께로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나노 단위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툼한 물질을 나타내는 벌크(bulk)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반도체처럼 두께가 20nm 이하로 얇은 물질을 ‘표면’이라고 부른다. 표면의 특성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함수인데, 물질 안에 들어 있는 전자 1개를 바깥으로 끌어낼 때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말한다. 표면을 분석하는 기기는 대개 표면에 X선이나 전자빔, 이온빔을 쏜 뒤 시료에서 떨어져 나오는 전자, 이온을 분석한다. 대표적인 표면분석장비인 광전자분광분석기(XPS)도 표면에 쏜 X선이 가진 에너지가 원자의 일함수와 일치해야 전자가 튀어나온다.
원자마다 고유의 일함수를 갖고 있어 일함수를 구하면 원자의 종류와 결합상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XPS는 분석할 수 있는 면적이 1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10mm라 지름이 0.1nm 정도인 원자를 분석하기엔 해상도가 낮다. 또 표면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아니라 특정 부분에 있는 몇몇 성분의 일함수를 알아내기 때문에 표면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 박사는 “지난해 기초연 전주센터에서는 국내 최초로 X선이나 전자빔을 쏘지 않고 표면을 구성하는 원자를 분석하는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표면분석장비들이 외국에서 만든 제품인 반면, 이 장비는 국가연구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반도체 소자 만들어 즉석에서 표면 분석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에는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노 단위로 관찰하는 주사탐침 현미경(AFM)이 있었다. 주사탐침 현미경은 시료 표면에 미세한 바늘(탐침)을 근접시켜 탐침 끝부분과 표면을 이루는 원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을 측정해 표면을 관찰한다. 전문가들은 이 원리를 이용해 나노 단위로 표면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탄생한 기기가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이다.
주사탐침 현미경이 탐침 끝부분과 원자 사이의 힘을 측정해 표면이 어떻게 생겼냐를 관찰하는 기기라면,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은 탐침 끝부분과 원자 사이의 전위차를 측정해 원자가 가진 특성을 분석한다. 탐침은 주로 텅스텐이나 탄소나노튜브로 만든다. 탐침은 재질을 알기 때문에 일함수를 알 수 있고 탐침과 원자 사이의 전위차를 측정하면 원자가 가진 일함수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표면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나노 단위만큼 미세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을 이루는 성분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는 지름이 약 0.1nm이기 때문에, 마이크로 단위로 분석하는 XPS로 표면을 분석한다면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두께가 나노미터 단위인 미세한 탐침을 표면에 근접시키면 표면을 이루는 원자를 하나씩 관찰할 수 있다.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에 바늘을 갖다 대 에너지(일함수)를 알아내는 격이다. 결국 표면의 일부분만을 분석하는 XPS와 달리 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은 표면을 이루는 모든 원자의 일함수를 알아낸 뒤 한눈에 파악하도록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2차원 스펙트럼을 여러 장 얻어 모든 원자의 일함수를 한 번에 보기 어려운 보통 기기들과 달리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은 원자들이 가진 일함수에 따라 올록볼록하게 그린 3차원 지도를 만든다. 일함수가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일함수가 낮을수록 오목하게 들어간다.
이미 생산된 반도체 소자를 시료통에 넣어 표면을 분석할 수도 있지만, 현미경 시스템 전체를 초진공으로 유지해 반도체 소자를 옆에서 만든 뒤 곧바로 표면을 분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도체 소자는 초진공상태에서 만들어진 뒤 바깥에 나오는 순간, 불순물이 들어갈 수 있고 공기가 닿는 일만으로도 성질이 변한다.
이 박사는 “LCD(액정소자) 이후의 디스플레이 소자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나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할 때도 정밀한 표면분석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초진공 켈빈프로브 현미경 시스템이 전자산업에 기여하는 바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