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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지치지 않고 싸우려면

핵융합에너지 사용해야

태권V가주제가의 내용처럼 달리고 날고 로켓펀치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아야 한다. 태권V를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몸무게 1400톤이 넘는 거대로봇이 시속 1000km로 비행하고, 악당을 광자력 빔으로 파괴하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태권V 에너지, 어디에 필요할까?

전투로봇인 태권V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면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에너지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기능은 비행과 광자력 빔 발사다. 1400톤이나 되는 엄청난 무게의 로봇을 정지 상태에서 하늘 높이 솟아오르게 하려면 큰 추력이 필요하고 장거리를 비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비행기처럼 연료를 사용해서 엔진을 움직인다면 연료를 저장할 엄청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싸우는 동안 폭발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광자력 빔은 짧은 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켜야 공격 무기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순간 최대 에너지 소모량에 맞춰 에너지원을 장착했다가는 평소에 쓰지 않는 양이 너무 많아 효율이 떨어진다. 태권동작같은 기본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태권V가 스스로 몸 내부에서 공급해야 한다. 최소한의 생존에너지와 비행이나 광자력 빔처럼 필요할 때 한꺼번에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광자력 빔의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광자력 빔은 열에너지를 이용해 악당 로봇의 몸체를 녹이는 무기다. 악당 로봇의 몸체를 구성하는 초합금의 물리적 특성을 미리 알면 광자력 빔을 쏠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악당 로봇 몸체의 녹는점을 텅스텐과 비슷한 약 3000℃, 비열을 철과 비슷한 420J/kg℃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태권V가 1초 동안 녹일 수 있는 초합금의 질량이 1톤 이라고 가정하면, 이 초합금의 온도를 녹는점까지 올릴 때 필요한 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광자력 빔이 소모하는 에너지로 대략 구해볼 수 있다.

$비열×녹는점 온도×1초당 녹이는 금속 질량=420J/kg·℃×3000℃×1000kg/s=1.26×{10}^{9}W=1.26GW$

이 에너지는 현재 일반적인 1GW급 원자력 발전소가 내는 순간출력과 맞먹는다. 광자력 빔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태권V 몸 안에 대형 원자력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광자력 빔은 태권V가 순간적으로 내야하는 최대 출력이다. 평상시에는 이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기술을 사용해 필요할 때 한꺼번에 꺼내 쓰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1GW의 에너지를 수십 초 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초전도 자기에너지 저장장치(SMES) 같은 기술을 개발하면 광자력 빔을 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해 놨다가 순간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이 악당 로봇에게 당하다가 마지막 필살기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무기를 사용해 위기를 모면하고 악당을 물리친다.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짜여진 시나리오지만 실제로 필살기에 사용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태권V도 마찬가지다. 적군 로봇과 처음에는 태권동작, 로켓 펀치와 같은 기술로 싸우다가 위기 순간에 광자력 빔을 쏜다. 무기를 사용하려면 일정한 시간 동안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10초 동안 광자력 빔을 쏴야 한다면 필요한 에너지는 12GJ가 된다. 하지만 적군 로봇과 로켓주먹이나 태권동작으로만 싸우면서 10분 정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면 태권V에 장착해야 하는 에너지원의 최소 출력은 1000MW급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에서 20MW 정도로 50배나 줄어들 수 있다.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출력을 더 줄일 수도 있다.
 

핵융합로의 내부 모습. 터널 같은 빈 공간에 플라스마를 가두고 자기장을 걸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해결책은 핵융합발전

그러면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은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 내기 위해 가지고 다녀야 하는 연료의 양이 문제다. 적과 싸우기 전에 태권V가 짊어져야 하는 연료의 무게 때문에 태권V 스스로 지쳐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태권V 몸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도록 작게 줄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연료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다면 가동 후에 남는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문제들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합한 방법은 ‘핵융합’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핵융합 발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한다. 원자들이 플라스마 상태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다른 원자로 바뀌면서 방출된 에너지를 이용한다. 이때 이용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석탄, 석유와는 달리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다. 또한 핵융합 발전은 원자력 발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이 배출되지 않으므로 굉장히 깨끗한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연료의 양에 비해 효율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핵융합이나 핵분열 반응을 통해서 얻는 에너지는 $E=M{C}^{2}$라는 유명한 공식으로 표현하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으로 계산할 수 있다. 핵융합 반응이든 핵분열 반응이든 반응 전후의 입자 총질량이 약간 감소하는데, 이렇게 감소한 질량이 바로 에너지로 변환된다. 그리고 일반적인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의 경우 각각 1개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약 17.6 MeV의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는 $2.82×{10}^{-12}J$의 에너지다.

이런 핵융합 반응을 거치면 반응 전 입자의 총 질량은 반응 뒤 약 0.37% 감소한다. 이를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을 이용해 계산하면 중수소-삼중수소 연료 0.1mg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약 34MJ 정도다. 이 정도 에너지는 10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와 맞먹는다.

만약 1초 동안 0.1mg의 연료를 완전히 핵융합 반응시킬 수 있다면 약 34MW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한다면 태권V의 동력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태권V가 만일 24시간동안 20MW의 출력으로 쉬지 않고 가동된다면 위와 같은 발전 방식에 필요한 중수소-삼중수소 연료는 고작 5g 밖에 안 된다.

만약 석탄을 이용해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든다면 하루에 약 60톤의 석탄이 필요하다. 석유로는 약 5만L에 해당하는 양이다. 실제 태권V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고 직접 전기를 만들어 에너지 효율을 95%로 올릴 수 있는 특별한 핵융합 에너지 장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핵융합 발전^중수소와 삼중수소를 1억℃가 넘는 온도로 가열하면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여기에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걸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반응으로 생긴 에너지를 열교환기에서 열에너지로 바꾸고 열로 물을 가열해 수증기를 만든다. 수증기로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운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꾼다

대용량의 전기에너지를 얻기 위한 핵융합 방식의 장치가 토카막이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초전도 자석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자장값이 20T(테슬라, 자속 밀도 단위로 1T=1만G(가우스), 지구자기장의 크기는 0.3~0.6G)인데, 발전로의 필요조건을 만족하는 자장값과 핵융합로 반지름 사이에는 ‘반지름(미터 단위)×자장의 세기(테슬라 단위)≥상수(~100)’의 관계를 가지고 있어 최대 자장을 사용해도 5m의 반지름이 필요하고 본래 시설과 외부 차폐막까지 합하면 키 56m의 대형 로봇에 사용하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태권V에서 필요한 전력량이 10M~20MW 수준(미래의 우주선이 12MW, 일본의 건담 로봇은 8MW 정도 예상)이라면 더 작아질 수도 있지만 전력 또한 ‘반지름×플라즈마 밀도’와 비례해 운전시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올리기 힘든 밀도를 고려하면 반지름을 무한정 줄일 수도 없다.

반지름이 줄어들면 핵융합로 내부의 에너지 밀도가 그 만큼 커져서 담을 수 있는 용기의 재질이나 구조물에 고도의 신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키가 56m인 대형 로봇인 태권V의 심장 역할을 하려면 핵융합 발전로의 크기가 적어도 지름 3~4m와 길이 10m를 넘지 않아야 탑재할 수 있다. 또 로봇의 추진력으로 다른 로켓을 쓰지 않고 핵융합 에너지로 직접 변환할 수 있으면 그만큼 공간을 줄이고 구조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 볼 때 가장 적절한 핵융합로의 형태는 ‘관성정전형 핵융합로’(Inertial electrostatic confinement)다. 지금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하고 있는 미래 우주선에 사용할 핵융합 추진체로 형태에 따라 항공 추진체 또는 발전로로 병합해 쓸 수 있어서 대형로봇에 적당하다.

이 핵융합로는 핵융합 반응에서 생기는 물질에 적절한 전위차를 둬서 그 운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현재 핵발전소에서처럼 복잡한 부대설비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또한 에너지를 전자빔으로 변환시킨 후 가속노즐을 통해 액체수소를 분사시켜 높은 충격량(Impulse specific, Isp)를 얻으면 엄청난 추력으로 태권V를 하늘 높이 솟아오르게 할 수 있다.

연료 공급이나 효율 그리고 안전성 측면에서 핵융합은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에너지 발전 방식 중에서 태권V에 가장 적합한 동력이다. 게다가 미래에 태권V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갖는 핵융합 발전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면 태권V의 실현이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물론 붉은 제국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얘기지만 말이다.
 

태권V 관성정전형 핵융합로^핵융합로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는 전력변환기를 거쳐 전자빔 발생장치를 가동시킨다. 전자빔과 로켓에서 분사한 액체수소를 이용해 강력한 추력을 만들어낸다. 연료가 적게 들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 거대 비행체 추진장치로 적합하다.


토가막: 1억℃가 넘는 플라스마 상태의 핵융합 연료를 도넛모양의 자기장에 가둬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고안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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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권면 부장
  • 진행

    김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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